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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만족할 것이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신약성서 마태복음 5 : 3­10>

나락으로 치닫는 경제사정으로 누구나 힘든 한해였습니다. 가멸차게 사는 사람들이야 그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냐고 한 귀로 흘러버리겠지만, 종잇장 같은 서민들의 삶은 자잘하게 구김이 많았습니다. 누가 누구를 탓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참 억울합니다. 애써 산 것 밖에는 별달리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세밑의 하늘은 여전히 희붐합니다. 정녕 희망을 품고 살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까? 간절한 바람을 가질 수도 없단 말입니까?

성탄이브입니다. 종교는 달라도 신실한 믿음만큼은 한빛인가 봅니다. 사랑과 자비, 인애는 한 물결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누구나 석탄일이나 성탄절을 맞이할 때마다 기도하고픈 마음을 가집니다. 어렵고 힘겨울 때일수록 그러한 마음이 더해집니다.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기도를 드린다는 것은 소중합니다. 간절한 염원을 비는 손은 아름답습니다.

간절한 염원을 비는 손은 아름답습니다. 가슴저린 손입니다.
▲ 기도하는 손 간절한 염원을 비는 손은 아름답습니다. 가슴저린 손입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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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일상에 지친 심신의 괴로움을 가볍게 하고, 환희를 순화시키며,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절대자를 추앙하려는 기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갓 태어난 아가의 여린 손을 잡은 엄마의 기도만큼 아름다운 기도는 없습니다. 봄 여름내 자기 논밭에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고 있는 농부의 기도만큼, 노를 젓느라 구부린 사공의 기도처럼 진솔한 기도는 없습니다.

간절한 염원을 비는 손은 아름답습니다

흔히 습관적으로 기도하고 있는 사람의 기도는 진실하지 않습니다. 기도는 호흡입니다. 교회나 성당, 법당에 나가 기도할 때마다 자신의 신심을 다한다면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만나게 됩니다. 기도가 성실하다면 심정의 안정과 위안을 줄 뿐만 아니라 삶에 생생한 용기를 줍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아름다운 것, 숭고한 것, 성스러운 것, 조화로운 것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적이나 요행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기도는 스스로의 삶에 온당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지나친 법이 없듯이 기도가 지나친 법은 더욱 없습니다. 열심히 기도해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일은 없습니다. 남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자기 하고픈 일을 하면서 편하게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해서는 안 됩니다.

기도는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도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어야 합니다. 기도는 올바른 생각의 묵주와 같아야합니다. 기도할 때 나의 온 정성은 기도 속에 다 들어있습니다. 말로 하는 기도는 기도의 가장 끝머리, 가장 껍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참된 기도는 몸으로, 자기 실천의지를 묵묵히 밝히는 데 있습니다. 

기도는 올바른 생각의 묵주와 같아야 합니다

도법스님이 이끄는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13일 여정을 끝으로 5년여 순례를 마무리지었다.
▲ 기도 도법스님이 이끄는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13일 여정을 끝으로 5년여 순례를 마무리지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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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고,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며, 온유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고,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며,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늘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경제적으로 핍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풀려나고, 힘겨운 상태에서 놓여났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운동으로, 사회운동으로, 교육운동으로, 억울하게 영어(囹圄)의 몸이 된 모든 사람들이 가족 품으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말만 번지러하게 읊어 되는 정치판이 개죽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말 국민을 위하고, 정치다운 정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사리사욕이 꼬리를 감췄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돈독한 신심으로 기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교회에 가지 않아도, 성당에 나가지 않아도, 법당에서 기도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좋게 살겠다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넉넉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크게 만족할 수 있습니다. 자기를 이겨내고 떳떳하게 챙길 수 있을 때 올바른 삶을 영유할 수 있는 법입니다.

연말연시 정리하고 계획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크고 거창한 것보다 차라리 자잘하고 보잘 것 없는 것에 더 애착을 갖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족 두루 실천가능한 일머리를 가지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은 때입니다. 무엇보다 심신이 건강한 삶이어야겠지요. 성탄절 오붓하게 잘 보내세요.


태그:#기도, #성탄절, #평화,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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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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