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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과 감세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지난 5일 재개된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에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맨왼쪽은 권선택 선진과창조모임 원내대표.
 예산안과 감세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지난 5일 재개된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에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맨왼쪽은 권선택 선진과창조모임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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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의 정부 감세법안 심사 결과 내년도 감세 규모가 정부안보다 오히려 2조2000억 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그동안 줄곧 한나라당의 부자 감세안을 비판해왔으며 지난 4일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주최한 연석회의에서 정세균 대표는 부자감세안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까지 한 터라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국민들은 또 한 번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감세안 주고받으려다 '죄수의 딜레마' 빠진 민주당

그런데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민주당이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각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결과가 도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죄수의 딜레마 : 죄수 2명이 있는 상황에서 형사가 각각에게 제안을 한다. '네가 자백을 하고 다른 죄수가 부인을 하면 너는 협조한 대가로 무죄가 되고 다른 죄수는 10년 형을 받는다. 반대로 네가 부인을 하고 다른 죄수가 자백을 하면 너는 10년 형이고 다른 죄수는 협조한 대가로 무죄이다.' 이 경우 둘 다 부인을 하면 모두 무죄가 되고 둘 다 자백을 하면 모두가 10년형을 받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죄수 각각은 자신이 자백을 하여 협조를 구하는 것이 무죄가 되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모두 자백을 하게 된다. 결국, 각자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는 최악이 된다.)

민주당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원인은 '감세 대 감세' 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부가가치세 3%포인트 감세안을 내세우며 '한나라당은 부자 감세,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 감세'라며 차별화하였다. 이에 대하여 나는 민주당의 감세안은 '덜 나쁜' 정책일 뿐이지 '바람직한' 정책은 아니므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단 감세의 옷을 입고 나면 감세 경쟁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 내에서 대부분의 현안은 여야 타협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감세 대 감세'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는 여야가 각자의 감세안을 주고받는 식의 타협이 이루어지게 된다. 여당의 감세안 100중에 80을 받고, 야당의 감세안 50중에 40을 받는 식으로 타협이 이루어지면 실제 감세규모는 120이 되어 여당의 원래 감세 규모보다 커지는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부자 감세'를 막으려면 오히려 '부자 증세' 방안을 들고 나오거나 적어도 '감세 반대'에서 그쳤어야 한다. 그래야 타협의 과정에서 여야가 서로 조금씩 양보를 했을 때 전체적인 감세 규모가 삭감될 것이다. 이번의 결과는 민주당이 '감세의 죄수복'을 입은 대가이다.

오바마 신 뉴딜정책은 '건설예산 확대'와 다르다

한편, 세출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민주당은 두 가지를 주의하여야 한다.

미국 오바마 당선자가 '신 뉴딜정책'으로 공공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한나라당은 이를 빌미로 건설 예산 확대를 더욱 더 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민주당은 미국의 공공투자와 우리나라 건설 예산의 차이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미국의 이번 공공투자 계획은 크게 ① 학교, 병원 등 교육의료복지시설 개선(특히 정보화 시설 개선 위주) ② 공공시설 에너지 효율화 ③ 도로 및 교량 개·보수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이 중 ①은 우리나라 예산 구분 기준에 의하면 건설 투자가 아니라 오히려 교육 및 사회복지 예산에 해당되고, ②는 건설투자가 아니라 에너지 및 환경 관련 투자이다. 우리나라의 건설 투자에 해당하는 항목은 ③인데, 이 역시 주로 기존 시설의 개·보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리나라 건설 예산의 상당 부분이 토지보상비로 지출되어 땅 부자의 주머니에 들어가고, 이것이 다시 부동산 투기자금으로 쓰여지는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세출 예산안 협상과정에서 한나라당은 건설예산, 민주당은 복지예산에 강조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는데, 민주당의 1차적인 목표는 '복지예산 확충'이지 '건설예산 축소'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한나라당이 건설예산 일부를 축소하는 대가로 복지예산 축소를 요구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뜻이다.

만약 '건설예산 축소-복지예산 축소' 방향으로 타협이 이루어지게 되면, 건설족의 피해는 찰과상 정도에 그치지만 서민의 삶은 중상을 입게 된다. 이러한 타협은 민주당을 또 다른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게 할 것이다.

이번 예산안 심사로 인해 오랜만에 형성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분위기가 깨질까 우려된다. 지금 시민사회단체는 민주당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어렵게 붙들고 있다. 이를 끊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감세의 죄수복'을 벗어던지고 선명 야당의 자리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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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감세안, #죄수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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