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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0월 실시된 초·중학교 '일제고사' 당시 학생들의 야외체험학습을 허락한 전교조 소속 공립교사 7명에 대해 중징계(3명 파면, 4명 해임)를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열린 징계 철회 및 공정택 교육감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파면통보를 받은 정상용 교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0월 실시된 초·중학교 '일제고사' 당시 학생들의 야외체험학습을 허락한 전교조 소속 공립교사 7명에 대해 중징계(3명 파면, 4명 해임)를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열린 징계 철회 및 공정택 교육감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파면통보를 받은 정상용 교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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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교육감 공정택)이 일제고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서신을 보냈다는 이유로 교사 3명을 파면하고, 4명을 해임하는 '사형선고'를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이 밝힌 징계 이유는 학교장의 결재를 받지 않은 채 가정통신문을 발송한 것과 학생들로부터 체험학습 신청서를 받음으로써 평가에 불참한 학생들로 하여금 집단으로 무단결석하게 하여 학습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이런 행동이 공무원의 의무인 성실의 의무, (명령) 복종의 의무, 그리고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도 서울교육청의 이런 조치에 대해서 교육계나 법조계에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만약에 이것이 파면 해임 사유라면 과연 공정택 교육감은 무슨 처벌을 받아야 할까? 모든 이가 아는 사실을 여기에 똑같은 논리로 한 번 적용해 보자.

[학습권 침해] 80명 학생 동원해 홍보사진 찍은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은 이번에 파면 해임된 교사들이 학생들의 체험 학습을 허가하여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집단적으로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공정택 교육감은 올해 3월에 수업 중인 초등학생 80여 명을 동원해 함께 사진을 찍게 하고 이를 서울교육청 홍보물 <서울교육> 5월호에 게재한 사실이 있다.

<서울교육> 3월호에 실린 문제의 학생 사진.
 <서울교육> 3월호에 실린 문제의 학생 사진.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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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학교에는 출석부까지 조작하여 학생들이 등교하여 수업한 것으로 기록하도록 했다. 더 황당한 것은 이때 찍은 사진을 교육감 선거에서 홍보 사진으로 선거 공보물에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현직 교육감의 홍보 사진을 찍은 것이 어떻게 학생들의 교육활동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사실들이 확인되어 공정택 교육감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공정택 교육감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만약, 담임이 체험 활동을 희망하는 서너명(최대 10명이 되지 않는다)의 학생들에게 체험활동을 허락한 것이 파면 해임 사유라면, 원하지도 않는 학생들을 무려 80명이나 동원하여 홍보 사진을 찍게 하고 출석부까지 조작하도록 지시하였으며, 심지어는 이 사진을 선거 홍보물에 사용한 공정택 교육감은 자신에게 어떤 처벌을 내려야 할까?

[결재 없는 가정통신문] 올초 150만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 발송한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은 교사들이 학교장 명의가 아닌 담임 명의로 가정통신문(사실은 가정통신문이 아니라 학교장 결재가 필요 없는 담임 서신이다)을 보냈다는 것을 파면 해임의 사유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서울시교육청이 수차례나 서울의 모든 초중등 학부모들에게 공정택 교육감 명의의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에 보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서울교육청의 가정통신문을 확인하고 "선거를 불과 3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서 입후보예정자인 현직 교육감 명의로 학부모들에게 서한문을 발송한 것은 비록 2006년도에도 발송한 전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공명선거협조요청'"을 하였다고 한다.

