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다는 운주사의 와불.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다는 운주사의 와불.
ⓒ 오승준

관련사진보기


왕건의 삼국통일을 예견했던 도선국사가 하루 밤에 천불천탑을 세웠다는 불가사의의 전설이 전해지는 운주사에 지난 토요일(13일)오후 친구들과 함께 다녀왔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절집 운주사 가는 길은 한결 마음이 가볍고 여유롭다. 포장도로 산자락을 빙 둘러 내려가니, 천불산을 끼고 마을동네 자락 아래에 터를 잡은 운주사의 모습이 보인다.

광주에서 승용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운주사는 여전히 자연의 골 깊은 곳에 피안의 언덕처럼 자리 잡고서 오고가는 이의 마음에 자비와 평안을 가득 안겨준다.

'와불이 일어서는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 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에 위치하고 있는 운주사는 화순읍에서 30km 거리에 있다. 여느 절처럼 명산명곡(名山名谷)도 아니요. 넓고 큰 들판도 아닌 아주 작고 움푹 패인 골속에 그처럼 신비로운 불사가 있다는 게 의아스럽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운주사 입구에 들어서니, 미인(?) 한분이 곱게 입은 한복 차림으로 반긴다.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해소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다.

 운주사 일주문.
 운주사 일주문.
ⓒ 오승준

관련사진보기


박해소씨는 먼저 "많은 분들이 운주사에 한번쯤은 오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천 개의 탑과 천 분의 부처님이 천불산 골짜기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신비의 사찰 그곳이 바로 이곳 운주사입니다. 그래서 누구나가 운주사를 처음 방문하게 되면, 다른 절과 다른 가람배치 때문에 놀라게 됩니다“라며,

”이곳에는 대웅전 안에만 있어야 하는 불상이 여기저기 계곡 골짜기에 내버려진 듯 있습니다. 곳곳에 머리가 잘린 부처님, 머리만 남은 부처님, 몸통만 남아 풀밭에 버려진 부처님, 감히 다른 절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천대받는 듯 한 부처님이 이곳 운주사에는 가득합니다. 신앙의 대상물이며, 당연히 장엄과 공경을 받아야 할 부처님이 운주사에서는 그러하질 못합니다. 이렇듯 상처 입은 부처님이 많은 곳, 운주사! 그래서 사람들이 운주사를 많이 찾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운주사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기묘한 형상의 시위불상들,
 운주사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기묘한 형상의 시위불상들,
ⓒ 오승준

관련사진보기


운주사는 신라말기 도선국사가 나라의 기운을 바로잡기 위해 세웠다고 전해지는데, 일설에는 우리나라가 바다를 가는 배의 운를 가지고 있는데, 동쪽에는 산이 많고 서쪽에는 산이 없어 자꾸만 국운이 동쪽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운주사를 세우고 배의 기울음을 바로 잡아주는 돛대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고 전한다.

또 다른 설로는 도선국사가 우리나라의 국운이 일본으로 흘러 들어감을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사람의 명치에 해당하는 이곳에 운주사를 세웠다고 전한다.

박해소씨는 “운주사 창건과 관련하여서는 수 많은 설화들이 전해져 오지만, 지금까지도 정확한 창건 연대나 창건한 주체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신비한 절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운주사에서 창건 연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는 아닙니다”라며 “그 옛날 간절한 소망으로 운주사를 지었던 조상님들 마음처럼,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아픈 사연과 많은 바램을 가지고 운주사를 찾아온다는 현실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다탑봉 골짜기에 있는 석조불감.
 다탑봉 골짜기에 있는 석조불감.
ⓒ 오승준

관련사진보기


운주사는 천불천탑의 성지

1481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운주사는 천불산에 있으며, 절 좌우 산에 석불 석탑이 각 일천기씩 있고.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조선조 인조 10년(1632)에 발간된 능주읍지에는 ‘운주사 재현남이십오리천불산좌우산협석불석탑 일천우유 석실이석불상배이좌(雲住寺 在縣南二十五里千佛山左右山峽石佛石塔 一千又有 石室二石佛相背而座)’ 운주사는 현의 남쪽 이십오리에 있으며,

천불산 좌우 산 협곡에 석불 석탑이 일 천씩 있고 석실에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있다는 기록이 있는 걸로 봐서 일천씩의 석불 석탑이 있었던 게 분명하고 그 말미에 금폐(今廢) 라는 추기가 있어 정유재란으로 인해 소실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원형 다층석탑
 원형 다층석탑
ⓒ 오승준

관련사진보기


운주사 불상들은 천불산 각 골짜기 바위 너덜 야지에 비로자나 부처님(부처님의 빛, 광명)을 주불로 하여 여러 기가 집단적으로 배치되어있다. 크기도 각각 다르고 얼굴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일주문을 지나니, 작은 협곡 전체가 온통 탑과 불상으로 꾸며져 있다.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높이 10.7m의 9층 석탑(보물 제 796 호), 쌍교차문 7층석탑, 광매를 갖춘 불상, 원형다층석탑, 5층석탑 등 탑들이 유난히 많다. 그야말로 이곳은 탑들의 천국이다. 장관이다.

 광배를 갖춘 불상.
 광배를 갖춘 불상.
ⓒ 오승준

관련사진보기


특히 다탑봉(多塔峰)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는 석불감 쌍배불좌상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불감이란 불상을 모시기 위해 만든 집이나 방을 뜻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건축물보다는 그 규모가 작아 보인다. 석조불감은 건물 밖에 만들어진 감실의 대표적 예다. 감실 안에는 2구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특이하게도 등이 서로 맞붙어 있다. 이처럼 등을 서로 맞댄 감실 안의 두 불상 역시 특이한 형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특이한 형태로 보여진다.

