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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야, 너를 위한 작별의 키스다."

 

이라크 바그다드대학을 졸업한 3년차 젊은 기자가 '사고'를 쳤다. 혈기왕성한 이 20대 기자는 지난 14일 바그다드 기자회견장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집어던졌다.

 

한 짝은 "이라크인의 선물이자 작별키스다, 이 개놈아"라며, 다른 한 짝은 "이건 미망인들과 고아, 그리고 이라크에서 죽은 사람들이 주는 거다"라며 던졌다.

 

이집트 카이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알 바그다디야 TV> 기자인 문타다르 알 자이디는 '부시 신발투척사건'으로 아랍권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이미 그가 던진 신발은 '아랍권 반미의 상징'이 됐고,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남성은 그가 던진 신발 한 짝을 1천만 달러에 사겠다고 공개 제의했다.

 

룰라 대통령 "신발 벗으면 냄새 장난 아니야... 벗지 마세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나도 남에게 신발을 던질 만큼 용감하지 못한데 알 자이디는 용기가 대단한 사람"이라며 박장대소했고,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바이아 지역은 매우 덥기 때문에 신발을 벗으면 냄새가 심할 것"이라며 "어떤 신발도 던지지 말아 달라"고 농담해 취재진을 웃게 만들었다.

 

알 자이디가 속한 <알 바그다디야 TV>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종일 그의 얼굴을 내보내면서 석방을 탄원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의 수석 변호사는 200여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해 변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근 바그다드에서는 알 자이디 기자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연일 열리고 있으며, 신발과 샌들을 긴 막대기에 꽂아 지나가는 미군 차량을 향해 신발을 던지는 '패러디'가 인기다.

 

4번째로 이라크를 깜짝 방문한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14일 사건 현장에서 날렵하게 고개를 숙여 '신발봉변'을 잘 피했다. 그러나 사나워진 이라크 민심과 '신발투척 패러디', '신발봉변 플래시게임' 등으로 임기말 또 다시 세계인의 비난과 조롱거리가 됐다.

 

전 세계 누리꾼들은 '신발투척사건' 패러디게임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국내 한 누리꾼은 '부시 신발투척사건' 패러디 게임 종합편을 블로그에 올려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몇 개의 게임을 둘러보면 재밌는 것들이 있다.

 

 

신발투척 패러디가 인터넷을 잠식하다

 

우선 웹사이트 'sockandAwe(http://play.sockandawe.com)'를 접속해 마우스를 누르면 게임이 시작된다. 단상 뒤에 숨은 부시 대통령을 향해 30초 안에 신발을 던져 맞추는 게임이다. 한 번 클릭할 때마다 신발에 얻어맞은 부시 대통령의 입술이 일그러진다. 부시 대통령은 18일 오전 11시 40분 현재 이 게임으로 무려 2459만1352대를 얻어맞았다. 이 게임은 무료다.

 

'Bush Shoe Throwing(http://bushbash.flashgressive.de)' 게임은 오른팔에 신발짝을 쥔 알 자이디가 신발을 던지면 부시 대통령이 단상 밑으로 피하는데 이때 제대로 맞으면 빨간 피가 튄다. 게임시간은 50초다. 대충 던져도 적중한다는 점에서, 몰입하는 재미는 반감되는 한계가 있다.

 

블로그 Underwire(http://blog.wired.com/underwire/2008/12/bush-shoe-toss.html)가 모아놓은 게임은 모두 10종이다. 크리스마스 눈싸움 버전에선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부시 대통령이 눈뭉치를 피해 다닌다. 

 

매트릭스처럼 날아오는 신발을 피해가는 것도 있고, 대형 맨발이 나와 부시 대통령의 머리를 계속 발로 밟는 패러디 게임도 있다. 알 자이디가 신발 대신 고양이를 던지는 게임도 있고, 영화 패러디로 부시는 피하고 다른 사람이 대신 날계란을 얻어맞는 것도 있다. 비밀요원이 총을 쏘면 총알 대신 신발이 피융~ 하고 날아가 떨어지는 플래시 게임도 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이 같은 플래시 게임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누리꾼 국적 1위는 단연 미국이다. 프랑스, 호주에 이어 아랍에미레이트연방이 4위를 기록했다. 그밖에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이집트 등 아랍권 국가들이 포함됐다. 아무튼 부시 대통령의 '신발투척사건'은 2008년 연말 인터넷 최고의 패러디 대상이 됐다.

 

 

신발, 살인무기 맞나? 

 

문제는 이 사건으로 세계인은 웃고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정작 당사자인 알 자이디 기자는 최악의 경우 외국 대통령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된다면 최저 7년에서 최고 15년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부시 대통령에게 던진 신발이 살인무기냐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라크 법원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중앙재판소(CCCI) 압둘 사타르 비르카드르 대변인은 "알 자이디에게 이라크 또는 외국 대통령에 대한 살인 미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징역 7∼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압둘-카림 칼라프 이라크 내무부 대변인도 <AP통신>을 통해 "알 자이디에게 국빈 모독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최고 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지난 16일 CNN 인터뷰에서 "이라크는 독립된 주권 국가로서 그에 대한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라크 정부의 몫이지만 이라크 사법당국이 이번 일에 대해 과잉 대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은 이라크에서 자유로운 사회가 태동하는 증거라고 믿고 싶다"면서 "그가 내게 신발을 던진 것 또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발투척 사건 이후, 아랍권에서는 알 자이디의 행동을 지지하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으며, 알 바그다디야TV는 최근 그 내용을 방송에 내보냈다. 미국이 이라크 국민에게 약속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에 입각해 알 자이디 기자를 석방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한국기자가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욕설을 퍼붓고 신발짝을 던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일각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조만간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신발 벗고' 하는 '맨발 브리핑'이 많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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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신발투척사건, #부시, #알 자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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