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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희야, 아빠 맘마 먹을게."

 

그저 단 한마디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딸아이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 전에 기분이 나쁘거나 혼났던 것도 아니다. 고모가 사준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놀고 있던 터였다.

 

우리 부부가 주말부부로 지낸 지도 한참이 되었다. 어느덧 아내와 나, 딸아이도 상당히 익숙해지고 있다. 어제는 부천에 사는 내가 병점에 사는 아내에게 가는 날이었다. 퇴근하자마자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총 동원하여 집을 향한다. 며칠 만에 집에 가는 길이라 마음이 무척 가볍고, 설렜다.

 

차량 정체를 피해 무사히 집에 도착하였다. 열쇠로 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딸아이의 환호성이 들렸다. "아빠!"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나에게 뛰어와 안긴다. 나도 너무 반가워 녀석을 끌어안고 연방 뽀뽀를 해대며 "우리 건희, 잘 있었어요"라고 반긴다. 바로 이 맛에 아빠는 세상을 살 힘이 난다.

 

허나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향한터라 배가 몹시 고팠다. 고맙게도 아내는 배가 고플 나를 위해 저녁을 준비해 주었다. 미역국과 짱아치, 묵, 물만두가 나왔다. 보기만해도 참 먹음직스럽고, 소박한 저녁상이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딸아이와 아내가 식사를 했는지 물었다. 둘다 맛있게 잘 먹었단다. 그래서 나는 가볍게 딸아이에게 얘기하였다.

 

"건희야, 아빠 맘마 먹을게."

 

어라, 근데 이게 웬일인가! 자전거를 타며 신나게 놀던 녀석이 마구 울기 시작한다.

 

"엥?"

 

나와 아내의 어안이 벙벙해진다. 나는 평소 딸아이가 울면 자주 달래주곤 하였다. 그래서 "건희야~이리와~"라며 달래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울기만 한다.

 

'이거 난감한 걸.'

 

그 때, 아내가 와서 "건희야, 이리와" 라고 달래기를 시도했다. 배고픈 나를 위해 자신이 나선 것이다. 그런데 녀석이 반응을 보이며 엄마 품에 안긴다. 품에서 한참을 울다 서서히 진정해 간다.

 

아내의 의견을 물었다. "이 녀석 왜 갑자기 울었을까?"

 

아내도 잘 모르겠다는 듯 "글쎄"라고 답한다.

 

우리는 몇 가지 추측을 해보았다.

 

1) 오랜만에 만나 한참 놀던 아빠가 자신을 두고 밥을 먹는다 하니 순간 삐친 것이다.

2) 엄마와 아빠가 밥을 두고 얘기하며 자신을 왕따(?) 시켰다 느꼈다.

3) 자기도 뭔가 먹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는 1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만큼 딸아이와 나의 유대관계가 깊다는 방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측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아직까지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녀석이기에(20개월)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아마 이 미스테리한 사건은 앞으로도 이유를 알 수 없을 것 같다. 녀석과 말이 통할 때쯤이면 이미 어제의 일은 기억 속 저편으로 사라져있을 테니 말이다.

 

아, 이렇게 생각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제 녀석은 왜 갑자기 울기 시작했던 것일까?

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와 다음 블로거 뉴스에 함께 올립니다.


#육아일기#저녁#주말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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