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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7일 오전 8시40분]

 

한반도 대운하의 사전정비작업을 은밀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정부 문건이 나왔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국토부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이른바 '4대강 물길 잇기 및 수계 정비 사업(이하 4대강 사업)'에 2012년까지 14조원 이상의 예산을 책정해놓았다.

 

이 문건은 12일 부산시 건설방재국이 주관한 한 회의에서 자료로 제출됐다. <오마이뉴스>가 이번에 입수한 자료는 12쪽 분량(표지 제외)이며, 표지에는 '낙동강 하구 하천관련 사업장 선정계획 자문회의'라고 적혀있다.

 

이 문건은 국토부 건설수자원정책실에 존재하는 문건을 기초로 작성됐으며, 대외비로 분류되어 있다. 

 

국토부는 18대 총선이 끝난 직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5개 국책연구기관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지시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처음부터 '4대강 정비'라고 했어야 했는데 '대운하'라고 이름붙인 것은 홍보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해왔다. 또한 정 의원을 비롯한 안국포럼 출신 여당 의원들은 지난 5일 회동에서 "한강과 낙동강의 물길 잇기는 나중에 하더라도 하천정비와 수질개선, 수자원 확보 사업 등은 시급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방 보강하고 강바닥 긁고... 수로확보 공사?

 

국토부가 만든 이 문건은 이런 사업의 개략적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 하도 정비 ▲ 배수갑문 증설 ▲ 제방 보강 ▲ 하천 환경정비 등 9개 사업에 14조1418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문건에는 또 "정부 예산뿐만 아니라 지방비, 민간 투자 및 기금 등 사용가능한 재원을 폭넓게 활용해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하도 정비는 강의 양쪽 제방을 보강하고 수심 확보를 위해 강바닥을 긁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를 놓고 운하 수로를 확보하기 위한 준설 사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천 환경정비 사업은 운하와 관련된 레포츠 및 물류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대부분 예산이 낙동강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업비 14조원 중 낙동강에만 6조1802억원의 예산을 쏟아붓는데, 정부가 대운하의 첫발을 떼기 위해 낙동강 운하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간 경부운하 찬성론자들 사이에서는 '낙동강 운하 선착수론'이 제기돼 왔으며, 실제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등 한나라당 소속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지난 12일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조속히 시행하라"는 대정부 건의문을 국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24일 감사원은 2004년 수립된 낙동강하천정비계획에 대해 "건설교통부(국토부의 전신)가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어 영남 지자체들이 대운하를 핑계로 무리한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문건에는 "하천공사는 타 SOC사업에 비해 대규모 기계시공이 적어 현장인력 고용 효과가 크다"며 "대규모 신규 일자리 23만 명 창출로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한다"고 적혀있다. 

 

경기 부양 때문에라도 정부가 대운하 사업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자리 23만'이라는 수치는 작년 5월 이명박 경선캠프 측이 처음 제시한 것이다.

 

결국 이 문건에 나타난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논리'는 대통령의 후보 시절 주먹구구식 계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4대강 연결하는 자전거길도 추진... 대운하 없이는 불가능

 

국토부는 이 문건에서 "4대강 최상류부터 하구까지 1168억원을 들여 1375㎞ 자전거길을 연결한다"는 계획도 밝혔는데, 이 또한 4대강을 하나로 연결하는 대운하가 없이는 불가능한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문건에는 하천변의 폐천부지 및 농경지를 활용해 천변저류지(BTL, 일종의 습지)를 조성하고 BTL 등 민간의 창의성을 요하거나 운영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은 민간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BTL이 하천생태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레크레이션 등 수익사업에 활용될 것임을 시사한다.

 

국토부는 문건에서 "먹는 물의 수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변여과수 등을 개발하여 광역상수도로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문건을 분석한 이준경 부산강살리기 네트워크 사무처장은 "5년 전 낙동강 중하류권 강변여과수에 대한 기술적 검토결과는 과다한 비용 및 지하수 고갈 등의 이유로 '불가능' 판정이 났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창근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장(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이 문건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경부운하를 일단 접고 '물길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낙동강운하 사업의 기초적인 검토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복현 환경정의 정책실장은 "'하도정비'란 명분을 내세워 슈퍼제방을 만들고, 수질개선을 위해 준설도 하겠다는 이 계획은 운하건설의 수순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하천정비율이 97%인 상황에서 10년여간 하천정비에 14조라는 막대한 돈을 투여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문건과 관련 국토부 하천계획과의 한 관계자는 "12일 부산에서 열렸다는 회의에 부서 인력이 내려가거나 의견서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또다른 언론에서는 이를 시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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