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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부터 시작한다. 현황과 그 사진을 놓고 지적도를 보아가며 경사및 땅의 흐름을 보고 건물을 어디에 어떤방향으로 어떻게 앉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여 스케치한다.
▲ 설계의 시작 배치부터 시작한다. 현황과 그 사진을 놓고 지적도를 보아가며 경사및 땅의 흐름을 보고 건물을 어디에 어떤방향으로 어떻게 앉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여 스케치한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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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 목수가 누구죠?"

겨울에서 막 벗어나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어느 화창한 날의 오후. 마을 이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마을간사로서 알아야 할 동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중이었다. 한옥을 동경해오고 전국 여러 곳의 우리 건축을 답사하고, 관심을 가진 나로서는 예쁘게 뻗은 서까래와 부연의 곡선을 보고 그 집을 주관한 대목이 궁금하던 차에 나온 질문이다. 멀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젊은 목수로 솜씨가 좋으나 마을사업의 갈등에서 비롯된 돈문제로 완성을 보지 못하고 잠적(?)해 버렸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동네에서는 문제의 목수로 찍힌것 같았다. 하지만 내 집짓기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 손으로 집짓기

사놓은 땅이 1년간 빈둥빈둥 놀았다. 집을 지어야 했다. 세들어 사는 집에 나와 아내는 그럭저럭 살만 하지만 무럭무럭 자라는 새내기 아들이 크기에는 좁고 불편했다.

내 손으로 직접 집짓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 키만한 통나무를 들고 끌고 이고 지고 자르고 하는 작업들은 생각만으로도 벅찬 일이다. 게다가 이곳 시골에서도 마을간사라는 월급쟁이 생활에 매여 집짓기는 시작도 못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 슬슬 준비하다가 마을간사 그만두면 바로 시작하자.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쉬운집. 내가 익히고 사용해본 공구로 지을 수 있는 집. 한옥은 힘들다 생각되었다. 그래. 귀틀집으로 하자. 나무만 가지고 지을 수 있는 집. 그리하여 기본구상과 설계를 마쳤다.

건축법상 허가 또는 신고를 위해서는 반드시 건축사의 '도장'이 필요하다. 단, 농막의 경우는 그렇지 아니하다. 며칠 동안을 건축법과 농지법을 오가며 쉽게 지을 수 있는 집에 대한 관련조항을 검토한 결과 얻을 수 있는 결론이었다.

기초는 무엇으로 할 것인가. 단층의 목조주택에 객토한 곳도 아닌 지반에 넓게 '공구리'를 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혹자는 콘크리트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아니다. 옛날 방식을 활용하면 구지 콘크리트 없이도 기초작업이 가능했다. 물론 매우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하지만 두꺼운 콘크리트매트를 깔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또다시 타일이나 돌을 붙이는 것이 위선적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냥 편하게 또는 쉽게 하기 위해서나 쓰는 것. 온갖 쓰레기를 태워 만든 시멘트 원료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콘크리트다.

나무를 사놓고, 공구를 구입했다. 9자 나무 1.5톤 분량과 전기톱과 대패, 손톱과 끌, 자귀와 먹통, 곡자, 줄자가 생애 처음으로 가져보는 내 공구였다.

단촐한 분량의 나무는 6평 건물을 예상하고 뽑은 물목의 결과였다. 작업대를 짜고 작업을 시작했다. 일단 기초놓기. 두 점을 찍고 실을 띄운 뒤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한 두 점을 마저 찍고 직사각형을 완성했다. 넓이가 방갈로 수준은 충분히 되어서 간이부엌과 화장실 방하나의 원룸시스템의 평면도를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거기까지 였다.

기초를 놓으려면 큰 돌이 필요했다. 하지만 난 혼자였다. 돌도 구하지 못하면 사야 했고, 나무를 깍아 잇는데엔 사람이나 중기가 필요했다. 기초의 줄놓기 이후에 진척이 거의 없었다.

예기치 못했던 만남

겨울에 기초를 놓고 여름이 될 때 까지 놓고 있다가 그분을 만나게 되었다. 동네에 귀농한 가족중 가장 젊은 가족이 집을 지을 계획이 있다고 했다. 목수와 만나는데 나도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 그 목수는 마을 방문자센터를 주관한 목수라 했다. 그 문제의(?) 목수라고 하니 더욱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태그:#집짓기, #한옥,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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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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