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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동네 곳곳에는 고양이를 찾는 전단지가 붙어있습니다. 사진 속 고양이는 엄마를 찾아달라며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름은 뚜비고, 나이는 1살, 성별은 여(女)라고 되어있지요.

 

비가 내리고 맑은 하늘이 열린 어느 날 오후, 우리 동네 일대에는 이 전단지가 붙었습니다. 웬만한 전봇대와 사람들 눈에 띄는 벽에는 어김없이 붙어있네요. 웬만큼 둔한 사람이 아니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야생 본능이 강해서 한 번 집을 나가면 좀처럼 돌아오지 동물인데, 찾겠다고 그 많은 종이를 허비하고 시간을 들여 동네 곳곳에 붙이다니 참 대단한 애정입니다. 우리 마을에만 붙인 게 아닙니다. 옆 동네에도 이 전단지가 많이 붙어 있습니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저도 고양이와 개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상심한 주인이 안쓰러웠습니다. 어떤 사람이기에 저토록 고양이를 찾을까 싶었습니다.

 

이 전단지는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보더라도 애교가 넘칩니다. 우리 눈을 더럽히고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광고물이 넘쳐나니까요. 나이트클럽이 새로 단장했다는 광고, 외국인과 결혼시켜주겠다는 광고, 부흥회에 참석하면 죽을 병도 낫는다는 광고가 심심치 않게 나붙습니다. 지저분한 전단지 틈에 눈물 흘리는 예쁜 고양이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주인 핸드폰 번호까지 누르게 되었습니다.

 

고양이 주인은 고양이를 찾았을까?

 

고양이 주인은 현재 국민대학교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김소영(26)씨였습니다. 김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해주었습니다. 고양이 뚜비와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이야기를 듣느라 10여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김씨 고향은 충남 천안입니다. 4개월 전 그는 고향에 잠시 내려가서 어느 중학교 앞을 지나치다가 얇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답니다. 보통 고양이는 사람을 경계하기 마련인데, 뚜비는 처음부터 친근하게 다가왔다고 겁니다.
 
누군가 키우던 고양이 같아 주인을 찾아주려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주변 집들을 수소문하고 유명하다는 인터넷 고양이 카페에도 주인을 찾는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그래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뚜비를 어찌할 수 없어 서울 자취방으로 데리고 오게 되었답니다.

 

객지에서 홀로 사는 김씨에게 이 작은 친구는 적지 않은 위안을 주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뚜비를 챙기는 일은 거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습니다. 김씨는 며칠 동안 일본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잠깐 뚜비를 맡아 줄 사람을 찾다가 인터넷 고양이 카페에서 알게 된 분을 만났습니다. 잘 아는 분은 아니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같아서 맡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 뚜비는 살던 곳에서 우리 동네로 잠깐 이사 오게 되었지요. 뚜비는 낯선 환경이 당황스러웠나 봅니다. 뚜비는 뚫린 방충망을 타고 탈출해버렸습니다. 낯선 보육환경을 거부하고 새로운 환경을 찾아 나선 셈이네요. 그렇게 뚜비는 김씨와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김씨가 뚜비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뿌린 지 얼마 안 있어 “우리 집에 데리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날 밤 뚜비는 또 탈출을 감행,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옆동네 중학교 근처에서 보았다는 전화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곳에도 전단지를 붙였습니다.

 

한번은 뚜비가 횡단보도에서 차에 깔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주변 가게들을 돌며 탐문했지만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일단 다행스러웠습니다. 김씨는 “제가 전단지를 하도 많이 붙이니까 이제 그만 붙이라고 그런 전화를 주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가을학기가 개강하면서 바빠졌고 여기까지 와서 고양이를 찾아 다닐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가끔 어린 학생들이 뚜비를 봤다고 전화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한 걸음에 달려와 확인하는데, 비슷하게 생긴 다른 고양이였다고 합니다.

 

김씨는 아직도 뚜비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고양이와 맺은 인연은 짧았지만 헤어진 고양이를 가족이나 친구를 찾듯 애태우는 김씨 마음이 아름다웠습니다. 사람끼리 나눈 정과 인연도 쉽게 지나치고 버리는 세상인데, 김씨에게는 요즘 사람, 요즘 젊은이 같지 않은 애틋한 인간미가 풍겼습니다. 꼭 김씨와 뚜비가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아름다운마을신문에도 실려있습니다.


태그:#고양이, #고양이와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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