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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서울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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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초등영어시수확대를 비롯한 초등영어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11월 10일부터 연 전자공청회(http://www.mest.go.kr -국민참여와 민원-정책의견) 열기가 뜨겁다.

19일 현재(밤 11시 21분 기준) 올라온 의견이 437개로 역대 최다 의견이고, 조회수로는 2290회로 역대 2위이다. 조회수 1위는 교육공무원 승진 규정 일부개정(안)으로 9949회이다. 게다가 대부분 전자공청회가 20여일 가까이 진행되는 데 비해 이번 공청회는 애초 11월 3일부터 연다고 했다가 늦어진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영어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공청회에 올라온 의견을 보면 찬성(15.3%)보다 반대(84.5%)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교과부가 10일 공청회에서 발표한 설문결과를 보면 초등 영어 수업 시수 확대에 대해 찬성(교원 55.2%, 학부모 71%)이 많았다.

교육과학기술부 홈페이지 '초등학교 영어 수업 시수 확대를 위한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전자공청회 화면. 20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찬성(73)에 비해 반대(379)가 많다.
 교육과학기술부 홈페이지 '초등학교 영어 수업 시수 확대를 위한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전자공청회 화면. 20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찬성(73)에 비해 반대(379)가 많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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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이 제시한 의견을 보면 반대의 경우 시수 증가로 초등학생들이 7교시까지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장 많다. 지금도 학습 부담이 많고 놀 시간이 없는데 7교시를 하고 오후 4시 넘어 집에 온다면 아이들이 지쳐서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는 현재 교육과정 개혁 흐름과도 위배된다. 지난 11월 7일 열린 '미래사회를 위한 국가교육과정 포럼'에서는 고등학생들도 6교시로 줄여야 창의성이 생길 수 있다는 요지의 발제가 있었다. 학습량 감축을 내세운 현행 7차 교육과정이나 2007년 개정교육과정의 취지와도 어긋나는 부분이다.

시수 증가만큼 영어학습의 효과가 그다지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으로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한국인이 영어를 학습하기에 쉽지 않고 오히려 중등학교나 필요한 시기에 집중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주로 현장에서 영어수업을 하고 있는 교사들의 경험이 녹아있는 내용이 많다.

학교에서 강조할수록 사교육만 기승을 부리고 학습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왜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시달리게 하고 기죽이게 하냐는 학부모들의 절절한 사연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주장은 학자들의 연구에서도 나온다. 지난 6월 전교조의 초등영어격차 해소 공청회에서 이병민 교수(서울대)는 대부분의 연구결과를 볼 때 영어시간을 1-2시간 늘려도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고 하였다.

또 축적된 시간의 효과는 어릴 때보다는 인지적으로 성숙했을 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어릴 때는 오히려 나중에 회복하기 어려운 격차만 심해질 우려도 있다. 또 본인이 제대로 영어교육을 하려면 6000~8000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것은 영어 시수를 확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꿈을 꾸지 말고 현실적인 목표를 정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외에도 모국어 교육이 바탕이 되어야 영어도 잘할 수 있고 민족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우려도 꾸준하게 제기되었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최우선 과제라는 현장의 염원도 강하다.

한편 찬성하는 의견을 보면 세계화 시대에 영어가 필수이고, 현재 시수로는 부족하니 늘려서 제대로 하면 영어실력도 늘고 사교육비도 줄 것이라고 하였다. 가장 우려하는 수업시수 증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찬성 의견들 속에도 교육환경 개선이 따라줘야 제대로 성과를 낼 것이라는 조언이 많이 있다.

이런 찬반의견을 보면 현재의 영어교육이 문제가 있고 어떤 식이든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영어교육의 목표와 시작 시기,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교과부는 20일에는 영어회화전문강사제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하고 12월에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전자공청회에 올라온 소중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교과부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을 하기 바랍니다.

신은희 기자는 전교조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연구원입니다.



태그:#초등영어, #영어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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