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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행정안전부·국토해양부·경찰청 등 정부 10개 부서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 동안 각 단체나 개인이 주장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이번 발표에 대해 기대, 우려, 실망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자전거 이용자와 자전거 정책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말]
정부가 곧 자전거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이 글이 실릴 때쯤이면 자전거 종합대책이 발표된 뒤일 것이다.) 이용자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리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전거라는 단어로 그동안 자전거정책 이력을 검색해 봤다.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과거에 발표했던 대책들이 좌르르 흘러나온다. 그동안 많은 예산을 들여 다양한 관련 시책을 추진해 왔는데 정작 생활에서 느끼는 시책은 별로 눈에 띄지 않으니 웬일일까.

최근 자전거 인구가 늘었지만 그동안 추진해온 시책의 성과 때문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유가 여파로 인해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자전거를 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시소비의 문제점을 지적한 베블린 효과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자동차를 타기 시작한 사람들이 자전거로 다시 돌아올 확률은 적다. 특정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강력한 추진의지를 가지고 시민들의 지속적인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시책들이 대부분 1회성 행사로 그친 탓도 크다.

자전거 대책도 대도시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시책들이 대부분이고 시골에서 자전거를 타기 위한 방안들은 거의 없다. 이용인구가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도시는 제법 자전거 출퇴근 인구가 많은 것 같은데 시골에서 출퇴근을 위해 자전거 타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경험해 보면 오히려 시골이 자전거 이용에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도. 물론 시골도 자전거 이용을 위해 고쳐야 할 점이 많다.

내가 사는 곳은 충남의 작은 도시로, 시골길을 다닐 때가 많다. 하루 왕복 20㎞ 정도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으로서 그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길 가장자리 통행 불편하다

지방도로와 국도엔 갓길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 보고 흰 선 밖으로 주행하라고 하지만, 이런 길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지방도로와 국도엔 갓길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 보고 흰 선 밖으로 주행하라고 하지만, 이런 길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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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길 가장자리 자전거 통행이 불편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보면 자전거의 통행 방법은 자동차나 보행자의 통행에 위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하며, 자전거도로로 통행하고 자전거 도로가 없을 시 보행자에 주의하면서 도로의 우측가장자리를 통행한다(법제 15조)고 되어 있다.

도로교통법상에서도 자전거는 가장 느린 차로 분류되므로 하위차로를 통행하여야 하며(법제13조) 통행 우선순위에서 가장 늦고 (법제 14조) 더욱이 다른 차량통행에 장애를 주어서는 안되기(법제17조) 때문에 도로의 우측가장자리로 피해야(법제18조)한다고 되어 있다.

법률 규정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속도가 가장 느리다는 물리적 여건 때문에 자전거는 흰 선 바깥의 길 가장자리를 통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시골 도로의 흰 선 바깥 길 가장자리 구역은 도시처럼 규격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골길의 흰선 바깥구역은 일부러 만든 곳이 아니고 도로 형편에 따라 적당히 남는 곳의 집합이기 때문에 그 넓이가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형편이 좋은 곳은 1m가 넘는 '럭셔리' 공간이 있는가 하면 통행공간이 거의 없는 곳도 흔하다.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대부분 안쪽으로 호를 그리며 자전거를 배려해 준다. 단 상대차선에 차량이 없을 때만 그렇다. 문제는 상대차선에서 교행하는 차량이 있을 때다. 자전거는 자동차와 함께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에 자동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여 자전거를 배려해주기는 어렵다.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자전거 옆을 비집고 지나가게 되는데 이 때문에 자전거가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가 흰선 밖의 폭이 넓은 곳에서는 자전거 주행공간이 확보되어 괜찮지만 폭이 좁은 곳에서는 흰선 안쪽을 주행해야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장자리 폭이 좁은 도로는 자전거 운행에 대단히 위험하다. 해결책은 도로 가장자리 흰선 바깥공간을 일정한 규격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우선 급한 대로  확보가능한 곳을 우선 포장해 자전거이용자를 배려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제법 여유 있는 길 가장자리를 이용하는데도 문제는 있다. 차량들이 흰선 안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각종 도로의 잔해들이 흰선 밖에 널브러져 있다. 부스러기들 속에는 차량에서 떨어져 나온 날카로운 쇠붙이들도 섞여있기 마련이어서 타이어 펑크의 원인이 된다. 타이어 펑크는 자전거 안전에 큰 위해다. 도로 관리부서에서 분기1회 길 가장자리 청소라도 해준다면 자전거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터널 안은 자전거 위험의 종합선물세트

