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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문자가 왔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어라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나에겐 급하게 문자를 보낼 만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더불어 졸업여행' 중이 아닌가?

"선생님"으로 시작한 문자는 "남자애들이 이상해요" "그런데 안녕히 주무셨어요?"로 이어져서 "그런데 제가 누구인 것 같아요?"로 진행되고 있는 참이었다.

사실 그 때의 나는 다음 목적지 <오마이뉴스> 사무실로 향하는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내가 탄 버스 안에는 11월 4일부터 6일까지 이뤄진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17명의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행사는 2박3일 중 둘째 날로 접어들고 있을 무렵이었다. ('더불어 졸업여행'은 전국에서 혼자 졸업하는 초등학교 6학년들을 모아서 같이 졸업여행을 떠난 행사다.)

전국에서 모인 '나홀로 6학년' 중 한 명에게 문자가 온 것 같긴 한데, 번호만 보고는 도통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문자 몇 개를 보내다 보면 알겠거니 싶어 그냥저냥 탐색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갑자기 "제가 누군지 아세요?"라며 정곡을 찔렀다. 괜히 마음이 뜨끔했지만 순순히 백기를 들었다. "나는 너를 모르오."

결정적인 문자 한 통. "그애 휴대폰 있어요?"

정체(?)를 밝히고나자 문자는 실시간으로 이어졌다. 조금만 문자가 늦으면 "선생님, 바쁘세요?" "지금 뭐 하세요"라며 문자 폭탄이 이어졌다. 그렇게 하루 종일 그 아이의 속도에 맞춰 문자를 보내느라 지쳐있을 즈음 저녁이 되자 결정적인 문자가 전송되었다. 나에게 보냈던 그 모든 문자의 이유는 이 세 통의 문자 속에 고스란히 집약되어 있었다.

"그런데요. OO이라는 애인가?"
"여자애들 중에서 OOO이라는 애 있정?"
"그애 휴대폰 있어요?"

그랬던 거다. "심심해서 문자 보낸다"는 이 아이는 결코 심심하지 않았던 거다. 나는 그 문자를 보고 키득키득 웃음이 났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풋풋한 관심이 귀엽기도 했거니와 행사 첫날부터 21세기가 무색하게 "남녀칠세부동석"을 외치며 완벽한 성별 분리를 하고 있었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남자애들은 남자애들끼리 뛰어다니느라 바빴고, 여자애들은 여자애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기에 바빴다.

짜식! 기특하게도 그 사이에서 열심히 곁눈질을 했구나? 내가 쿨하게 "그런 건 너 알아서 하는 거야, 못 물어보면 그 때 내가 도와줄게"라고 문자를 보내자 이렇게 답이 왔다. "어떻게 해요. 물어보는 건 자신이 없어서"

결국 그 아이는 말도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즐거웠던 2박3일간의 졸업여행 일정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아이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기차역으로 버스 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왼쪽엔 새로운 오블로, 오른쪽엔 최대 댓글로 아이들의 글이 올라와 있다.
 왼쪽엔 새로운 오블로, 오른쪽엔 최대 댓글로 아이들의 글이 올라와 있다.
ⓒ 이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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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블로그에 '나홀로 6학년'들이 떴다!

원체 인터넷상의 교류에 느린 내가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 씻고, 잠시 눈을 붙이고, 친구를 만나서 저녁을 먹는 동안 오마이뉴스 블로그에선 한바탕 난리가 나고 있었다.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교류를 하는 것에도 익숙한 세대였던 거다.

헤어짐을 아쉬워할 새도 없이 아이들의 글은 순식간에 몇 페이지를 넘겨 버렸고,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더불어 졸업여행' 블로그가 새로운 오블에 떠 있었다.

누군가는 '맘에 드는 그녀'에게 열심히 말을 걸고 있었고, 누군가는 자기 싸이 주소를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일목요연하게 감상을 정리해놓은 아이, 자기 사진을 올려놓은 아이, 악성 댓글(?)을 다느라 신난 아이. 모습도 글도 다양했다. 예를 들면 이런 글이다.

