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MP가 독재할수록 뉴타운 빠릅니다”

“뉴타운은 무조건 MP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MP가 독재할 수 있도록 MP 밀어주어야 합니다”

“MP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밀어주어야 합니다”

“대화가 있는 독재를 해야 합니다”

 

때 아닌 웬 독재 타령인가! 건설회사 사장이 한 말이 아니다. 주택공사 전무가 한 말이 아니다. 군인이 한 말은 더더욱 아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안양시청에서 한 말이다.

 

11월 11일 오후 3시, 안양시청 3층에서 열린 '안양 만안지구 재정비 촉진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김 지사는 ‘MP' 독재란 말을 수차례 언급했다. 'MP(master planner)'는 '뉴타운 사업 총괄기획가'를 일컫는다.

 

김 지사가 한 말이 은유적이란 것은 안다. 군사 독재, 개발 독재 시대처럼 구사대를 동원해서 주민들 몰아내며 거침없이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라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아마 개발을 주도하는 총괄기획가들 말을 잘 따르라는 의도일 것이다. 또, MP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도 엿보이는 발언이다.

 

MP는 사업 총괄 기획가를 말한다. 도시계획 전문가나 건축 전문가가 MP가 될 것이다. 또, 기획단도 구성될 것이다. 경기도, 안양시, 시공사인 경기도시공사에서  MP를 선정할 것이고 아마 경기도와 안양시 관련 공무원과 각 파트별 전문가가 MP기획단에 소속될 것이다.

 

따라서 김 지사가 한 말은 개발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상급 기관 말을 무조건 잘 따라야 한다는 강력한 주문일 것이다. 

 

김 지사 말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정말 그럴까! MP가 독재를 해야 뉴타운이 효과적이고 빨리 끝날 것인가 하고 생각해보니 결론은 ‘아니다’이다. 빨리 끝낼 수는 있지만 효과적이지는 않을 듯하다.

 

아무리 은유적 표현이라도 김 지사 발언은 80년대 개발 독재식 발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독재 운운 발언 마지막에 “대화가 있는 독재를 해야 합니다”며 포장지를 살짝 씌우려 했지만 이미 수차례 ‘독재’ 를 강조한 이후에 나온 말이다.

 

때문에 김 지사 발언이 ‘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는 것은 그 자리에 있었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서울은 'MP 독재 시스템' 아닌 '주민 참여 시스템' 만들고 있는데

 

김 지사 발언은 상당히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이미 서울 강북에서 뉴타운 개발을 추진하면서 겪어온 시행착오를 김 지사는 또 겪으라고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뉴타운 지역은 개발을 빨리 추진하기 위한 ‘MP 독재 시스템’이 아닌 분쟁이나 갈등 해결을 위한 상설적 주민 참여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발생되는 갈등이나 분쟁을 주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주택 재개발·재건축 민원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강북구는 미아뉴타운 등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역 경계, 개발방식, 사업예산 등 각종 문제로 조합, 지역 주민 등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이나 분쟁이 있어왔다.

 

때문에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대화기구나 협의체 구성이 제기되어왔다. 강북구는 현재 ‘민원 협의회’를 통해 지역내 분쟁민원을 해결해서 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길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도 마찬가지다. 성동구는 지난 2007년 1월부터 ‘재개발 민원 협의회’를 만들어 재개발 이해관계자와 공무원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성동구는 이 협의체를 통해  재개발지역중 금호제23구역, 금호제19구역, 마장제2구역, 응봉대림아파트(리모델링) 등 4곳이 이 모델을 통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내는 성과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와같이 경기도보다 일찍 뉴타운 개발 사업을 시작한 서울시는 이미 시행착오를 겪은 후 그 보완책을 만들고 있다. 주민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불필요한 분쟁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다. 그래서 김 지사 발언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김 지사, 안양시 상황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김 지사 발언은 안양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안양은 이미 개발 문제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는 중이다. 안양5동과 9동 주민들이 낸 ‘주거개선지구선정취소’ 소송에서 안양시가 패소, 지구지정 자체가 취소된 판이다.

 

지난 10월 29일 수원지법 행정2부(재판장 전광식 부장판사)는 경기도 안양시 안양5동과 9동 주민 88명이 경기도지사, 안양시장,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 지정처분에 대한 취소청구' 소송에서 주민들 손을 들어줬다.

 

안양시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지난 4일에는 5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고 5일에는 9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 자리에서 그동안 쌓인 주민들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중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었다. “지난 2005년에 설명회 한 후 아직 한 번도 설명회가 없었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설명회 열어 달라” 는 한 주민의 불만 섞인 발언이다.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안양시는 개발 사업을 할 적에 ‘MP'가 독재를 해 왔다는 것이다. 민원 협의체는커녕 몇 년 동안 변변한 설명회 한번 열지 않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충분한 설명과 합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일을 진행해온 결과가 바로 ’주거환경개선사업정비구역 지정처분‘ 패소다.

 

그런데 김 지사는 그런 전력이 있는 안양시에 와서 ‘MP 독재를 하게 해 달라’고 당부를 한 것이다. 우습지 않은가. 여지껏 독재를 해 왔는데 더 독재를 하게 해 달라고 하니?

 

김 지사가 당부해야 했던 것은 ‘MP 독재하게 도와 달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주민 협의체 구성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것이어야 했다. 최소한 그래야 주민들이 투표해서 뽑은 민선 도지사다운 발언이었을 것이다.

 

'MP독재'로 행복한 뉴타운 건립될까?

 

양해각서 체결식은  큰 의미가 있는 행사다. 만안구 뉴타운 개발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안양시는 지난 9월 22일 만안뉴타운 개발 사업권자로 경기도시공사를 선정했다. 양해각서 체결식은 시공사를 선정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경기도와 안양시는 "이번 협약서 체결을 계기로 만안 뉴타운사업에 보다 가속도를 내어 우선 내년 10월 재정비촉진계획을 결정하고 2011년 8월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추진하고 2011년 8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양 만안뉴타운 사업은 안양 1·2·3동과 석수동, 박달동일대 177만6040㎡를 개발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007년 4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고시했다. 안양시는 오는 2009년 12월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이 완료되면 2010년 1월부터 단계별 사업을 추진해 2011년 8월 착공을 시작으로 공사에 나서 2020년까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뉴타운’은 무척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말이다. 새로운 도시 건설하겠다는데 누가 만류하겠는가. 김 지사 공약 사업이기도 하니 빨리 추진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뉴타운이 과연 주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 뉴타운을 보자. 원주민 재정착률이 20%를 밑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십년간 살던 곳에서 어디론가 떠났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과연 행복한 얼굴로 떠났을까?

 

더군다나 김 지사 말대로 ‘MP 독재 논리’로 추진, 빠르게만 추진한다면 주민들이 결코 행복하지는 않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MP독재, #김문수, #만안뉴타운, #안양, #뉴타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