공정택 교육감이 서울지역 학부모에게 보내도록 한 문제의 편지
 공정택 교육감이 서울지역 학부모에게 보내도록 한 문제의 편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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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교사들이 자기 반 학부모 30여 명에게 담임 명의로 담임 서신(그들은 가정통신문이라 주장)을 보낸 것이 파면 해임 사유라면, 선거를 앞두고 법규를 위반해가면서까지 150만명의 서울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낸 공정택 교육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교육청은 비록 공정택 교육감 명의로 보내진 가정통신문이지만 학교장이 허락하였기 때문에 이번에 파면해임된 교사들과는 다르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장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교육감이 학교장에게 공문을 보내, 교육감 명의의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으로 보내라고 하면서 이를 학교장에게 허가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복종-성실 의무 위반] 노무현 정부 교육정책에 반하는 정책 시도했던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은 교사 7명의 일제고사 반대 행동이 임면권자이자 직속상관으로서 명령권자인 교육감과 교장의 국가 정책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하면서 성실과 복종의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공정택 교육감이 스스로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숱하게 많은 정부의 교육정책을 반대해 왔다는 사실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자립형사립고 확대 및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였으나 공정택 교육감은 은평과 성북뉴타운 등 건설 예정인 뉴타운 지구에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추진하였고, 영훈중과 대원중의 국제중 설립을 추진하였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반대 속에 실행하지 못하다가 정부가 바뀌자 바로 이를 실천에 옮겼다. 그런데 공정택 교육감은 노무현 정부 당시에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만약 국가 정책인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교사들의 행동이 성실과 복종의 의무 위반이라서 파면 해임을 당해야 한다면, 노무현 정부에서 자립형사립고 확대 반대와 국제중 설립 반대 등의 국가 정책에 반대하여 이를 시도한 공정택 교육감은 어떤 처분을 받아야 하는가?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을 신장한다더니?

현 이명박 정부의 교육 분야에서 명목으로 내세우는 가장 큰 기조는 자율과 선택의 확대를 통한 교육 선진화이다. 그래서 '0교시 금지, 강제 보충 금지, 강제 야간자율학습 금지' 등의 지침도, 대다수가 반발했음에도 불필요한 규제라고 하면서 폐지한 것이 이른바 '4.15 학원 자율화 조치'이다. 선택과 자율의 폭을 확대하여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파면 해임된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제고사와 체험 학습 중에서 선택하도록 한 것은 어쩌면 이런 이명박 정부의 교육 철학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학교와 교사가 일제고사 참여 여부를 강제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인 학생이 이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평소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공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의 행동이 더욱 우스운 것은 이 자율과 선택에 대한 기준을 스스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과서 채택 권한이 엄연히 해당 학교의 교사와 학교장에게 있음이 법적으로도 명백한데 공정택 교육감은 앞장서서 근현대사 교과서 교체를 강요했다. 수능 이후 학생들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할지 결정하는 것도 학교의 권한이지만, 국민의 혈세 3억 원을 낭비하면서까지 전공자도 아닌 사람들에게 현대사 강의를 듣도록 강요한 것 역시 공정택 교육감이다. 그들 스스로 정한 선택과 자율이라는 정부 시책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므로 어쩌면 이 역시 복종과 성실의 의무를 위반한 것일 수도 있다.

만약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제고사와 체험학습 중에서 자율적으로 선택을 하라고 안내한 것이 파면 해임 사유라면, 아이들이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게 0교시와 강제 야간자율학습, 강제 보충을 선택하도록 한 공정택 교육감과 이명박 정부는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할까.

초ㆍ중ㆍ고생의 학력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치러지는 14일 낮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무한경쟁교육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이 학업에 짖눌린 심심을 위로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벌였다. 학생들이 수건 돌리기 놀이를 하고 있다.
 초ㆍ중ㆍ고생의 학력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치러지는 14일 낮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무한경쟁교육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이 학업에 짖눌린 심심을 위로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벌였다. 학생들이 수건 돌리기 놀이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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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의 답변을 기대한다

교사들이 일제 고사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하여 학부모들에게 서신을 보내고,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선택한 학생들의 신청서를 받아준 것이 학생 학습권 침해이고, 성실과 복종, 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으로 파면 해임 사유라면, 이와 똑같은 아니 그보다 훨씬 더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공정택 교육감은 파면 해임을 넘어 교육계 영구퇴출 0순위에 다름 아니다. 

공정택과 서울교육청의 진지하고 성실한 답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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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정택, #파면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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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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