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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명학초교 앞 안전지킴이 푯말이 구.신형 두개?
 안양 명학초교 앞 안전지킴이 푯말이 구.신형 두개?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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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초등생 납치 살해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강력범죄로부터 등하굣길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청 주도로 도입한 '아동 안전지킴이 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등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안양 초등생 납치 살해사건 이후인 지난 4월부터 어린이 보호를 위해 학교 통학로 주변에 보호시설로 지정한 '아동 안전 지킴이 집'을 지정하면서 그동안 숫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사후 관리와 교육은 탁상행정에 그쳐 실효성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경찰청은 어린이들이 낯선 사람에게 위협을 받거나 위급한 상황에 처할 경우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국 초등학교 인근의 편의점, 문방구, 슈퍼마켓, 약국 등 2만4412곳을 아동 안전지킴이 집으로 지정, 운영하고 이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은 지구대 순찰리스트에 '지킴이집 순시 체크' 항목을 추가하고 아동 지킴이집 전용 홈페이지(www.childsafetyhouse.go.kr)를 구축해 정보 제공, 선정 업소의 업주 및 종업원을 단체상해보험에 가입시켜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해왔다.

이밖에 초기 스탠드형 아동 지킴이집 푯말도 8억4000만원을 들여 아동 친화적인 곰돌이 모양의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 제작해 설치하고, 기존 스티커도 야광반사지를 부착해 야간에 식별이 가능토록 하는 등 일단 눈에 보이는 제도 변화와 개선책을 강구해 왔다.

아동 안전지킴이 홍보 리플렛
 아동 안전지킴이 홍보 리플렛
ⓒ 경찰청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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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유괴·살해 1년, 아동 안전지킴이집 운영 실태

그렇다면 아동 안전지킴이집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이나 사후 관리는 과연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

1년전인 2007년 12월 25일 성탄절, 두명의 초등학생이 유괴돼 실종어린이 찾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면서 부모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다 결국 살해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국민을 분노케 한 사건의 발생지인 안양경찰서 관내 초등학교 주변 실태를 확인했다.

안양경찰서의 경우 자체 홈페이지에 '아동 안전지킴이집' 웹사이트를 마련하고 각 파출소별로 관할 초등학교와 지정된 '아동 안전지킴이집'의 위치와 주소, 연락처가 그려진 지킴이집 안양지도, 행동요령, 사례 등을 홍보하는 등 관심을 갖고 이를 시행하고 있다.

안양경찰서에 따르면 2008년 12월 초 현재 '아동 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된 곳은 480개소로 업소에는 아동 지킴이집 부착용 스티커와 스텐드형 푯말을 설치했으며 최근에는 스티커를 야광용으로 교체하고 스텐드형 푯말도 새로 제작한 곰돌이형으로 교체했다.

또 지킴이집 업주및 종업원을 대상으로 단체상해보험 가입 신청을 받아 지난 9월 250명을 발급한데 이어 추가신청을 받는 등 피해보상 대책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양경찰서 안전지킴이집 지정 안내 지도
 안양경찰서 안전지킴이집 지정 안내 지도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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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내 '아동 안전지킴이 집'으로 지정된 곳에 대한 현장 확인 결과, 지구대 소속 경찰들이 안부와 근황을 묻고 가는 정도의 방문 형식에 그칠뿐 아니라 구형 푯말은 수거도 하지 않는 등 사후 관리와 교육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며칠전 경찰관들이 들려 야광용 스티커도 바꿔 달고 스탠드형 푯말도 새것으로 교체해 주고 갔어요. 상해보험도 들어준다고 인적사항도 적어가고 했는데 근데 저기 보이는 구형 스텐드 푯맛은 그대로 두고 가길래 물었더니 나중에 가져가겠다고 하더군요."

안양8동 명학초등학교 앞 '아동 안전지킴이집'인 문방구점 주인 아주머니는 '아동 지킴이집 푯말이 문방구점 앞에 구형과 신형으로 두개나 서 있는 이유를 묻자 이같이 말하면서 "순찰 차량이 가끔씩 들려 보고는 별다른 일은 없는지를 묻고 간다"고 말했다.

명학초교 주 통학로에는 '아동안전 지킴이집'이 두곳 마련돼 문방구점에서 불과 50여미터 떨어진 문구점에도 스탠드형 푯말이 두개 설치돼 있기는 마찬가지로 구형 스탠드형 푯말이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어 업소 주인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안양경찰서 관내 아동 안전지킴이에 설치된 푯말
 안양경찰서 관내 아동 안전지킴이에 설치된 푯말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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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안전지킴이집 표지판이 공사장 주차금지 푯말로 둔갑

이 곳 주인 역시 "112 차량이 가끔 지나가며 확인할 뿐 별도의 교육 등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하고 인근 안양6동 편의점 종업원은 "얼마전 아동안전 지킴이집으로 지정해도 좋은지를 묻고는 스티카와 푯말을 가게앞에 설치하고 별다른 교육은 없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학교에서 다소 떨어진 안양6동 만안구청 주변과 명학성당 인근 등 곳곳에도 아동안전 지킴이집이 추가로 지정되는 등 숫자가 늘었으나 스텐드형 지킴이 푯말이 보이지 않거나 아예 도로변으로 나와 있는 등 중구난방식으로 허술한 관리 상태를 보였다.

안양6동 T부동산의 경우 경찰청이 신형 곰돌이 스텐드형 지킴이 푯말을 교체하기에 앞서 출입구 앞에 놓였던 구형 스텐드형 지킴이 푯말이 인근 공사장 출입구 주차금지 푯말로 거리에 방치되고 있음에도 전혀 관리하지 않다 뒤늦게 수거 조치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의 아동 안전 지킴이 집 운영은 그동안 참여 업소를 대폭적으로 늘리고, 행정적 체계를 구축하기는 했으나 정작 구체적인 사후 관리와 체계적인 교육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어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치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공사장 입구 주차금지 푯말로 전락한 안전지킴이 푯말
 공사장 입구 주차금지 푯말로 전락한 안전지킴이 푯말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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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1년 경계심 사라져 시작만 거창한 용두사미 우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업주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로 업주들을 한꺼번에 모아 교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할지구대에서 순찰 중에 홍보와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타업무 병행으로 어려움이 많다"면서 "향후 강화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매년 상하반기 아동 지킴이 운영 무관심 업소, 위기 대처능력이 미흡한 업소, 아동 출입이 쉽지 않은 업소, 주류 판매 등 청소년보호법 위반 업소 등 지킴이집 활동에 부적합한 업소를 재심사를 통해 해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단체 관계자는 "안양에서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이 일어난 지 1년밖에 안돼 상처가 아물지 않은 현실에서 사건 발생지에서조차 벌써 경계심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지속적인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낱 전시행정에 불과할 뿐이다"고 꼬집었다.

초등생 유괴·살해 1년. 어린이 안전을 지키겠다는 각종 정책들이 사후 관리나 교육, 세밀하고 체계적인 시스템 등 장기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좋은 취지도 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시작만 거창한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태그:#안양, #경찰, #안전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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