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성에서 만난 감 '대봉'과 곶감용으로 깎아놓은 감.
 장성에서 만난 감 '대봉'과 곶감용으로 깎아놓은 감.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절기상 입동이 지났으니 겨울의 초입이다. 늦가을의 분위기도 그만큼 짙어간다. 계절의 묘미는 여러 군데서 느껴진다. 울긋불긋 단풍과 형형색색의 국화에서 늦가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바람결도 계절의 변화를 한껏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잎사귀를 털어낸 감나무가 주렁주렁 홍시를 매달고 있는 풍경은 뿌리치기 버거운 늦가을의 유혹이다. 어렸을 적, 아침 일찍 눈을 비비며 조그마한 바구니 하나 들고 집을 나섰다. 발길로 이슬을 떨며 닿은 곳은 감나무 아래. 밤새 떨어진 감을 주웠다.

그렇게 주운 감을 가지고 와서 된장에 찍어먹는 그 떫은맛이란…. 항아리에 며칠 보관했다가 먹는 홍시의 맛은 또 오질 정도였다. 늦가을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요즘엔 곶감을 깎는 풍경에서 늦가을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장성 백양사 입구에 늘어선 감 판매상. 장성이 '곶감의 고장'이라는 걸 실감케 해준다.
 장성 백양사 입구에 늘어선 감 판매상. 장성이 '곶감의 고장'이라는 걸 실감케 해준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감나무가 온통 가을빛으로 물든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도로를 따라 줄지어선 감나무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탐스런 감을 매달고 있다. 이 감을 보는 것만으로 입에 침이 고인다. 마음까지도 흐뭇해진다. 끝부터 빨갛게 물들어가는 감나무 잎도 정겹다.

백암산(백양사) 자락에 위치한 이 마을은 밤낮의 기온차가 높고 바람이 많아 곶감 생산의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이곳 곶감은 천혜의 자연 조건에서 건조해 부드럽고 당도가 높아 최고급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곶감으로 명성을 이어온 이 마을에서 요즘 곶감 만들기가 한창이다. 아니 끝물이다. 곶감은 ‘꼬챙이에 꽂아놓은 감’이라 해서 원래 ‘꽂감’이라 했다. 맛있는 곶감에는 재미난 말도 많다.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 한다’는 말도 있다.

곶감용 감을 깎는 부녀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곶감용 감을 깎는 부녀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한 부녀자가 감 타래에 곶감용 감을 매달고 있다.
 한 부녀자가 감 타래에 곶감용 감을 매달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마당에 쌓인 감이 수북하다. 수확의 계절답게 풍성함이 가득하다. 주민들은 감 껍질을 벗기기에 분주하다. 아낙네 수십 명이 둘러앉아 칼을 들고 일일이 감 껍질을 벗긴다. 일부 농가에서는 감 깎는 기계를 이용해 눈 깜짝할 사이 껍질을 벗겨내기도 한다.

껍질을 벗긴 감은 건조장에 가지런히 매달아 늦가을 햇살에 말린다. 연주황 속살을 드러낸 감은 특수하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걸개에 2개씩 쌍을 이뤄 끼워진다. 그리고 건조장으로 옮겨져 약 3m 높이의 감 타래에 30∼40개씩 매달린다.

감 타래가 수놓은 주홍빛 향연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쌀쌀한 늦가을 바람은 줄줄이 매달린 곶감을 감싸 안으며 맛을 키워간다. 이 감이 50∼60일 청량한 가을바람에 건조되면 달고 쫀득쫀득한 곶감으로 재탄생된다.

표면에 흰 가루가 생기면 곶감이 다 만들어졌다는 신호이다. 이는 곶감 속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고 당분이 표면으로 나와서 결정체를 이뤄 하얗게 된 것이다. 곶감은 완전히 마른 ‘건시’와 말랑말랑한 ‘반건시’로 나뉜다. 떨떠름한 듯 하면서도 특유의 달콤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가기 마련이다.

말랑말랑한 곶감인 ‘반건시’. 약간은 떨떠름한 듯 하면서도 특유의 달콤한 맛이 스며있다.
 말랑말랑한 곶감인 ‘반건시’. 약간은 떨떠름한 듯 하면서도 특유의 달콤한 맛이 스며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곶감에는 비타민C가 사과의 8∼10배, 비타민A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종합비타민제’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설사가 심할 때 곶감을 먹으면 설사를 멎게 하는 것은 곶감에 들어있는 타닌성분 덕이다.

타닌성분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몸을 따뜻하게 보강하며 장과 위를 두텁게 하고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며 목소리를 곱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력 강화와 정액 생성에 특효가 있다는 말도 전해진다.

장성군 북하면에서는 해마다 100여 농가에서 70여 톤의 곶감을 생산, 10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전남도내에서는 장성에서 210톤을 비롯 광양 90톤, 순천 36톤, 영암 5톤 등 지난해 모두 340톤 가량의 곶감을 생산하고 있다.

속살을 드러낸 채 가을햇살과 청정한 바람을 가득 머금고 달콤하게 변해가는 곶감. 이 곶감 만들기 작업이 계속되면서 산골마을의 가을은 주홍빛으로 깊어가고 있다. 이 풍경을 보는 나그네의 마음까지도 주홍빛으로 물들어만 간다.

감 판매점에 전시된 감 타래와 감. 풍성한 가을 느낌과 함께 늦가을의 서정을 갖게 한다.
 감 판매점에 전시된 감 타래와 감. 풍성한 가을 느낌과 함께 늦가을의 서정을 갖게 한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슬비가 감 타래에 매달린 감을 만져보고 있다. 주홍빛 감이 손끝으로 전해져 마음 속까지 물들이는 것 같다.
 슬비가 감 타래에 매달린 감을 만져보고 있다. 주홍빛 감이 손끝으로 전해져 마음 속까지 물들이는 것 같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곶감, #감, #장성, #백양사, #만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