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30개 시민단체를 임의로 선정해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할 예정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 10일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오마이뉴스는 9일 단독 입수한 시민단체 특별감사청구 관련 자료와 속기록 등에 근거해 한나라당이 지난 11월 말경에 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 등록단체를 각 10개씩 선정해 총 30개 시민단체에 대한 특별감사청구안을 마련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 주호영 "민주당이 단체감사 거부... 리스트 작성 안했다"

우선 한나라당은 30개 감사대상 지원단체 명단을 작성한 사실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명단 선정의 진원지로 알려진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의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 지원단체 감사는) 진작에 했어야 하는 사안인데, 민주당이 거부하고 있어서 못하고 있다"면서 "(감사대상 지원단체) 리스트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주 의원은 또 "(일부 의원들은 정부지원을 받는 모든 부처 등록단체에 대한 감사를 제안했지만) 일단 문광부·환경부·행안부 이렇게 세 개 부처 등록단체로 줄였다"면서 "나는 몇개 단체 이런 식이 아니라 매년 5천만원·1억원 이런 식으로 금액을 정해서 그 이상 되는 단체에 대해 감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예결위에서 일부 한나라당 의원은 모든 등록단체에 대한 감사를 주장한 바 있다.

주 의원은 그러나 "민주당은 (시민단체에 대해) 감사를 하지 말자는 건데 민주당이 계속 거부하면 예결위 안(100개 단체)대로 본회의에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매년 5천만원이면 큰돈이고 감사를 받긴 받아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해 나름의 선정 기준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오마이뉴스는 한나라당이 30개 시민단체를 특별감사청구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 3천만원 이상 지원금 수령단체 ▲ 언론 등을 통해 지원금 사용에 문제가 제기된 단체 ▲ 범법행위 등에 관련된 단체라는 세 가지 원칙과 기준을 제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민주당] "한나라당이 1감사청구안 보내와 협의 중"

민주당은 한나라당으로부터 감사대상 단체 선정을 위한 협조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한나라당과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확정된 것은 아니다"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원내행정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월 2일 예결위의 2008년도 결산안 처리 때에 통과된 시민단체 감사청구안과 관련, 11월 27일 한나라당으로부터 행안부, 문체부, 환경부 지원단체를 각각 10개씩 총 30개를 선정해 특별감사를 청구하는 안을 우리당으로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우리당은 한나라당이 보내온 '특별감사청구대상 시민단체(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홀딩(보류)을 시켜놓고 있다"면서 "현재 한나라당과 감사대상 단체 선정을 수정하는 협의가 진행중이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대상단체 선정기준을 한나라당이 처음 제시한 3천만원보다 5천만원을 더 높여 8천만원 이상 수령한 15개 단체로 하자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 15개 단체를 우선 검토한 뒤에 금액 기준과 상관없이 ▲중복-이중지원 단체 ▲정체성 불분명한 단체 ▲지자체의 재정이 넉넉함에도 정부 지원금을 받은 지자체 산하 단체를 추가할지를 결정하자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감사청구 기준 자의적... 길들이기 표적감사"

한편, 30개 특별감사청구 대상 시민단체 리스트에 포함된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선정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리스트 문건을 구할 수 없냐"며 "시민단체 길들이기 위한 표적감사다"고 반발했다. 일부 단체는 명예훼손 등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국 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 관계자는 "감사청구 기준이 너무 자의적이다"이라며 "특히 범법행위 관련 선정 기준 등을 볼 때 도덕성이 중요한 시민단체로서는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만으로 명예훼손이다"고 감사대상 선정 자체에 불쾌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