몰라 : 안녕 형아들 나 민교야 나는 이렇게 만나서 재미있었어.
        그리고 이렇게 서울을 돌아 다니고 오마이스쿨에 와서 형들이랑 농구도 하고
        이런 게 다 추억이 될 거 같아. 만나서 재미있었어. 언젠간 꼭 만나자.
과연누굴? : 나도 좋은 추억이었는데…. 쩝…. 헤어지니까…. 아쉽네.
오우거친구 : 똥싸네

애들아 이 사진에 있는 아이들은 유(유치원),1, 2, 3, 4, 5학년 이야 잘봐죠. 1. 유치원 2. 1학년 3. 2학년 4. 3학년 5. 4학년 6. 5학년 7. 나 (정욱)
▲ 블로그에 정욱이가 올린 사진. 애들아 이 사진에 있는 아이들은 유(유치원),1, 2, 3, 4, 5학년 이야 잘봐죠. 1. 유치원 2. 1학년 3. 2학년 4. 3학년 5. 4학년 6. 5학년 7. 나 (정욱)
ⓒ 우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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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푸게 봐주셈여 ^^
▲ 블로그에 새별이가 올린 사진. 잇푸게 봐주셈여 ^^
ⓒ 이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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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올린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 답게 깜찍하고 기발한 사진들로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하나 하나 읽다보면, 때론 웃음이 나고, 때론 마음 한 구석이 짠해졌다.

첫 날에는 그렇게 서먹서먹해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던 아이들이 돌아가는 날이 되자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고, 이메일을 교환하고, 다음에 꼭 보자고 다짐했다. 아이들이 친해지는 모습을 보니 적어도 이 행사에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방법

이 모든 게 한 번에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처음엔 앞만 보고 있던 아이들이 조금씩 옆을 보게 되고 그러다 가끔 눈도 마주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웃음을 익히고 취미를 공유하면서 그렇게 서서히 서로에게 다가가게 된 것이 아닐까.

드넓은 갯벌이 떠오른다. 갯벌에 물이 들어오는 건, 어느 한 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바다라곤 생각할 수 없는 넓고 검은 진흙 사이에 물이 조금씩 스며들 때 까지도, 우리는 쉽게 바다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언제 이렇게 물이 들어왔지?"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면 바다는 성큼 다가와 있었다.

졸업여행의 두번째 날, 강화도의 아름다운 갯벌에 앞에 서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아이들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모습도 꼭 이 갯벌을 닮았다고. 그래서 이 아름다운 아이들의 만남을 꼭 지켜주고 싶다고.

블로그 속, 아이들의 수다

안녕 하세요 "권영달"입니다..
지금은 이것을 이용하고 있지만 싸이도가끔 합니다..
이걸 더욱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 그리고, 싸이도 버디도 좋습니다
싸이면 싸이:예/홍길동@LOVE.CO 버디면 버디:사랑이믿음이
제버디 아뒤는 "사랑이믿음이" 에요.
그다음에. 싸이월드는 "cjstk@kk.kk 으로 해주세요
아니면 고객님께서 말씀해 주시던가요
그리구.닉네임"예"라는 사람 누구임? 한판 사우고 싶다..시비 거는분이라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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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누굴? 2008/11/07 20:54  
야이 삐리리리리리리.. yjoper << 내아뒤 친추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 이애는 해원이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득키득 2008/11/07 20:57  
이런 ***야 삐리리리리리리 인데 내가? ㅋㅋ반복은 왜 하냐 인터넷언어 심하다...ㅋㅋㅋㅋ
해원이라는 놈은 누구지?????ㅋㅋㅋ 이제 버디 깔았다 사랑이믿음이친추

과연누굴? 2008/11/07 21:17  
알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형이 하고있어서 접속은 못해 ㅋㅋㅋㅋㅋㅋㅋ

키득키득 2008/11/08 07:56  
니네형에게 들었다

키득키득 2008/11/08 13:03  
야 버디 아뒤 친추해

예 2008/11/08 14:54  
덤벼

키득키득 2008/11/08 19:33 
그래 한판까자....ㅋㅋㅋ

과연누굴? 2008/11/08 17:5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자한테 댐비래 ㅋㅋㅋㅋ..아 ㅎㅎ 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누굴? 2008/11/08 19:48  
니가 해원이를 건드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한테 뒈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누굴? 2008/11/08 19:48  
여자때리는거는 못참음 ㅋㅋ

덧붙이는 글 | http://blog.ohmynews.com/chingu2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 블로그



태그:#더불어 졸업여행, #나홀로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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