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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에 부산시 지정 유형문화재 바위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장산에 올랐다. 장산은 그 옛날 장산국이 있었던 성터. 천년이 넘는 오랜 세월이 바위를 문화재로 만든 것이다. 유형문화재 선바위(일명: 장군암)은 녹음 짙은 지난 여름에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뭇잎을 다 떨군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우뚝 서 있는 장군바위 너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마치 천년의 현현처럼, 혹은 그 옛날 장산국 무사들의 환생처럼 천년의 장산 숲속에는 천년 바위들이 우뚝우뚝 바람의 칼을 차고 서 있었다. 장산 선바위는 해운대구 재송지역 장산 8부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 선바위 근처에는 수 많은 바위들이 움집해 있었다. 이름 있는 바위와 이름을 아직 얻지 못한 바위들이 부족마을처럼 모여 있었다. 

 

장군 바위의 규모는 높이 11m, 둘레 12m이며, 동하면 고문서(부산시 지정 유형문화재 제 24호)에는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이 동네 사람들은 '수호바위'라고도 부르기도 하고, '꼿꼿 바위'로 불리어지기도 한다.

 

선바위에는 재미나는 전설도 있었다. 아주 먼 옛날 마을의 한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갔는데 이 바위에 당도하니 꼭대기에 한 아리따운 여인이 앉아 있었다. 나무꾼은 이 산중 선바위 꼭대기에, 남자도 못 올라가는 높은 바위에 여인이 올라 앉아 있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나뭇군은 한참 쳐다보다가 바위에 올라갔는데 도저히 더는 올라갈 수 없어 집에 가서 사다리를 가지고 와야겠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도대체 저 여인은 사람이냐, 선녀냐, 아니면 짐승이냐' 하고 긴 사다리를 갖고 다시 장산에 올라오자, 여인은 하늘로 올라가 버렸고 선 바위만 우뚝 서 있었다는.

 

일명 장군암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바위이자 사람들의 기원을 비는 영험 바위… 사람은 백년도 살 수 없는데 천년을 넘게 사는 바위들은 모두 이름을 얻거나 이름이 없거나 문화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어느 바위 하나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장산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  

 

바위나 돌은 신화에서는 영험과 신격화된 인물이 태어나는 생명력을 상징한다. 인간이 돌을 연모로 가까이 하게 된 것은 수렵과 농경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돌을 통해 석기 문화를 탄생시켰고, 인간은 돌의 견고함과 불변성에 더하여 생산력과 창조력 신비로운 응결력 등 신화적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삼국유사>의 기록에서 이러한 바위가 지니는 생명력을, 지위 높은 왕자나 영웅의 인물로 화자시킨다.
 
천년의 장산에는 너덜겅과 많은 바위들이 존재하고 있다. 문화재로 이름을 얻은 바위뿐만 아니라, 이름이 알려진 바위들도 많다. 장산 범바위(범굴), 장산 마당바위, 장산 영험바위, 장산 제왕 바위, 장산 칼바위, 장산 촛대 바위 등 그 바위의 생김새에 따라 천년 바위들은 또 바위를 발견하는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바위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에의 구원을 바라는 심리가 복합되어 많은 전설을 낳았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바위에 부처의 형상을 회화적으로 구현했다. 그러나 장산의 바위들은 세월이 신선을 만든 바위들이다.
 

고씨 할매 관련 전설이 전해오는, 영감 할매 바위는 장산 9부 능선에 존재한다. 그리고 촛대 바위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제단과 옆에는 무덤이 있다. 고씨 할매가 남편 귀환을 위해 매일 나가 기원한 바위라고 전한다. 그외 장산에는 군데 군데 돌탑들이 서 있다. 언제 누가 세웠는지 정확한 기록이 없는 돌탑들, 그 돌 하나 하나에, 마치 소원의 등잔이 밝혀져 있는

듯 겨울 숲은 따뜻하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알몸을 드러낸 천년 바위들 그냥 바위가 아니라, 침묵의 대변자, 대자연의 말이 없는 신선들이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노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유치환 '바위'

 


태그:#장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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