 다탑봉 골짜기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9층, 7층, 5층 석탑 등 다양한 탑들.
 다탑봉 골짜기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9층, 7층, 5층 석탑 등 다양한 탑들.
ⓒ 오승준

관련사진보기


공사바위, 마애여래좌상, 대웅전, 요사채 등을 둘러 본 후, 세계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운주사 서쪽 산능선에 외롭게 누워있는 거대한 두개의 와불(미완성 석불)을 보러갔다. 와불은열반상(부처가 옆으로 비스듬이 누운 상)과는 다르게 좌불(앉은 모습)과 입상(선 모습)으로 자연석 위에 조각된 채로 누워있다. 이렇게 좌불과 입상의 형태로 누워있는 부처는 세계에서 하나뿐이라고 한다.

이 부처님은 좌불 12.7미터, 입상 10.26미터의 대단히 큰 불상이다. 나침반을 갖다대면 거의 정확히 남북으로 향하고 있어 이 천번째 부처님이 일어나면, 곤륜산의 정기를 이 민족이 받아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지상 최대의 나라가 된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운주사 대웅전.
 운주사 대웅전.
ⓒ 오승준

관련사진보기


조상 대대로 사람들은 “이 천번째 와불이 일어나는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말을 전해왔다. 아마도 운주사 천불천탑은 우주법계에 있는 부처님이 강림하시어 하화중생의 대 설법을 통한 불국정토의 이상세계가 열리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으로 조성한 대불사가 아닐까 생각된다.

박해소씨는 "운주사가 세인의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격동기였던 1980년으로, 소설가 황석영씨의 ‘장길산“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부터 였습니다. 소설 속에는 운주사의 와불과 관련된 전설의 내용이 있는데, “하룻 만에 운주사에 천불천탑을 세우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예언에 따라 새벽닭이 울기 전에 열심히 천불천탑을 세우게 되는데,

마지막으로 와불님을  세우려는 찰나에 일하기 싫은 동자승이 꼬끼오! 하고 닭 울음 소리를 내는 바람에 정말 날이 센 줄 알고 모두 가버려서 혁명적인 예언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소설 ’장길산‘에 등장하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혼란과 격동의 세월 속에 삶의 의미와 안식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사람들이 이곳의 혁명적인 전설과 운주사 골짜기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못생기고 상처 입은 불상들을 통해 위로와 평안을 찾아 다시금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었던 것입니다.”라고 역설했다.

 새까맣게 타 버린 운주사 주변의 산 풍경이 흉한 몰골을 하고 있다. .
 새까맣게 타 버린 운주사 주변의 산 풍경이 흉한 몰골을 하고 있다. .
ⓒ 오승준

관련사진보기


안타까운 것은 지난 4월 운주사 주변에서 불이 나 운주사 주변과 운주사 절 경내 일부가 타서 아직도 그 화재의 흔적이 곳곳에 흉한 몰골로 남아 있었다. 와불 주변도 새까맣게 타서 와불의 신비함이 도리어 쓸쓸함으로 느껴져 마음이 아펐다. 

운주사는 장보고의 추모 유적지다.

운주사가 장보고의 추모 유적지라는 주장이 있어 소개한다. “천불천탑’의 성지로 불리는 화순 운주사는 해상왕 장보고를 기리는 추모 유적지이고, 경내에 장보고의 유골과 유물이 묻힌 능묘가 있다".(작가 최홍의 역사추적)

작가 최홍씨는 "운주사는 흔히 ‘천불천탑의 성지’로 불리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살펴보면, 불교 유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탑과 불상이라 불리는 석상들의 모양새나 배치 상태가 다른 불교 유적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 누가,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단순한 불교 유적이라면 이처럼 불가사의로 남겨둘 이유가 없다. 그 내막을 소상히 밝히고 널리 알려서 많은 사람이 찾아와 경배하도록 하는 게 불교 유적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운주사의 범종.
 운주사의 범종.
ⓒ 오승준

관련사진보기


운주사가 불가사의로 남은 것은 어떤 식으로든 권력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왕조의 비밀을 담고 있거나, 왕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세계의 불가사의 대부분이 왕권과 관련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 불교식으로 유적들을 조성한 것은 그 내막이 불교와 관련되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장보고는 왕권에 도전한 대역죄인으로 치부되었다. 따라서 그에 관한 유적을 철저히 비밀에 부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 자신이 독실한 불교 신자인데다, 우리 불교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기 때문에 불교식으로 추모 유적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순 운주사(雲住寺)는 마음이 답답할 때면 찾는 절이다. 운주사는 무거운 마음을 거둬주는 이상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신비감 넘치는 운주사를 올 때마다 불교이면서 도교적, 그러면서도 민중 신앙이 결합된 이질적인 문화를 접한다는 게 실로 가슴이 벅차다. 늘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운주사는 참으로 기묘하고 신비한 절이다.

 좌불(앉은 모습)과 입상(선 모습)으로 자연석 위에 조각된 채로 누워있는 와불.
 좌불(앉은 모습)과 입상(선 모습)으로 자연석 위에 조각된 채로 누워있는 와불.
ⓒ 오승준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화순읍 중앙병원-(29번국도)―능주 사거리-(822번 지방도)―남평방향-(817번 지방도)―도암-

(818번 지방도)―다도방향-운주사 이정표-(0.4km)운주사 입구



#운주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