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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감을 표명하고 잇는 안양시
 유감을 표명하고 잇는 안양시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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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비산동 대림아파트 이중분양 사기사건이 던진  파장은 크다. 이 사건은 재개발 재건축이 안고 있는 폐단을 총 망라한, 이를테면 ‘종합선물세트’ 같은 것이다. 사기사건이 터진 지 40일이 훌쩍 지났다. 피해자들 흥분은 조금씩 가라앉고 있지만 아직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현재 3명이다. 주택조합장 김모(35)씨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9월 23일 구속됐고 시행사 새로본 건설 대표 김모(48)씨도 조합장과 공모한 혐의로 24일 구속, 9월 30일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번에는 공무원이 구속됐다. 11월12일 오후 6시 새로본 건설 대표 김모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안양시 공무원 최모(45·6급)씨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007년 9월 중순께 안양시청 휴게실에서 대림주택조합아파트 시행 대행사 대표 김씨로부터 아파트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가 구속되자 안양시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안양시는 13일 오전 10시 40분 시청 브리핑룸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해당 공무원을 직위해제 했다고 발표했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배찬주 도시국장이 대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림지역주택조합아파트 사기분양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에서는 그동안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 왔다"고 설명했다.

 대림아파트 조감도
 대림아파트 조감도
ⓒ 대림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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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공무원 최씨 구속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대림 아파트 사기 사건이 다시 뜨거워질 조짐이다. 소식을 접한 이중분양 사기사건 피해자들은 단체행동 움직임을 보이는 등 동요하고 있으며 대림산업과 법적 소송을 시작한 일부 조합원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피해자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공무원의 묵인 아래 이중분양 사기사건이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안양시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안양시장은 유감 표명이 아니라 대시민 사과와 함께 사태 해결이 될 때까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행사 자금담당이 재건축 조합장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 일이 터질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터지는 것이다. 우선 지난 9월에 구속된 두 사람에게 주목 할 필요가 있다. 사기 혐의자 김씨는 조합장이고 공모자인 또 다른 김씨는 시행사 대표다. 이 두 사람은 인척 관계다. 조합장 김씨가 시행사 대표 김 씨의 조카다. 또 조합장인 김씨는 동시에 새로본의 자금담당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런 관계가 이미 사기사건을 예고하고 있었다. 조합장은 조합원들 권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직책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시행사 자금담당 부장이 조합장 직을 맡고 있었던 것.

조합장 김씨는 이중분양으로 챙긴 돈 대부분을 새로본건설이 시행하는 안양시 호계동 주상복합빌딩 신축과 남양주 장현지구 아파트건설의 사업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진술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조합장 김씨가 새로본 건설 자금담당 부장이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훨씬 더 잘 속았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설마 시행사 자금담당 부장이 조합장을 하고 있는데 사고가 나겠냐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이다.

건설과 관련된 사고가 날 때마다 공무원들이 연관된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구속된 안양시 공무원 최씨가 사기사건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인허가 관련 ‘뇌물수수’ 혐의가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공무원이 구속된 이상 안양시도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질타를 피해가기는 힘들 듯하다. 또, 인·허가 과정 및 이중분양 과정에서 안양시 공무원들이 추가로 연루됐는지 등 향후 수사 방향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구조적 문제도 사기사건을 피해 갈 수 없게 만든 요인이다. 대림 사건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나라도 속았을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피해자들 진술서
 피해자들 진술서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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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건 피의자 조합장 김씨는 임의 조합원을 모집한다는 구실로 아파트를 이중 분양했다. 임의 조합원은 원 조합원이 사정상 조합을 탈퇴 했을 때 임의로 모집하는 조합원이다. 조합장은 19세대까지 임의 조합원을 모집할 권한이 있다. 김 조합장은 이 권리를 악용했다. 임의 조합원이란 명목으로 무려 100세대 넘게 모집한 것이다. 집 한 채를 여러 사람에 팔아먹은 것. 물론, 미끼는 시중가에 비해서 좀 싸다는 것이었다.

피해자들은 이중분양인지 전혀 확인할 길이 없었다. 특히, 본인이 입금시킨 자금 내역이 대기업 대림산업 홈페이지에 이름과 함께 그대로 뜬다는 점이 피해자들을 안심 시켰다. 이 문제와 관련, 피해자들은 대림이 묵인했거나 공모했을 가능성을 제기 하고 있지만 대림은 ‘전혀 알지 못했고 우리도 피해자’라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홈피 관리 자체를 조합에서 위탁관리 했기에 이중분양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분양 제도가 사기사건 근본적 원인

이중분양 사기사건이 터진 원인에 대해서 피해자들에게 들어봤다. 피해자들은 ‘조합운영이 투명하지 못하고 조합장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특히, 조합장에게 임의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선 분양문제’라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물건(집) 도 보지 않고 돈부터 내는 제도가 문제라는 것.

일리 있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주택 소비자들은 물건도 보지 않고 선불을 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개 조합장이 시중가 보다 좀 싼 집 한 채를 미끼로 여러 사람에게 선불을 받아 챙기는 희한안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집을 다 지어놓은 다음 가격을 흥정한다면 애시 당초 이중분양사기사건 따위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중분양 사기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현 아파트 선분양 제도를 모두 후분양으로 바꾸면 된다. 그런데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시 일반에게 분양되는 물량의 경우 지금까지 의무사항이었던 후분양을 폐지하기로 했다.

국토 해양부는 지난 11월10일 재건축 후분양제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계획’ 개정안을 1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조기에 금융비용을 재건축 추진이 원활하도록 하겠다는 이유다. 또, 조합원 자격도 사고 팔 수 있도록 했다.

이중 분양 사기사건 원인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구멍이 숭숭 뜷려 있는 허술한 재개발 규정에 있다. 사기사건에 일어날 만한 토양이 이미 조성돼 있었던 것이다. 근본 원인인 아파트 선 분양제도를 폐지하는 논의를 해야 할 때 엉뚱하게도 재건축 아파트 후분양제마저도 폐기한 것이다. 후분양제는 2003년 7월 도입된 참여정부의 재건축 5대 규제 중 하나다. 

이중분양 사기 피해자들은 현재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은 조합과 (주)새로본, 새로본 건설, 대림산업에 ‘입주금지 가처분신청’ 과 ‘잔금지급 가처분 신청‘ ’등기 금지 가처분 신청(사건번호 2008카합537 입주 및 등기 금지 등 가처분)‘ 을 해놓은 상태다.

이사할 준비 다 해놓고 기다리다가 졸지에 거리로 내몰리게 된 피해자들 한숨이 쌀쌀한  날씨와 함께 세상을 더 춥게 만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이중분양 사기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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