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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욱 대표가 직접 칼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일행 중 한명이 한번만 만져보자고 하니 흠집나면 사야된다는 조건으로 손에 들려주었다.
 한정욱 대표가 직접 칼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일행 중 한명이 한번만 만져보자고 하니 흠집나면 사야된다는 조건으로 손에 들려주었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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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쌈짓길에서 종로 방면으로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에 칼이라고 덩그라니 써진 간판이 보인다. 간판이 있는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나오고 대한민국 유일의 나이프 갤러리가 보인다.

인사동에 있다고 해서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유물이나 전통칼을 모아놓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곳 갤러리의 칼은 조각용 칼부터 살상용 무기까지 다양하다. 솔직히 말하면 마초냄새 솔솔 풍기는 진짜 터프한 칼들이 위주다.

지하 계단을 통해 입구에 들어서면 천원짜리 가득 담긴 돈 통이 보인다. 나이프 갤러리의 입장료는 천원. 몸 속에 전사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면 이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갤러리를 본 첫 느낌은 '가슴이 두근거린다'였다. 많은 남자들이 그랬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남자들은 칼과 총에 얼마나 열광했던가. 나의 어린 시절도 마찬가지다. 대못을 철로 위에 올려놓고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만든 위험천만한 못칼은 보물 1호였다.

전혀 호전적이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조차 칼에 마음이 가는 걸 보면 예리한 철이 만들어내는 미끈한 곡선 속에 알 수 없는 힘이 숨어있는 듯하다. 그래서 '하나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다가도 가격표를 보면 이내 마음이 싹 사라진다.

몇만원 짜리 칼도 가끔 눈에 띄지만 기본이 수십만원이다. 이 정도면 칼을 사놓고도 액자에 넣어두고 감상만 해야할 분위기다. 실제로 나이프 갤러리의 상당수의 칼들은 기능적 가치보다 예술적 가치가 더 높아보인다.

람보칼부터, 아라곤의 칼과 블레이드의 주인공 칼까지 다 둘러보고 나니 도대체 이 많은 칼을 누가 왜 모으고 전시하는 지 궁금해졌다. 갤러리를 들어설 때 관장님께 '설명 좀 해주세요'라고 했을 땐, '그냥 눈으로 보세요'란 답변이 돌아 왔지만, 용기를 내 인터뷰를 청해봤다.

"오픈한 지 10년, 아직 안 망했다"
한정욱 대표 인터뷰
나이프 갤러리 한정욱 대표
 나이프 갤러리 한정욱 대표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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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이 상당히 많아 보이는데 얼마나 되나?
"6000개 정도 된다. 가격으로 따지면 10억 정도다."

- 어떻게 이렇게 모을 수 있었나? 따로 직업이 있었나?
"20년동안 직장생활하면서 모았다."

- 하루에 관람객들은 얼마나 찾나?
"평균 40∼50명이다."

- 많지는 않은데 운영이 되는가?
"오픈한 지 십년이 다 되가는데 아직 안 망했지 않는가.(웃음)"

- 그럼, 칼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꽤 많을 것 같다
"구매하러 오는 분들도 많다. 영화배우 최민수씨도 몇자루 사가기도 했다. 그리고 그 분이 칼 가지고 누굴 위협할 사람이 절대 아니다. 확인도 했다."

- 다른 유명인들 중에 칼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없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칼은 음지문화다. 드러내놓고 취미로 즐기려 하지 않는다. "

- 솔직히 칼은 좀 위험하지 않나?
"이제까지 2만 자루 넘게 팔았지만 문제된 적 한번도 없었다. 우리가 칼 팔아서 사고가 났으면, 국가에서 이런 갤러리 허가도 안 내줬을 것이다."

- 여러가지 수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있나?
"개인적으로 창이 더 사랑스럽다. 사실 도병(刀兵)은 과거에 없었다. 주로 창병과 궁병이 전쟁을 치뤘다. 단, 일본은 예외다. 일본은 참 특이하다. 총, 칼, 창, 활 다 다뤘다."

- 일본도가 진짜 그렇게 좋은가?
"500년 전에는 일본도가 세계 최고였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요즘엔 과학적인 방법으로 칼을 만들기 때문에 강도면에서 전통 일본도 보다 나은 칼도 많다. 그러나 장인정신을 통한 작품성 측면은 별개의 문제다."

- 우리나라 전통 칼의 수준은 어떤가?
"우리나는 선비들도 칼을 가까이 했다. 과거 중국과 맞서 중원을 놓고 700년을 겨룬 민족이 바로 고구려였다. 당시 그런 나라가 없었다. 인구나 군사수로 따지면 고구려가 불리했지만 칼을 비롯한 우리의 무기체계가 뛰어났기 때문에 맞붙을 수 있었다."

- 지금도 전통 칼을 만드는 분이 계신가?
"아쉽게도 전통방식의 계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칼 만드는 분은 우리나라에 열 명 정도 있다. 나도 직접 칼을 만든다."

- 직접 만든 칼은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한 자루 만드는데 500만원이고 4개월 소요된다. 구매자는 제작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 아까 보니 군인에겐 입장료를 안 받는 것 같더라. 무(武)를 중시해서 그런건지?
"그런건 아니다. 군인, 경찰, 목사, 스님 등 봉사하시는 분들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입장료 안 받는다. 수녀님들도 오시고, 스님들은 많이 오시는 편이다."


나이프 갤러리 내부 모습
 나이프 갤러리 내부 모습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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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프 갤러리에는 각종 다양한 칼이 6천여점 전시돼 있다.
 나이프 갤러리에는 각종 다양한 칼이 6천여점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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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쿠르카 족이 사용한 쿠크리 칼. 무게 중심이 앞쪽에 있어 휘두룰 경우 위력이 엄청나다.
 네팔 쿠르카 족이 사용한 쿠크리 칼. 무게 중심이 앞쪽에 있어 휘두룰 경우 위력이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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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작가가 소장한 칼
 유명작가가 소장한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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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레이드에서 주인공이 착용한 무기
 영화 블레이드에서 주인공이 착용한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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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끼와 투구, 총도 전시돼 있다.
 이곳엔 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끼와 투구, 총도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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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칼날을 보면 물결같은 무늬가 보인다. 이것은 철을 수십번 접어가며 칼을 만들기 때문에 생기는 고유한 문양이다.
 자세히 칼날을 보면 물결같은 무늬가 보인다. 이것은 철을 수십번 접어가며 칼을 만들기 때문에 생기는 고유한 문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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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쓰이는 물건인고 하니, 나무기둥을 지지해놓고 칼을 테스트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받침대였다.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고 하니, 나무기둥을 지지해놓고 칼을 테스트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받침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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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나이프갤러리,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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