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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대의 방콕공항 점거 사태로 태국에 발이 묶였던 우리나라 관광객들의 귀국 행렬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일 TV를 통해 태국과 관련된 뉴스가 나온다. 평소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을 내용인데, 요 며칠 사이 '태국'이란 단어만 들리면 시선이 그리로 간다.

 

인터넷을 봐도 눈에 들어오는 태국 관련 소식. 자꾸만 태국 뉴스가 신경 쓰이는 것은 최근 아버지 회갑 기념으로 가족을 대표해서 내가 부모님 두 분을 모시고 태국 여행을 갔다 오기로 계획했기 때문이다.

 

[출발 한달 전] '미소의 나라' 태국, 기다려~ 내가 간다!

 

한 달여 전. 나는 인터넷을 통해 H, J, L, M 여행사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했다. 요즘 경제도 안 좋은 상황에서 고급 여행보다는 가격 저렴하면서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여행 상품(패키지)을 선택하기 위해서다.

 

보통 여행상품에는 '유가 폭등' 영향으로 기본 여행상품 가격 이외에 별도로 '유류할증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요즘이 여행 비수기이긴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기도 하면서 반짝 시즌이 형성된 듯 웬만한 여행 상품 가격이 1인당 평균 60∼80만원 이상을 잡아야 했다.

 

기왕 여행 보내드리는 거 좀 좋은 상품으로 보내드리면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실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웬만하면 싼 걸로 해라!", "조금 (여행지가) 불편해도 그 돈을 아껴서 여행 보내주는 며느리나 사위 선물이라도 사야지."

 

그래서 급계획 수정. 또다시 몰두한 여행사 홈페이지를 통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바로 이거야!'하는 상품을 하나 발견했다. 날씨도 따뜻하고 볼거리도 있으면서 휴양이 가능한 곳, 바로 '태국'이 눈에 들어왔다. 더구나 상품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상품 이름도 '땡처리 특가' 상품이었다. 가격은 1인당 39만8000원. 참으로 착한 가격 아닌가. 유류할증료와 전 일정 가이드 팁 포함 상품이었다. 준비할 것은 개인 경비와 물값뿐. 비록 현지까지 가는 항공편이 우리 국적기가 아닌 태국 항공사인 스카이스타항공(앞선 이용자들의 평을 보니 불편함이 없는 항공편이었다)이고, 조금 빡빡한 일정이었으나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이거다 생각하고 회원 가입을 한 후 바로 예약을 했다. 준비 끝!

 

명목은 '아버지 회갑 기념 부모님 효도 관광'이었는데, 두 분을 모시고 가는 나도 덩달아 마음이 들떴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미소의 나라' 태국이기 때문이었을까?

 

[출발 일주일 전] 온통 고민뿐... 결국 결단하다

 

이제 출발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간간이 불안한 태국 뉴스가 나와서 마음속으로 불안했다. 내가 예약한 여행 일정에 방콕을 방문하는 일정은 없어 별일 없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출발 일주일 전인 지난 11월 29일 금요일이었다. 이날 일하고 있는데 휴대전화기 벨이 울렸다. 여행 준비 때문에 여러 차례 통화했던 낯익은 번호다. 왠지 불안했다. 올 것이 온 것일까.

 

"고객님, 안녕하세요? M여행사 OO입니다."

"네."

"부득이하게 XT항공이 금일부터 12월 28일까지 운항이 취소되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오시는 여행인데, 출발 전부터 불편함을 드리네요. 죄송합니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지만 같은 날짜, 비슷한 일정의 상품이 있는데 안내해 드릴까요?"

"아, 네…. 좀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바로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에 가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안 그래도 요즘 태국과 관련된 뉴스를 보고 너희 매형도 '태국에 가시는 게 좀 불안합니다'라고 하더라"면서 "네가 알아서 잘 판단해라"고 말씀하셨다.

 

모든 결정을 어머니는 내게 일임하셨다. 어머니 목소리에서는 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배어 있는 듯 했다. 그렇다고 선뜻 위험(?)을 감수하고 "가자!"라고 말씀도 못하셨다. 아, 어찌해야 하나. 여행을 떠나는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마음에는 온통 '고민'뿐이었다. 정말 어찌해야 하나.

 

고민은 시작됐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고서 국적기를 이용한 상품을 이용해서 태국에 가야 하나? 휴가 날짜는 잡혔고, 그 날짜에 맞추려면 날짜를 옮겨봐? 그때되면 태국 상황이 좋아질까? 아니면 다른 곳을 알아볼까? 일본 온천 여행? 요즘 엔화가 올라 물가가 장난이 아니던데….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출발 ∞] 결국 '방콕'행... 효도 한번 하기 어렵네

 

쉽지 않았다. 쉽고 편하게 효도 한번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부모님들도 불안한 마음으로 태국에 가시고 싶은 것 같지 않았고, 일본 쪽은 비싼 물가와 날씨 등 때문에 선뜻 내켜 하시지 않았다. 다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너네들이 보내주겠다는 여행, 언제 가면 어떠냐. 올해 못 가면 내년에 가면 되고…. 2월이든 3월이든, 마음 편하게 누구 하나 불편함 마음 없이 다녀오는 게 좋지 않겠냐."

 

결국 올해 '아버지 회갑 기념 여행'은 포기하기로 했다. 어찌 보면 어지러운 태국 내 정치 상황의 여파가 내게도 닥쳐온 것이었다.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리려다가 뜻하지 않게 고생할 우려가 있는 태국행을 무리하게 고집할 수도 없었다. 결국 여행사에 전화해 여행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막상 여행을 취소했는데도, 공항 폭탄 테러에 이어 태국 헌재의 집권당 해산 명령 등 '태국'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귀 기울여진다.

 

"오늘(2일) 오전 태국 스카이스타항공과 타이항공을 통해 한국인 관광객 5백여 명이 국내로 돌아온 데 이어 오후에는 아시아나와 대한항공편으로 500여 명이 추가로 입국할 예정입니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오늘(2일) 부정선거 혐의로 솜차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국민의힘(PPP)의 해산을 명령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 내각은 퇴진하게 됐으며 일주일째 이어져온 반정부 시위도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게 됐습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서 태국 여행을 가지 못한 아쉬움은 크지만, 한 편으로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더구나 내가 이용하려던 스카이스타항공 등 저가항공도 11월 28일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가 11월 30일부터 임시특별기를 운행에 들어갔단다. 다행히 현지에서 발이 묶인 여행객 1000여 명이 1, 2일 중으로 입국했다고 한다.

 

또 최근 블로그를 통해 언론에 소개되지 않는 태국 내 상황과 태국 탈출기 등이 올라오고 있는데, 그걸 보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그런 일을 겪는다면?'이란 가정을 해보고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

 

결국 효도 여행은 물 건너가고 이번 휴가 기간에 '방콕'해야 한다. 그리고 드는 생각 하나 더. 효도 한 번 하기 쉽지 않네!


태그:#태국, #방콕, #효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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