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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림치에서 내려다본 풍경. 걸어온 길과 대율마을
 율림치에서 내려다본 풍경. 걸어온 길과 대율마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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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율마을과 성두마을을 잇는 율림치

돌산대교를 건너고 구불거리는 재를 넘으니 죽포가 나온다. 일찍 나왔으면 여기서부터 봉황산을 넘어 금오산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버렸다. 별수 없이 대율마을까지 가서 율림치부터 금오산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방죽포해수욕장을 지나면서부터 넓은 수평선을 보여주는 해안도로다. 시원한 바다를 보면서 심하게 비틀거리는 해안선을 따라간다. 대율마을에서 차를 세웠다. 최근 TV 오락프로에는 옆 마을인 소율마을이 나왔다고 한다. 대율마을은 바닷가에 쾌 크게 자리 잡은 마을이다. 여기서부터 포장도로를 타고 걸어간다. 율림치로 올라가는 표지판에는 성두마을 4㎞라고 알려준다. 큰애와 작은애는 불만이 가득하다.

 율림치 걸어가는 길. 작은애 곰모자. 산행내내 등산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율림치 걸어가는 길. 작은애 곰모자. 산행내내 등산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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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4㎞를 걸어 가냐고요?"
"우리 다리 튼튼하게 해서 부려 먹으려고."
"성두마을까지 안가고 고개에서 산으로 올라갈 거야."

요즘 개그프로에 유행하는 말투에 한바탕 웃어본다. 뒤로 돌아보는 대율마을이 아름답게 내려보인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올라온 율림치는 커다란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비닐천막을 덮고 있는 작은 가게 하나. 가게에서는 겨울에 제철인 굴구이가 익어가고 있다.

따뜻한 햇살과 바다가 어우러진 겨울산

어제는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었다. 밭에 가서 김장할 배추며 무를 뽑는데 너무 추웠다. 덕분에 오늘은 쨍한 하늘에 너무나 포근하다. 산길로 들어서니 햇살을 가득 받은 억새며 앙상한 가지들은 따스하게 다가온다.

산에 가면 추울 거라고 잔뜩 껴입고 왔는데, 애들은 겉옷을 다 벗어버린다. 낙엽이 져버린 산길은 햇살이 그대로 스며들어 따뜻하기만 하다. 봄나들이 가듯이 경쾌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오르막을 잠시 오르니 금오산(金鰲山, 323m) 정상 표지가 보인다. 밋밋하다. 정상 같지 않은 정상.

 금오산에서 내려다 본 바다
 금오산에서 내려다 본 바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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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 조금 싱거운 것 같지만 시원한 바다를 선물해 준다. 아래로 보이는 구불거리는 해안도로. 햇살에 반짝거리는 바다. 그 위로 물살을 가르며 바쁘게 다니는 크고 작은 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도해. 그 너머로 고흥반도며 멀리 장흥까지도 보인다.

날씨가 너무 맑다. 바다를 끼고 능선을 타고 간다. 간혹 만나는 산행객들도 기분이 좋은지 서로 인사를 나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앉아 햇살 가득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은 김밥과 사과. 그리고 따뜻한 커피. ‘오늘따라 커피가 왜 이리 맛있지?’

수평선을 채워나가는 바다 풍경

정상보다 더 정상 같이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를 지나 가파른 길을 내려선다. 내려서면서 뒤를 돌아보니 앙상한 가지를 털옷처럼 입은 겨울산이 보인다. 길지 않은 산길이지만 또다시 작은 금오산으로 오른다. 여기서부터는 바위사이로 난 길들을 따라 올라간다. 애들은 재미있어 한다.

작은 금오산 정상에는 바위 봉우리에 반듯한 표지석이 서 있다.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바위 위에는 시원한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한쪽은 시원한 수평선, 그 옆으로 섬들이 수평선을 채워나가는 풍경. 뛰어 내리면 바다에 빠질 것 같이 발아래로 가깝게 보이는 바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런 풍경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작은 금오산 정상
 작은 금오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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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아래로 보이는 바다
 발아래로 보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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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놀이하며 계단 내려오기

바위에 자연이 새겨놓은 선들은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거북이 등껍질 같은 다양한 바위그림을 보면서 내려선다. 향일암(向日庵)으로 내려오는 길은 철계단이다. 애들과 아내는 가위바위보 놀이를 한다. 이기면 철계단을 10개씩 내려가기. 바다와 어우러진 기암들이 너무나 멋있다.

애들과 아내의 밝은 표정이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가 보다. 아내는 지나가던 아저씨가 큰애보고 ‘누나야? 엄마야?’라고 물었다고 무척 좋아한다. 성큼성큼 다가온 겨울이 싫은지 단풍들은 잎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가을을 붙들고 있다.

 기암과 어우러진 바다
 기암과 어우러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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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를 향한 암자인 향일암으로 내려가는 길
 해를 향한 암자인 향일암으로 내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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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금오산 철계단이 경관을 망쳤다고도 한다. 예전에는 바위틈을 타면서 힘들게 올라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하면서…. 사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철계단으로 인해 위험지역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안전시설이 되기도 하고, 산길 훼손을 예방하는 보호시설이 되기도 한다. 물론,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산위에서 바다를 느낄 수 있게도 한다. 아쉽다면 조금 환경 친화적인 나무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 동백이 벌써 피었네

산길이 끝나는 곳에 향일암 삼성각이 바위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들어서는 문은 자연이 만들어낸 바위문이다. 계단을 올라서니 삼성각 난간 위로 작은 돌거북이들이 바다를 향해 고개를 빼들고 있다. 낙엽이 져버린 고목들과 어울러 진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삼성각 앞 돌거북이. 바다를 향한 그리움.
 삼성각 앞 돌거북이. 바다를 향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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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음전 처마 밑에 핀 동백
 관음전 처마 밑에 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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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앞마당은 공사중이어서 어수선하기만 하다. 바다를 향한 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시원한 바다를 즐기고 있다. 아래로 12간지를 새긴 돌판이 있다. 애들은 동전을 달라고 한다. 자기 띠에 동전을 올려놓겠다고 한다. 몇 번을 던져본다. 돌 위에서 동전은 이리저리 튀긴다. 쉬운 일이 아니지.

약수를 한 모금 하고 바다와 더 가까이 있는 관음전으로 내려선다. 관음전 주위로 파란 동백나무 잎이 싱그럽게 다가온다. '어! 동백이 벌써 피었네.' 관음전 처마 아래 빨간 입술로 속삭이듯 피어있는 동백. 겨울은 이제 시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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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1월 30일 겨울풍경입니다. 여수 돌산 끝자락은 향일암으로 유명하지만 등산코스도 좋습니다. 한나절 산행을 원한다면 돌산 죽포에서 내려 봉황산(460m)을 타고 율림치를 지나 금오산 향일암까지 갈 수 있습니다. 전체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 소요되며, 돌아오는 길은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높지 않으면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겨울산행지로 좋습니다.



#금오산#향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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