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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미국발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주제로 '새정치 체험단 아카데미'가 중앙대학교 취업정보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민주노동당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정책 참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회째 진행 중이다. 행사는 한국진보운동연구소 박경순 소장의 주제 발표로 진행되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박경순 소장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시작으로 말문을 열었다. 즉, 지금의 금융위기를 단순히 금융 감독의 강화와 금융에 대한 대중의 신뢰회복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금융시장은 제조업 또는 서비스 산업과 같이 자체적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며 2001년 미국에서 IT 버블 붕괴 이후 은행들이 주택산업에 뛰어든 것을 사례로 들었다.

 

IT산업의 몰락으로 기존의 투자처를 잃어버린 투자은행들이 이윤확보를 위해 본격적으로 주택산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저금리 정책은 주택산업의 투자를 더욱 부채질 하였다.

 

박경순 소장은 그 결과가 바로 "IT 버블 붕괴 이후 2005년 전까지 미국경제를 이끌어 왔던 '주택경기 붐'이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당시 투자은행들이 이윤확보에만 급급한 나머지, 주택 담보 대출 대상자를 신용등급 C인 '서브프라임'까지 확대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투자은행들은 대출자들의 취약한 상환능력에도 불구하고 '무디스'와 같은 신용평가기관과 협력하여 모기지 상품의 등급을 의도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렇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을 품고 달리던 미국 경제는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의 금리인상 정책을 도화선으로 결국 터지게 되었다. 미국의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는 지나친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기 위해 2004년 1%였던 금리를 이후 17차례에 걸쳐 5.25%까지 인상했다. 그 결과, 자본의 유동성이 축소되어 주택경기가 침체되고 이자 부담이 커진 저소득층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게 되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금융 산업의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문제

 

박경순 소장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을 금융 감독의 부실로 환원해서 해석하는 입장을 비판했다. 대신 그는 금융위기의 원인을 '실물경제의 악화'에서 찾았다. "금융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물경제의 성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부동산 실물 경제를 금융시장이 압도"했기 때문에 금융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윤확보에만 급급했던 투자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신용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모기지 상품의 '파이'만 키웠던 것이 단편적인 사례이다.

 

중요한 것은 금융 산업의 무분별한 확장 원인이 바로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경순 소장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는 시장만능주의, 자유기업주의, 성장 지상주의를 골자로 하고" 있는데 금융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거래될 수 없는 개인채무였던 주택담보 채권이 '유동화'되었던 것도 바로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물이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각종 규제 철폐를 외치는 '시장만능주의'가 금융업 팽창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셈이다.

 

2008년 현재 미국의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한데 금융업은 20%를 넘어 가고 있다. 자본만으로도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금융업에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GM기업의 경우 자동차 생산부서와 연구개발부서는 점점 위축되고 있는 반면, 자동차 관련 금융상품을 담당하는 재무부서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박경순 소장은 설명했다.

 

그는 "결국 신자유주의 체제가 낳은 금융의 자본화는 → 산업생산력 하락 → 금융 산업의 위축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는 금융 산업을 통해 단기 수익 창출에만 골몰하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실물경제의 위축을 낳아 자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신자유주의 체제가 본격화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90여 차례 발생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1989년 유명한 역사 철학가인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소련의 붕괴 앞에서 "역사는 끝났다"고 말했다.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는 바로 미국식 자본주의의 승리이며 앞으로 100년 동안은 이 체제가 지속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난 10월 13일 후쿠야마는 '감세'와 '작은 정부론'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월스트리트의 몰락으로 종말을 고했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란 무엇일까? 박경순 소장은 그것을 바로 진보적인 우리 대학생들이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 후 바로 이어진 토론 시간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기준에는 고용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고용안정을 통해 실물경제와 내수를 부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또 한 학우는 중소기업 육성과 부동산 가격 통제 등과 같은 정책들의 필요성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5년이라는 대통령 임기의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5년이라는 임기 안에 정부는 가시적인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금융 산업이나 대기업위주의 수출구조 그리고 부동산 시장 등을 규제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박경순 소장은 "이것은 바로 정치의 문제이며 이런 악순환을 끝낼 수 있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구현할 수 있는 정치 무대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다음 행사는 11월 15일 토요일 오후 3시에 중앙대학교 취업 정보 세미나실에서 '남북 통일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진행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아카데미 회원이외에도 참석을 희망하는 사람은 참가비 3000원씩만 지불하면 얼마든지 당일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태그:#대학생새정치아카데미, #신자유주의의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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