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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수도꼭지에서 생명수 콸콸~
▲ 의왕시청약수터 4개의 수도꼭지에서 생명수 콸콸~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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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이걸 어째~ 언제쯤 우리 차례가 올까."
"수도꼭지가 4개나 되니, 이 정도 긴 줄이면 한 30분이면 될 거야."

일요일 아침, 의왕시청 약수터의 긴 행렬 사이에서 들리는 대화다. 내가 이 약수터를 알게 된 것은, 여름날 연합교육신문 의왕지사를 맡으면서 부터였다. 숲 속 같은 산자락 아래 맑은 공기 속에서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물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의왕시 사람들은 시청에 약수터가 있으니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전부였는데 1년 전, 연합고사를 앞둔 중학교 3학년 아들이 요로 결석으로 수차례 쇠석술을 받게 되었다. 병원에서 처방된 가루약은 생수에 타 마시는 거였는데, 하루 족히 4L 이상이 필요했다. 가족들 역시 보리차는 제처 두고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니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빠듯한 형편에 많은 양의 물까지 사 마시는 한계에 직면, 운동 삼아 배낭을 메고 관악산 약수터까지 헉헉대며 올라갔다. 산중턱에서 아기오줌 줄기처럼 졸졸 흐르는 물조차 수질검사 부적합이다. 욕심껏 받은 물병을 배낭에 넣고 얼마를 걸었을까? 그 다음날은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긴 행렬이다.
▲ 의왕시청약수터 이른 아침부터 긴 행렬이다.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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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생각해 낸 것이 의왕시청 약수터였다. 대형물통 2개 가득 담아오면 일주일은 넉넉히 버틸 수가 있었다. 물맛 또한 좋았다. 일요일마다 의왕시청을 찾게 되었는데, 어찌나 공기가 맑은지 그 주변을 산책하면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어느 날은 시간이 없어서 자정 무렵, 외진 약수터를 찾을 때는 적지 않은 두려움이 엄습해 오곤 했다. 나 홀로 차를 몰면서도 컴컴할 약수터가 적잖이 무서웠는데, 그 시각에도 서너 사람이 물을 받고 있어서 안도의 숨을 내쉰 적도 있다.

일요일 긴 행렬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전동에서 왔다는 60대 아주머니는 "여기 물이 얼마나 좋은데, 왜 물을 끓여 먹어요. 한 달 내내 그냥 놔둬도 이끼가 생기지 않고 항상 그대로야"라고 말한다.

긴 행렬사이에서 "저런 잔챙이 병(음료수병)을 가져오면 시간만 걸리지. 작은 병은 먹긴 편할지 몰라도 여기서는 아니지. 물병도 집에서 헹구어 오면 좀 좋아"라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라디오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산자락아래 주차장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드는 차량 행렬로 빈 공간이 없을 정도다.

의왕시청 직원은 "원래부터 산자락에 약수터가 있었는데 수원이 고갈되자, 화단 옆 지하수를 판 겁니다. 물맛이야 사람들 입맛마다 다르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걸로 알아요. 물론 수질 검사도 이상이 없구요"라고 말한다.

한 노인은 "체육공원에도 약수터가 있는데, 차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생수통을 들고 나오기도 무척 힘들고 물맛도 여기만 못하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젊은 부부는 "수원 부모님 댁에 다녀가는 길에 꼭 들르는 코스가 됐다"며 "아기랑 그네도 타고 맑은 공기 속에서 산책도 즐긴다"며 즐거워한다.

자갈 지압장
▲ 의왕시청약수터 자갈 지압장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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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시청 약수터는 산자락아래 있어, 가볍게 산보할 수 있는 산책코스와 지압장, 그네 등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새벽 4시부터 밤 12시까지 개방된다.

산 속 약수터 못지않은 수질과 물맛 그리고 편리한 주차장까지 쾌적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의왕시청 우물은 손색없는 의왕시의 젖줄이자 생명수다. 아직도 오염되지 않은 약수터가 평촌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음이 그저 고맙기만 한 하루였다.


태그:#의왕시청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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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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