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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1일은 ‘동지(冬至)’다. 동지는 드는 시기에 따라 달리 불린다.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24절기의 하나로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하여 음(陰)의 기운이 극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날을 계기로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 양(陽)의 기운이 싹트기에 사실상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라고 한다.

 

옛 사람들은 이 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경사스럽게 여겼다. 이는 동지를 신년으로 생각하는 고대의 유풍에서 비롯된 것. 전통사회에선 흔히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 해서 설 다음 가는 경사스런 날로 생각했다. 옛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거나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전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때 먹는 동지 팥죽은 절식(節食)이다. 동시에 벽사축귀(僻邪逐鬼)의 기능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붉은 색깔을 띠는 팥은 축사(逐邪)의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 역귀(疫鬼)뿐 아니라 집안의 모든 잡귀를 물리치는 데 이용돼 왔다.

 

일부 지방에서 팥죽을 쑤어놓고 삼신과 성주에 빌고, 팥죽을 사방에 뿌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다른 일부에선 팥죽으로 사당에 차례를 지낸 후, 집안 여러 곳에 팥죽 한 그릇씩 떠놓기도 한다. 지방에 따라서 전염병이 유행할 때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도 믿었다.

 

 

동지에는 대개 절식(節食)으로 팥죽을 쑤어 먹는다. 오랜 풍속이다. 팥을 삶아 으깨거나 체에 걸러서 그 물에다 찹쌀로 단자를 새알만큼씩 만들어 죽을 쑨다. 이 단자를 ‘새알심’이라고 한다.

 

일반 가정에서 이 팥죽을 쑤어 먹기란 말만큼 쉽지만 않다. 번거로울 뿐 아니라 비용도 한두 그릇 사먹는 것보다 더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걱정할 필요 없다. 가까운 박물관에서 동지죽 쑤어먹기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전라남도농업박물관은 동짓날인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박물관내 야외 초가에서 ‘동지죽 쑤어먹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옛날 농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전통 초가에서 참가자들이 직접 새알심(단자)을 빚어 팥물과 함께 가마솥에 넣고 불을 지펴 죽을 쑤어먹는 체험이다.

 

체험프로그램 참가 비용도 별도로 없다. 당일 박물관 방문객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동지 죽 쑤어먹기에 필요한 갖가지 재료도 다 준비해 놓고 무료로 지급한다. 참가자들은 몸만 가면 되는 것이다.

 

이명헌 전남농업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동지 죽 쑤어먹기 체험은 아이들이 잊혀져가는 동지의 의미와 풍습을 몸소 체험하면서 배우고, 어른들에게는 옛 추억과 고향의 향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동짓날 팥죽 쑤어먹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남농업박물관은 전라남도가 지난 1993년, 점차 사라져 가는 전통 농경문화의 유산을 보존해서 우리 삶의 옛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세운 곳이다.

 

박물관은 선사·역사시대의 농경과 봄 농사와 여름농사를 주제로 한 갖가지 도구와 유물, 그림, 모형 등을 배치해 놓은 제1전시실과 가을 농사와 겨우살이 모습, 농산제조 도구 등이 전시돼 있는 제2전시실 그리고 조상들의 손때 묻은 정겨운 민속자료 300여 점을 볼 수 있는 생활용품전시실로 나눠져 있다.

 

앞뜰과 뒤뜰은 정겨운 집들과 농사기구로 꾸며져 있다. 박물관 뜰엔 목장승, 허수아비, 솟대, 돌탑, 원두막, 물레방아, 디딜방아, 뒤주, 장독, 절구, 맷돌 등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마치 30∼40년 전 고향집처럼 정겹다.

덧붙이는 글 | ☞ 전남농업박물관은 서해안고속국도 목포 나들목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다. 2번국도(강진·장흥 방면)를 타고 영산호 하구둑을 건너면 바로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 문의 - 전남농업박물관 학예연구실(☎ 061-462-2796)


태그:#동지, #동지팥죽, #전남농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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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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