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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지난 여름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 때 내놓은 위대한(?) 정책 한 가지가 있다. '유가환급금'이다. 적게는 20,000원부터 많게는 240,000원까지 나라에서 돌려 준다는 말에 솔깃했지만 목회자이므로 근로소득자, 사업소득자, 일용근로자,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23일) '국세청'에서 통지문이 왔다. 내가 내는 세금이란 주민세와 함께 시골 논 재산세가 7,000원. 이것 다 꼬박 꼬박 냈기 때문에 체납한 일이 없었다. 세금 체납 통지문을 국세청이 보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가 요상한지라 아내에게 말했다.

 

"무슨 죄 지은 것도 없고, 세금 체납할 이유도 없는데 국세청이 통지문을 보냈는데 기분이 이상해진다."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당신 나 몰래 죄 지은 것 있어요?"
"만날 붙어 사는 사람이 내가 죄 지었다면 당신도 알지. 안 그래요?"

"죄 지었으면 경찰이 보내지 국세청이 보내겠어요?"

 

통지문을 뜯었다. 놀랍게도 '유가환급금' 40,000원을 우체국에 가서 수령하라는 것이다. 유가환급금 대상자가 될 수 없는 사람에게 환급 받으라는 통지문을 보냈는데 머리를 짜내어 왜 내가 대상자가 되는지 궁금해졌다.

 

 

"'유가환급금' 수령 통지서예요."

"당신은 유가환급금 대상자가 아니잖아요?"

"그래 나는 아닌데. 국세청이 해당자도 아닌데 보낼 일이 없잖아요?"

"그렇지. 아 당신 작년에 공공근로 했잖아요."

"아 그렇다. 공공근로."

 

아내 말을 듣고 보니 작년 7월-9월까지 공공근로를 했었다. 궁금해졌다. 많게는 240,000원까지 받을 수 있는 유가환급금을 왜 40,000원만 받을 수 있는지. 국세청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나는 일용근로자 적용을 받았다.

 

일용근로자가 받은 유가환급금 40,000원 기준은 60만원~240만원 소득자로 공공근로 석달 동안 받은 임금이 총 2,030,000 원이니 내가 받는 유가환급금은 40,000원이었다. 한푼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보도를 보았는데 40,000원이나 받았으니 다행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씁쓸했다.

 

환급금이 많고 적고가 문제가 아니라 부자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을 주면서 서민들에게는 한 두 푼 던져주면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 이명박 정권 경제 정책 때문이다. 40,000원이면 우리 집 애마 '프라이드' 한 달 기름값이다.

 

한 달 동안 기름값 걱정은 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돈이지만 갈수록 서민들 삶은 팍팍해진다. 20,000원 ~240,000원으로 시민들 눈을 돌려 '부자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한반도 생명줄인 4대강을 삽질로 절명시키려는 이명박 정권이다.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겨우 잡은 부동산 투기를 부활시키리는 정책들 뿐이다. 40,000원 유가환급금이 마냥 즐겁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40,000원도 이 나라를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권력자들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시민들 피와 땀이 밴 주머니에서 나왔으니 피땀흘려 40,000원을 주신 모든 분께 고맙다는 말씀 드린다.


태그:#유가환급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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