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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짜 돕는 것이라며 새로 후원 신청을 해오는 분들이 계십니다. 매달 5000원식 후원해 온 분이 1만원으로, 1만원씩 후원해 온 분이 2만원으로 올려 후원하겠다는 분도 계시구요. 이런 분들이 있어 아직 우리네 세상은 살만한 것 같습니다. 시설 운영자와 종사자들도 힘이 나구요."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에 있는 노인전문 요양시설 '하얀연꽃'의 시설장 현빈 스님의 얘기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고 생활형편도 어렵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복지시설을 찾는 발길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전체적으로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하고, 위문품도 줄고 있다. 하지만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쌀과 고구마 등 농산물을 맡겨오는 독지가들이 있어 겨울 추위를 녹이고 있다.

 

지난달 22일엔 한 50대 남성이 트럭을 몰고 전남 화순군 이양면사무소에 나타나 20㎏들이 쌀 18가마와 10㎏들이 고구마 10상자를 내려놓고 총총히 사라졌다. 그 남자는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에 전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당시 당직 근무를 하던 면사무소 직원 안정섭(56)씨에 따르면 "날이 어두워질 무렵 나타난 이 농부가 쌀 가마와 고구마 상자를 내려놓으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하고 곧장 가려고 해 이름을 물어봤으나 '화순에 사는 농사꾼'이라고만 밝힌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이양면사무소는 이 남성이 내려놓고 간 쌀과 고구마를 화순군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이 담근 김장김치와 함께 관내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사회복지시설 등에 전달했다.

 

'사람난로'는 완도에도 나타났다. 완도군에 따르면 40대 여성이 “"은 양이 못돼 미안하다. 겨울철 어려운 이웃들 돕는데 써 달라"”며 완도농협을 통해 쌀 10㎏들이 50포대를 보내왔다. 이 여성은 지난해에도 익명으로 10㎏들이 쌀 100포대를 기부한 바 있다. 완도군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차상위 계층 50가구를 선정, 쌀 1포대씩 전달했다.

 

칼바람이 매서운 겨울이다. 우리 주변엔 겨울나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의지할 데 없어 외롭게 사는 노인, 소년소녀가장, 고아원 원아, 가난한 장애인 등…. 겨울은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생활하기에 버거운 계절이다. 온정의 손길이 절실한 이유다.

 

현빈 하얀연꽃 시설장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에 꼭 물품이 뒤따를 필요는 없다”며 “자식들한테, 이웃들한테 서운하고 서러움을 받았던 응어리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말을 들어주는 것도 좋고, 방에 앉아 텔레비전을 같이 봐주는 것도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하얀연꽃, #노인전문요양시설, #현빈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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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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