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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공정언론시민연대(공언련)가 “편파방송 없는 세상을 그리며” 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02년 대선 당시 병풍 사건과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2007년 BBK사건 그리고 올해 광우병 파동과 촛불시위에 대한 KBS 뉴스 9와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공언련 보고서의 주장에 따르면 “KBS와 MBC는 국면마다 특정 세력의 ‘주장’에 치우친 보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KBS와 MBC가 2002년 병풍 사건은 노무현 후보에게 유리하게 보도를 했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에는 탄핵에 반대하는 의견을 훨씬 많이 보도했으며, 작년 대선 당시 BBK 보도는 민주당 정동영 후보에게 유리하게 보도했고, 광우병 파동과 관련해서는 촛불 시위대 측에 유리하게 보도를 했다는 것이 공언련의 주장이다.

 

공언련은 또한 MBC PD수첩과 라디오 프로인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역시 편파보도를 한 것으로 발표했다.

 

공언련의 이번 발표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2일자 신문의 6면, 중앙일보는 3면에서 이를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기사를 통해 공언련의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하며 KBS와 MBC에 대한 편파 논란을 제기했다.

 

매일신문 12월 22일자 [사설] KBS, MBC 이렇게까지 편파적이었나

동아일보 12월 22일자 [사설]MBC와 KBS, ‘전파는 국민의 것’ 자각부터 하라

조선일보 12월 22일자 기사 "병풍(兵風)<2002년>보다 BBK<2007년>때 편파방송 심했다"

조선일보 12월 22일자 기사 교양·라디오 프로도 편파논란 막상막하

중앙일보 12월 22일자 기사 “MBC·KBS, 병풍부터 광우병까지 일관되게 편파 보도”

 

공정한 언론의 조건은 공평한 기사 개수?

 

공언련과 보수언론이 입을 모아 MBC와 KBS의 보도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보도의 ‘개수’ 이다. 예를 들어 광우병 파동과 촛불시위에 대해 KBS 뉴스9는 시위대의 입장을 옹호하는 제목이 238건, MBC뉴스데스크는 293건인 반면,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제목은 두 방송사 각각 68건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언론의 공정성을 단순히 보도된 뉴스 제목의 개수를 세는 것으로 측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한 사건에 대해 대립하는 양측의 주장을 각각 50%씩 똑같은 수로 보도하는 언론이 가장 공정한 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얼마나 공정한 보도를 했을까? 4월 18일부터 5월 31일까지 조선일보의 광우병 관련 기사의 제목을 분석한 결과 정부에게 유리하거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강조하려는 제목의 기사가 97건,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하거나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제목의 기사가 27건이었다. 조선일보 역시 편파적인 보도를 한 것이다.

 

그러나 공정성은 단순히 기사의 숫자만으로 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 봄,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기 위해 수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거리로 뛰쳐나왔다. 정말 공정한 보도는 시민들이 왜 거리로 나오게 되었는지,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이지 보도할 기사의 수를 하나 하나 세어 1:1로 분배하는 것이 아니다.

 

특명! 미디어관련법을 개정하라!!

 

공언련의 발표와 함께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MBC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지금의 MBC에는 PD수첩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보도 과정에서 일부 책임 PD나 팀원들이 왜곡된 고정관념으로 객관적 사실을 짜맞추고 조작해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 사회 파괴적 선동방송을 벌일 때에도 이에 제동을 걸 아무런 내부 장치가 없다. (중략) 공영의 주체(主體)나 민영의 주인(主人)이 없는 상태에서 경영측과 노조측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담합(談合) 경영을 수십 년 동안 즐겨 온 탓이다. <조선일보 12월 22일자 [사설] PD수첩 왜곡 낳은 MBC의 정체성(正體性) 혼란>

 

이쯤 되면 이들 언론이 사력을 다해 MBC와 KBS를 맹공격하는 의도가 궁금해진다. 그 답은 공언련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방송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이들 방송사들이 사실왜곡과 편파보도를 했을 경우 우리 사회에 극단적인 혼란과 대립이 초래되는 것을 이미 경험한 만큼 다양한 새 방송사들이 등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새 방송사’ 에서 바로 연상되는 것은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개정안이다.

 

19일 금요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년간 MBC가 뭘 했어야 했으며, 뭘 했는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방송으로 존재했는지를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 MBC는 공영방송, 공민영방송, 민영방송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정명(正名·올바른 이름)이 무엇인지 돌아볼 시점"이라고 했다.

 

바로 다음날인 20일 보수인사들로 구성된 공언련은 KBS와 MBC가 편파적이라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월요일인 22일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이 보고서의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MBC와 KBS를 총공격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2일은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여당 단독으로라도 상정하겠다고 밝힌 날이기도 하다.

 

정말 손발이 짝짝 맞는다. 한나라당과 보수적인 언론단체, 보수언론이 미디어 관련법을 개정하기 위해 한 몸이 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대항하여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 7대 악법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하는 순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이미 촛불을 들어 자신들의 의지를 밝힌 국민들 역시 보수세력의 언론장악 의도를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언론비평웹진 필화(pilhwa.com)에 실린 글입니다


#공언련#미디어법개정#한나라당#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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