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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고3 수험들을 위한 프로그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시 합격한 학생과 논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할일이 없다. 수능시험 점수가 발표되려면 아직도 20여일이 남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별로 할일이 없는 것이다. 수능시험을 마치고 거의 한달에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셈이다.

수능시험을 마친 대부분의 고3학생들이 학교에 나와서 단체로 비디오를 보거나 아니면 축구 같은 운동경기 조금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런 고3학생들에게 특강을 실시한다거나 독서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다. 결국 심신이 지친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PC방이나 집에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시 때문에 잠시 멀리했던 학생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자칫 중독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컴퓨터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다보면 대학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다. 졸업생 제자 중에서 컴퓨터 게임 때문에 대학공부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생활 자체가 어려운 사례를 자주 듣는다.

제자인 한 학생은 전문 의학대학원을 다니고 있음도 불구하고 컴퓨터 게임 때문에 대학 강의를 자주 놓치는가하면 의학공부에 크게 지장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아마 컴퓨터에 중독되거나 심하게 빠져있는 학생들은 회사에 취직을 해도 컴퓨터 게임 때문에 회사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고3학생들은 컴퓨터 게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입시에 시달린 고3학생에게 잔소리할 학부모도 없고, 그렇다고 학교에서도 이들에 대한 교육이나 배려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고3학생에게는 지금이 완전히 교육의 공황상태이다.

이런 고3학생들에게 국토순례나 여행을 권하고 싶다. 학교차원에서 단체여행을 추진하기보다는 수업이 없는 교사를 지도교사로 해서 소수의 학생들로 구성된 도보순례나 등산을 통해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 것이 효율적인 아닌가 한다. 아니면 등산이나 도보여행 전문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요즈음 학생들은 걷기도 싫어하고 단체운동도 싫어한다. 이들 학생에게 협동심과 인내심을 길러주는 도보여행을 통해 대학생활의 계획을 세우거나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방문하거나 단순하게 출석점검만 하고 돌려보내는 ‘고3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논술이나 구술면접을 준비하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은 어정쩡한 상태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고3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매우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학교에서 입시라는 굴레 때문에 인간적으로 가까이할 수 없었던 교사와 학생사이에 인간적인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사나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값진 경험을 한다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곳곳을 누비는 고3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컴퓨터 게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자연과 하나 되고 자연을 배려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작은 책 속에서 얻어진 경험보다 드넓은 자연에서 얻은 경험은 살아가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도보여행이나 국토순례 중에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와 다양한 지역의 문화와 생활을 직접 체험함으로서 우리국토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이다. 물론 날씨는 조금 싸늘하지만 고통 속에서 얻어지는 경험이나 체득된 지식은 더 값진 자산이 될 것이다. 바로 고3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다.

오지탐험가인 한비야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푸른숲)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답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걷는 것이야말로 '두뇌 회전에 가장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고요. 실제로 길을 걸을 때 뇌세포 중 약 10%가량의 기능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애들 공부, 굳어가는 내 머리가 걱정된다면 걸으면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걸어서 서울이든, 목포든, 강원도든 가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절실히 원할 때 그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맞다. 걸으면 바로 입시로 지친 머리를 맑게 할 수 있다. 수능시험을 치른 고3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혼탁해지고 지친 머리를 쉬게 하고 맑게 하는 것이다. 자신을 생각하고 타인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학생들에게 나와 타인과 자연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꿈을 꿀 수도 있고 꿈을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한비야의 말처럼 “꿈을 가진 사람은 두 부류다. 꿈을 꾸는 사람과 꿈을 이루는 사람. 소박하든 원대하든 모든 꿈은 아름답다. 그러나 꿈만 꾸고 있는 사람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요행수를 바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요행수라는 것은 없다. 꿈은 스스로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요행수나 경쟁은 이제 입시시험인 수능으로 끝내야 한다. 도보여행을 통해 자신의 노력과 고생의 결과로 목표를 이루는 실천이 필요하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 컴퓨터게임만 한다든지 형식적인 고3학생 프로그램으로 학교에서 낭비하는 것보다는 산과 들과 강이나 바다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직접 황톳길도 걸어보고 산 속 바윗길도 걸어보고 백사장도 걸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학교의 여건 상 어려운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학교와 교육청의 지원일 필요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3학생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고3학생들이 컴퓨터 게임이나 실내 활동보다는 야외에서 활동하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도보여행#한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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