터널 통행도 아주 큰 장애요인이다. 이처럼 차단막이 있는 곳은 다행이다.
 터널 통행도 아주 큰 장애요인이다. 이처럼 차단막이 있는 곳은 다행이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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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에 비하면 일반 도로는 그래도 양반이다. 유사시에 밖으로 피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이용자에게 가장 위험한 곳이 터널이다. 시골에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터널을 통과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도시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 이용자라면 누구나 터널통과의 위험을 이야기한다. 터널통행의 위험은 대부분의 자전거 여행기에서 단골메뉴로 거론될 정도로 심각하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터널은 폭이 좁아 길 가장자리의 흰선 밖 공간이 거의 없다.

더욱이 터널 안은 어둡기까지 하다. 그 때문에 터널 안에서 자전거 운행 중 자동차 소리라도 듣게 되면 머리가 쭈빗 서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자전거는 나름대로 안전등을 깜박이는등 조치를 하지만 자동차의 눈에 띄기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거의 목숨을 걸고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은 늘 발생한다.

또다른 문제는 인도라든가 도로연결지점에서 연결 턱이 높다는 점이다. 요즘 새로 만드는 구조물들은 자전거이용자를 배려하는 편이나 과거에 설치해 놓은 구조물들은 자전거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게다가 시골은 안전문제가 심각하다. 11월 15일 KBS 뉴스를 보자.

"강원도와 충북·전북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지방도는 인도 설치율이 0%에 가깝습니다. 일반국도도 6%밖에 안됩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지방도와 국도에서만 행인 9백3명이 교통사고로 숨졌습니다. …대부분의 농촌 도로에 인도가 설치되지 않아 주민들은 항상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굳이 보행자 뿐일까. 자전거 관련 불편사항과 제 문제는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문제와 직결돼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의하면 병원 응급실에 가는 교통사고 환자의 13%가 자전거 사고다. 자전거는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이 개방된 아주 위험한 탈것이라는 반증이다. 자전거가 아무리 필요하고 좋은 것이라 한들 목숨을 걸고 자전거를 탈 사람은 없다.

자전거 인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데도 노력해야 한다. 전국 자치단체에서 앞다퉈 벤치마킹을 실시하고 있는 자전거 도시 창원시는 시민이 자전거를 타다 사고로 숨지거나 다치면 최고 29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자전거 상해보험'을 처음으로 도입,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하는 좋은 사례다.

이번 발표에서 자전거 전용보험을 개발하고 보급을 지원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부디 내실있게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실있는 실천을 기대한다

정부가 고유가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자전거 이용활성화를 국가의 주요전략과제로 삼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이번 대책도 정부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없으면 과거처럼 공염불이 되고 말 확률이 높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이미 1995년도에 만들어졌으며 개정도 많이 했다. 그동안 쏟아부은 예산도 엄청날 것이다. 다양한 자전거 대책들도 중요하지만  내실있는 실천이 더 중요하다. 지난 13년간 지지부진했던 원인부터 제대로 진단하고 실효성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지난 10년동안 일회성캠페인이나 이벤트성 반짝행사로 그친 자전거 타기 행사가 초고유가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제법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이야말로 자전거 정책의 호기를 맞았으니 정부의 내실있는 실천을 통한 자전거 강국으로의 발돋움을 기대한다.


태그:#자전거 종합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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