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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고교 <한국근현대사> 가운데 특정 출판사 교과서에 대해 '11월 말까지 수정 주문하라'고 10일 오전 서울 지역 교장 240여 명을 모아놓고 공식 요구했다.

 

더구나 시교육청은 이날 고교 학교장 연수에서 "교과서 선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와 의견이 다를 경우 교장이 다르게 결정하고 교육청에 통보만 하면 된다"고 주문하면서 "교장들이 확고한 국가관을 갖고 추진하라"고 지시해 학운위 심의권 침해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 위의 시교육청 "교과서 재 주문하라" 공식 요구

 

이 같은 시교육청의 요구는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의 '교과서 6개월 전 주문 의무조항'을 위반한 것과 함께 초중등교육법이 보장한 학운위 권한 침해 조장 행위란 지적이다.

 

이날 오전 10시 역사교과서 선정 관련 학교장 연수가 진행된 서울시교육청 11층 대강당 연단에 선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검정 교과서인 <한국근현대사> 6종 중 일부가 교육방향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으로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사실상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지목했다.

 

공 교육감은 또 "2005년 좌편향 교과서 개정 국민운동 뒤 올해 교과부가 55건에 대해 수정 권고했는데도 집필진이 수정을 거부하고 있다. 편향된 교과서로는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주기 어렵다"면서 "균형 잡힌 교과서를 채택하는데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연단에 선 심은석 교과부 학교정책국장도 "올바른 교과서를 선택해 대한민국 정통성과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공 교육감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미 10월 4일까지 주문 작업을 마친 교과서에 대한 재 주문을 공식 요구한 서울시교육청 관리는 김 아무개 과장이었다.

 

김 과장은 이날 연수 마지막 차례로 마이크를 잡은 뒤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은 6개월 전에 주문토록 해서 이미 주문이 완료된 상태"라면서도 "그러나 11월 30일까지는 개별 수정은 허용하겠다. 지금 재 주문을 말씀드리는 것은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문이 완료됐더라도 다시금 학교에서 선정 절차를 밟아 수정 주문해 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재 주문 요구는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인 "학교장은 1학기에 사용될 교과용도서는 당해 학기 6월 전까지 교과용도서의 발행자에게 주문하여야 한다"(제 30조)는 조항을 어긴 발언이어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법규에서 '6개월 전 주문' 조항을 넣은 것은 학교별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최소한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법적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발언한 것이다.

 

김 과장은 이날 "법규가 있는데도 관행을 들어 재 주문을 하도록 한 것은 위법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교과부가 11월말까지 관행상 재 주문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 고위 관리는 "사단법인 한국검정도서에 문의한 결과 11월말까지 주문하면 책이 나올 수 있어서 우리 직원이 그렇게 답변했는지는 몰라도 11월말 재 주문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과장은 이날 교장 연수에서 '교과서 선정에서 학운위 결정과 다르게 교장이 주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서도 "교육청이 만든 검정도서선정절차및방법이란 지침에 나와 있는 글귀대로 원칙을 말한 것일 뿐 학운위 결정에 반하라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전교조 "위법 행위 조장은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충성서약"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교장들에게 특정 교과서를 재주문하라고 공식 요구한 것은 교육의 자율성과 정치 중립성을 부당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더구나 6개월 전 주문 법규까지 어기고 학운위 심위권까지 무시하라는 망발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 뜻에 따르겠다는 충성서약"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연 고교 학운위 학부모위원 연수 자리에서도 교장 연수와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했다. 참석자 수는 당초 교육청 예상 인원 1000명보다 적은 250여 명이었다.

 

이날 행사 시작 전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교사들은 '교과서 선정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돌리기도 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역사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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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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