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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30일 이랜드의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맞서 월드컵점 점거농성을 1박 2일 계획으로 시작한 우리들의 투쟁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다. 하룻밤만 자고 나오면 우리들의 문제가 알려지고 해결될 줄 알았지만, 점거기간 동안 이랜드 사측은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고 이에 분개한 조합원들은 20여일의 농성을 이어갔다.

 

점거 첫날, 도시락 비용으로 조합통장은 바닥이 나고 대부분이 주부들이라 농성 자체도 쉽지 않았기에 2교대로 농성조를 만들어 농성장에 올 때는 서로가 집에서 밥을 싸와 투쟁을 힘들게 이어갔다. 그러나 7월 20일 농성장이 공권력에 의해 털리면서 지도부는 구속되고 힘든 고난의 행렬은 시작되었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대투쟁을 하며 물대포를 맞았고 구사대에 몸이 던져져 폭행까지 당했음에도 홈에버 월드컵점, 강남 뉴코아, 홈에버 면목점 점거로 경찰에 연행되어 유치장에도 갔다 나왔지만, 무섭지가 않았다.

 

파업 한 달 전에 가입한 월드컵분회 조합원들과, 대부분 투쟁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던 아줌마들은 죽기 살기로 싸우면 우리들의 투쟁이 빨리 끝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투쟁이 길어지면서 조합원들은 건강까지 잃었다. 심한 스트레스와 겨울 추위로 구안괘사도 오고 장기간 앉아서 집회를 해 디스크까지 생겨 고생했다.

 

"동지들 그동안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더욱 어려워 신용불량에 빚까지 지게 되어 생계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파업초기 600여명이었던 조합원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금 파업이 종료되면서 남은 조합원 숫자는 186명! 그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인가?

 

첫째는 우리 아이들에겐 절대로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이었고, 둘째는 연대의 힘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조합통장이 파업 하루 만에 바닥이 나고 투쟁복 티셔츠마저 외상으로 구입하며 투쟁을 시작한 우리들이 500일 넘게 이를 이어온 것은 불가사의한 '사건'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수많은 연대동지들 때문이었다. 전국에 있는 홈에버와 뉴코아 매장의 봉쇄 투쟁, 이랜드 불매운동에 함께 해주신 전국의 동지들은 우리들과 일면식도 없이 함께 해주셨다.

 

또 많은 민주노총의 조합원들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노총 지역본부 간부님들의 헌신적인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빈 조합통장에는 투쟁기금이 답지했고 138일 동안 지켜온 월드컵점 앞 천막농성장에는 매일 지역의 동지들이 함께 해주셨다. 현재 많은 장기투쟁 사업장이 외롭게 싸우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들은 너무나 행복한 투쟁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비록 우리는 파업을 종료했지만, 조합원들은 가슴속 깊이 남은 연대의 정을 기억하며 현장으로 돌아가지만 우리가 받은 것 이상으로 연대하려고 한다. 집에서 살림만 하거나 여성가장인 엄마들이 아이들 학원비와 생활비 벌려고 나왔다가 생존권을 걸고 시작한 이번 파업 투쟁을 통해 세상이 법 앞에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철저히 보았고, 또 다른 세상은 너무나 소중하고 따뜻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동지들 그동안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이번 투쟁의 결과가 어떻게 평가될 지는 모르지만 우리들은 최선을 다했고, 삼성 홈플러스테스코에서 노동조합을 꼭 지켜낼 것이다.


태그:#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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