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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새마을 문고에 책을 빌리러 갔다. 책을 고르고 있는데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표지에는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표정인지, 행복해서 웃고 있는 표정인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장애아 한 명이 그려져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그 책을 보았다. 그 책은 <아주 특별한 우리형>이란 책인데,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형 종식이와 철이 없었지만 결국 형을 이해하고 돕는 동생 종민이의 이야기였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생각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재혁이었다. 재혁이는 우리 학교 1학년의 특수반에 다니는 아이다. 재혁이는 엉뚱하고 아기처럼 우리가 하는 것을 다 따라 한다. 그래서  우리 학년에서는 재혁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들이 재혁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재혁이의 엄마 때문이다. 재혁이의 엄마는 우리를 보면 매일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환하게 웃으신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재혁이를 챙겨 주고 잘 해주게 된다.

 

내가 재혁이를 좋아하는 이유

 

또 한번은 재혁이네 엄마가 연말에 선생님들께 감사하다고 선물을 드렸다. 나는 재혁이네 아빠가 파일럿이니까 비싼 선물을 주겠지 하며 생각했다. 그런데 그 선물은 비싼 물건과는 비교도 안 됐다.

 

재혁이가 직접 그림을 그린 머그컵이었다. 의미 없는 선물이 아닌 하나 하나의 재혁이의 솜씨와 정성이 담긴 선물이었다. 지금도 교무실을 가보면 선생님들은 그 머그컵을 책상 옆자리에 두고 자주 사용하신다.

 

하지만 모두 재혁이를 좋아하진 않는다. 며칠 전 점심시간이었다. 재혁이는 특수반이어서 선생님들처럼 밥을 빨리 먹는다. 그날은 우리 앞 줄에 2학년 언니들이 서 있었다. 재혁이는 평상시처럼 배식대로 갔다. 

 

그러자 재혁이를 본 언니들은 무슨 괴물 보듯이 재혁이를 보며 재혁이를 피했다. 재혁이가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인간은 누구나 감정이 있다. 재혁이도 마찬가지다. 언니들이 피했을때 재혁이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분명 속으로는 울고 있었을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은 특수반에 자주 놀러 가서 이야기를 한다. 예를 들면 재혁이가 수업 시간에 잘 참여했다거나 박수를 쳤다고 말이다. 특수반 선생님도 우리가 재혁이를 잘 챙겨줘서 그런지 우리에게 잘해주신다. 그날도 우리는 특수반에 갔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애들아 재혁이랑 매점 갈래?"

"네~재혁아 가자~ " 

 

우리는 재혁이와 함께 매점에 갔다. 재혁이는 연습장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매일 공책을 하나씩 산다. 생각해보면 재혁이와 매점을 가는 일이 익숙해졌다는 것이 신기하다. 우리가 재혁이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학기 초와 지금의 재혁이 달라도 너무 달라

 

학기 초에 재혁이는 정말 심각한 상태였다. 선생님 말로는 재혁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라고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교실에서 나가려고 하고 앞에 앉은 애들에게 침을 뱉고 결국 교실에 누워 버렸던 재혁이.

 

그땐 재혁이가 정말 무섭고 싫었다. 재혁이의 걸음걸이도 싫었고 재혁이가 박수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시끄러워서 싫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서 였을까. 재혁이는 점점 우리에게 적응을 해갔고 우리도 그런 재혁이에게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안개꽃은 내가 좋아하는 꽃이다. 그 꽃의 모양새가 좋아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 꽃은  다른 꽃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아름답고 빛이 난다.

 

안개꽃과 사람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재혁이를 싫어하던 우리의 모습은 그저 작고 의미없는 안개꽃 한 송이에 불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재혁이와 잘 어울리게 되고 재혁이를 좋아하게 된 우리들의 모습, 그 모습이 함께 할 때 아름답고 빛이 나는 안개꽃에 모습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설아 기자는 중학교 학생입니다. 


태그:#장애우, #아주 특별한 우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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