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서 셀버 박사는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는데 실패한 대신 떼어낼 수 있는 접착제를 발명하게 되었다. 이 접착제는 끈적끈적하여 접착이 가능하나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어 영구적으로 붙지는 않는다. 이 상품은 오래도록 상품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3M의 신제품 개발 담당자인 아트 프라이에 의해 우리 생활의 필수품인 포스트잇이 만들어졌다.
이렇듯 우리 일상생활에서 무신경하게 쓰고 있지만 알고 보면 많은 디자이너들과 과학자들의 노력의 산물로 빚어진 물건은 많다. 지난 11월 6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는 이런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 26일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을 찾았다. 전시장에 있는 우리 생활에 자주 쓰이는 많은 생활용품이 모두 여러 과학자와 디자이너들에 의해 개발된 것들이었다. 축구공은 1836년 찰스굿이어가 가황처리된 고무로 특허를 낼 때까지 동물의 방광이 공으로 쓰였고 나중에는 가죽을 씌운 방광을 사용했다. 1855년 찰스 굿이어는 고무축구공을 처음으로 디자인하고 만들었고 축구공의 모양과 크기는 계속 바뀌어 왔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카 익스프레스 커피메이커는 1930년대에 알루미늄이 물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그러나 이런 과학적 사실이 바로 모카의 생산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고 1950년대에 들어서서 알폰소 비알레티의 동생인 레나토가 모카의 기업화를 꾀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기코만 간장병은 용기 주둥이가 흐르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과 나오는 양을 조절하는 기능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하여 주둥이 끝에 안쪽으로 향하는 각도를 줌으로써 간장이 주둥이에 고여서 테이블에 떨어지는 것을 막도록 만든 작품이었다. 이로인해 이 간장의 선적량은 2억5천만병에 이르게 되고, 이는 일본 인구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이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피올라 안토넬리는 "모든 물건은 섬세하든 거칠든 디자인의 손길을 거친다. 이번 전시회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항상 접하는 미미한 존재감을 가진 그러나 디자인 예술의 진정한 걸작이라 칭송받을 자격이 있는 물건들을 만나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연필 한자루, 포스트 잇 한 장, 아이들의 야구공, 초콜릿 한 조각도 그냥 만들어진 것은 없다. 전시회를 관람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들에게 평범하게 느껴졌던 일상의 용품들이 모두 경이로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시기간: 2008년 11월6일 ~2008년 12월31일
관람시간: 11:00~19:00
전시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제 3전시실
입장료: 무료
문의: 02-580-1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