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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의회가 최근 수원시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낭비성 호화 시설물로 지적돼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전액 삭감된 경관육교 설치 예산과 시장 전용차 구입비 등을 전액 부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경관육교는 지난 7월에도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수원시가 실시설계 및 현상공모 비용 2억3700만원을 추경예산안에 편성하자 해당 상임위는 혈세낭비라며 전액 삭감했으나 예결특위에서 모두 되살려 의회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18일 수원시의회와 시민단체에 따르면 예결특위는 2009년도 수원시 예산안 심의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전체 회의를 열어 도시건설위원회 예비심사에서 불요불급한 낭비성 예산으로 지적돼 전액 삭감된 수원시 경관육교 설치예산 42억7200만원을 부활시켰다.

 

경관육교 예산 42억 7000만원 부활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수원야외음악당'까지 40여m 구간에 설치될 경관육교는 한나라당 소속 김용서 시장이 관심을 기울인 숙원사업. 수원시는 "두 공연장의 미적 감각을 살리고 수원 중심지역의 상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추진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야간 조명시설이 함께 설치되는 경관육교는 실시설계 비용 등을 합쳐 모두 45억여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는 경관육교 1m에 1억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도시건설위는 지난 5일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관육교는 시급한 현안도 아니고, 주민 이용률도 저조할 것으로 분석돼 막대한 예산만 낭비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소속 의원 만장일치로 예산 전액을 삭감해 예결특위로 넘겼다.

 

그러나 지난 15일부터 3일 동안 수원시 예산안을 심의한 예결특위는 17일 전체회의에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예산부활을 요구하자 격론 끝에 무기명 투표에 부쳐 전체 예결위원 16명 가운데 찬성 12, 반대 4표로 삭감예산을 모두 부활시켰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경관육교가 문화의 전당과 야외음악당 일대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이고, 수원 도심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조형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경관육교 예산 부활을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 예산부활 주장...시장 전용차 구입비도 되살려 

 

그러나 한 예결특위 의원은 "문화의 전당과 야외음악당 일대에는 경관육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주민 숙원사업이 아니라 시장 숙원사업을 위해 시장과 가까운 몇몇 의원들이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예결특위는 또 총무개발위원회에서 삭감한 시장 전용차량 구입비 5500만원과 영통구청장 전용차량 구입비 3000만원 등 8500만원도 표결을 통해 되살렸다. 시장 전용차량은 아직 내구연한 5년을 넘기지 않은 상태여서 예산낭비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예결특위는 한나라당 12명, 민주당 3명, 민주노동당 1명으로 구성됐다. 따라서 표결처리를 하면 의석수가 많은 쪽이 이기는 것은 빤한 이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행부와 짬짜미를 통해 이른바 '시장님 예산' 부활을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단체 쪽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원경실련은 18일 오후 긴급성명을 내고 "우려했던 부활의 망령이 이번 예결특위에서 되살아난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수원경실련은 성명에서 "의회가 상임위 논의 결과를 스스로 왜곡시키는 행태들을 자행하면서 과연 집행부 살림살이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관으로서 신뢰를 얻고, 권위가 설 수 있겠느냐"고 공박했다.

 

"경제위기 상황에 경관육교 건설? 직무유기다"

 

이어 "보행인구도 많지 않은 지역에 1m당 1억이 넘는 경관육교를 설치하는 것은 경제적인 시름에 빠진 서민을 위한 결정이 아니다"면서 "경제상황 악화로 정부조차 10% 예산절감 대책을 세우고 있는 마당에 경관육교라는 사치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는 수원시와 수원시의회의 위기불감증은 직무를 유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쏘아붙였다.

 

수원경실련은 "지금은 서민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고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 나갈 예산으로 재편성해야 할 시점"이라며 "수원시의회는 타당한 근거 없이 예결특위에서 부활된 예산을 삭감하는 한편 상임위 중심의 심사시스템을 구축하고, 예결특위 기능에 대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수원경실련은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소관 상임위에서 정상적인 논의를 통해 삭감된 예산이 예결특위에서 타당한 근거 없이 부활되는 모순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며 예결특위가 상임위 예비심사 결과를 존중해 예산안 심의를 해달라"고 주문했었다.

 

 

시민들도 경관육교 건설에 비판적이다. C운수 택시기사 이아무개씨는 "수원시가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에 45억짜리 경관육교를 짓겠다니 도대체 상식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럴 돈이 있으면 고통 받는 서민들을 위해 쓰는 게 올바른 행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최아무개(45·인계동)씨는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시민들은 신음하고 있는데, 수십억원을 들여 호화판 경관육교를 건설하겠다니 기가 막힐 뿐"이라며 "이를 추진하는 수원시나 예산승인을 해준 수원시의회나 모두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같다"고 비판했다.

 

"경관육교 예산, 서민경제 투자 유도 못해 유감"

 

이와 관련 민주당 소속인 문병근 예결특위 위원장은 "지금은 경관육교를 설치할 시기가 아니라고 특위 위원들을 설득했지만 의외의 표결처리 결과가 나와 난감하다"면서 "45억이란 예산이 어려운 서민경제에 투자되도록 유도하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백정선 의원(민주당·비례대표)도 "예결특위 위원으로서 한마디로 부끄럽다"면서 "예산심의 초반에는 특위 위원들이 소관 상임위의 예비심사 결과를 존중해주자는 분위기였으나 17일 갑자기 상황이 돌변해 어쩔 수 없었다"고 소수당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반면 예결특위에 참여한 한나라당 소속 한 재선의원은 예산부활 배경을 묻자 "집행부에서 예산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며 집행부 쪽과 접촉 가능성을 암시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나는 상황을 잘 모른다"고 답변을 피했다.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경관육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온 김효수 도시건설위원장은 불편한 심기를 '유구무언'이란 말로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예결특위에 상임위의 예산안 예비심사 결과를 존중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결국 또 뒤집었다"면서 "예결특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경관육교 설치에 대한 반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수원시의 경관육교 건설계획과 관련해 "경관육교는 주민편의 시설이 아니라 아무 쓸모없는 조형물 하나를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었다.

 

한편 수원시의회 예결특위에서 부활된 문제의 예산들은 수원시의 새해 예산안에 편입돼 19일 오전 열린 올해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재 수원시의회 의석분포는 한나라당 25명, 민주당 9명, 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한나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 의원들은 예산안 심의 등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의원들은 자신들의 의중대로 모든 의안처리 가부를 쥐락펴락 하는 전횡이 반복되고 있다. 


태그:#수원시의회, #경관육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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