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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시 교육청의 역사교육 특강 둘째날 서울 강서구 방화동 강서공업고등학교에서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송 교수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주제로 오전 9시부터 약 90분간 강의했다. 역사특강은 시청각실에서 50여 명의 학생들만 직접 듣고, 나머지 3학년생 260여 명은 교실에서 TV를 통해 지켜봤다.

 

송 교수는 대학교수 출신답게 질문을 던져가면서 쉽게 강의를 풀어나갔지만, 학생들의 집중도는 매우 떨어졌다. 시청각실에 모인 50여 명의 학생 중 절반은 강의 내내 졸거나 음악을 듣는 등 딴짓에 열중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송 교수가 "아무도 노트(필기)하는 사람이 없는데, 노트를 해야 체계 잡힌 정보가 되고, 그게 지식"이라며 필기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트를 꺼내 든 학생은 거의 없었다.

 

이를 본 송 교수는 "적어야 하는데 적지도 않고..."라며 불평을 했다.

 

강의 시간 내 질문을 던져도 마찬가지였다. 송 교수가 "우리나라는 자유로운 시민권리를 100% 누리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지만, 학생들은 침묵만 지켰다. 나중에서야 몇몇 학생들이 송 교수의 질문에 겨우 대답했지만, 질의응답식 강의는 매끄럽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만든 네 사람... 이승만·박정희·재벌기업·군대?

 

이날 송 교수의 강의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민주화, 산업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그는 다른 강사들과 마찬가지로, 민주화보다 산업화를 높게 평가하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의 주장을 충실하게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특히 송 교수는 강의에서 '대한민국을 만든 네 사람'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삼성, 현대 등 재벌기업, 그리고 '군대'를 꼽아 가르쳤다.

 

송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이 남쪽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안 만들었으면 오늘날 우리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부정선거하고 독재 하고, 잘못한 것도 많지만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웠다"고 가르쳤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 독재자들은 민주화 억압하면서 독재 밖에 안했지만, 박정희는 산업화를 했다"고 평가한 뒤 "'유신' 때 중공업으로 산업화하면서 우리가 북한을 앞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 시련을 겪었던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송 교수는 "요즘 '유신' 욕도 많이 하는데, 국민 여론조사하면 유신 세대가 박정희를 제일 지지 한다"면서 "유신 때 억압받고, 인권 유린됐다는 사람은 민주화 투쟁한 사람들이지, 일반 국민들에게는 안 그랬기 때문에 그렇지 않겠느냐"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또 그는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의 복"이라며 "우리가 그런 대통령을 안 만났으면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같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부정부패와 독재, 군사쿠데타 등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는 숨긴 채, 성과만을 크게 부각시켰다.

 

 

"군이 대한민국 안정화, 많은 인물 만들어"

 

그는 또 '기업과 군대'가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학생들에게 "기업프렌들리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군대에 대해서 그는 "군이 대한민국을 안정하게 만들고, 많은 인물들을 만들어냈다"고 추켜세웠다. 5.16 이나 12.12 군사쿠데타 등 헌정 질서를 파괴한 군의 과거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라며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갔을 뿐이다.

 

송 교수는 강의 끝에 "나도 군대 다녀와서 이타적인 사람이 됐다, 내 아들 두 명도 다 군대 보냈다"면서 "남자들은 꼭 군대 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날 강의는 무난하게 끝났지만, 평가는 좀 달랐다. 강의가 끝난 뒤 강서공고 3학년 주임교사는 마이크를 잡고 "송 교수의 강의와 다른 시각도 있으니까, 다른 이야기도 듣고 균형 잡힌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학교 이승환(18) 학생은 "이전에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는데, 강의를 듣고 나니 좀 다른 면이 보였다"며 "나름대로 재밌는 강의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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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특강#송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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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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