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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사람들이 아닌 못난 사람들이 만나 주인공과 구경꾼으로 어울린 한마당
▲ 영호남 못난이 큰잔치 잘난 사람들이 아닌 못난 사람들이 만나 주인공과 구경꾼으로 어울린 한마당
ⓒ 최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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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고 고운 실빗살
청포닙에 보실거릴 땐 오시구려
마누라 몰래 한바탕
비받이 양푼갓에 한바탕 벌려놓고
도도리장단 좋아 헛맹세랑 우라질 것
보릿대춤이나 춥시다요
시름 지친 잔주름살 환히 펴고요 형님
있는 논만 논답니까
사람은 매한가지
도동동당동
우라질 것 놉시다요
(김지하 시인의 시 '형님' 중에서)

전라도와 경상도가, 경상도와 전라도가 장날마다 만나는 경계지. 화개장터에서 영호남의 소리와 춤이 만나 질펀하게 한바탕 놀이마당을 펼쳤다.

지난 8일 11시부터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옆 하천에서 <영호남 못난이 소리·춤 큰잔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내년 본 행사를 앞두고 열린 예비대회 성격으로 준비되어, 잔뜩 흐린 날씨 속에서도 평범하고 못난 사람들이 주인공과 구경꾼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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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 못난이탈 .
ⓒ 최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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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못난이탈 .
ⓒ 최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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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잔치는 김지하 시인이 지난 7월 목포에서 열린 '전국우수마당극제전' 특강에서 '영호남 못난이대회'를 열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고, 부산대 교수인 채희완 민족미학연구소장이 나서 예술감독까지 자처했다.

또 하동의 차 재배기업인 쌍계제다, 목포중앙고교 재단인 근화학원, 목포의 극단 갯돌, 쌍계사, 하동군 등이 지원하면서 화개면 이장단협의회와 부녀회까지 동참을 이끌어 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예술단체만 25개 정도 되고, 소리 및 춤꾼들도 나섰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신경림/파장)
▲ 김지하 시인 모심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신경림/파장)
ⓒ 최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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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대표하는 이원규, 박남준 시인도 참여했고, 지리산 삼성궁에서는 하천돌밭에서 돌탑쌓기 퍼포먼스도 벌였다. 구당 뜸사랑봉사단, 부산 동주대 사진영상과 학생들까지 나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화개주민들은 막걸리와 국밥을 마련했다.

한번 제대로 놀아보자는 난장이 펼쳐진 것. 먼저 <씻김마당>에서는 행사의 취지를 알리는 각종 깃발과 영기가 걸리고 지리산 삼성궁 한풀 선사의 지도 아래 참가자들이 7개의 돌탑을 쌓았다.

각자 터를 잡고 한바탕 놀이를 시작했던 영호남의 각 지역 풍물패들이 각종 깃발과 만장, 영기를 앞세우고 본마당에 입장해 떠들썩한 풍물굿마당을 벌였다.


청수와 상징기를 단 중앙에 모시고 각 단체별, 개인별로 준비한 지역 특산물로 상을 차렸다. 이어서 마고춤과 삼성궁의 의례무를 올린 후 다시 풍물가락이 울리며 풍류, 신시, 의통, 화백, 모심(씻김), 살림, 깨침 등 7개 무리로 나뉜 무리들이 차례로 장두를 앞세우고 돌탑 주위에 깃발을 꽂았다. 또랑광대들이 등장해 행사 취지를 맛깔나게 설명하고 노래와 애송시, 헌다 순이 이어졌다.

내년에 다시 열겠다 화백회의 결정 공표
▲ 황선진 화백회의 대표 내년에 다시 열겠다 화백회의 결정 공표
ⓒ 최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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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살림마당>이 펼쳐졌다. 화개주민들이 가마솥에 국밥을 끓여 막걸리를 내놓고 하천둔치에서는 구당 김남수 옹의 제자들로 구성된 영호남 뜸사랑봉사단 회원들이 침과 뜸으로 봉사활동을 펼쳤다.

또 이어 한 쪽에서는 화백회의가 진행되고 본마당에서는 영남과 호남의 소리꾼, 탈춤꾼, 풍물잽이, 또랑광대, 이야기꾼, 시인, 노래꾼들이 못난 솜씨로 한바탕 경연대회를 열었다.

푸짐한 상은 없었지만, 넘치는 흥겨움이 대신했다. 구경꾼도 따로 없고 인근 지리산, 섬진강 너머 백운산의 오색 숲들만 구경꾼이 될 뿐이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깨침마당>에서는 황선진 밝은마을 이사장이 화백회의에서 결정된 "내년에 다시 큰잔치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만천하에 공표했다. 다시 극단 갯돌의 품바공연으로 영호남 못난이 잔치는 끝이 날줄 몰랐다.

덧붙이는 글 | 참가단체-(사)만족미학연구소/화개면이장단협의회/화개면부녀회/부산민예총/창탈 지기금지/고성 말뚝이춤/목포극단 갯돌/광주놀이패 신명/통영놀이패 새터/서울놀이패 한두레/대전민족예술단 우금치/서울 김호언 법사/광주전통문화예술단 굴림/광주전통문화연구회 얼쑤/광주 무진농악단/광주 내드름/익산 서동선화풍물패/영광 우도농악보존회/광양버꾸놀이보존회/구례 섬진강 아라리/섬진강판소리문화학교/진해 국보예술단/부산노동문화예술단 일터/부산굿패 영산마루/영산 큰들 풍물패/부산 임현미(춤)/부산 조영미춤패/부산 김계자(가야금병창)/진주 강동욱(춤)/부산 김현일(태평소)/부산 홍순연(소리)/ 창원 손양희(소리)/마산 김산(노래)/ 창원 이성원(노래)/거창 하귀영(춤)/산청 사이(노래)/하동 뫼가람풍물패/ 부산 서영화(소리)/부산 허경미(소리)/부산 양일동(소리)/ 부산 블루웨이브/구례 이원규 시인/ 악양 박남준 시인/부산 이호근(영상)/부산 최우창(사진)/부산 이장수(사진)



태그:#영호남못난이큰잔치, #화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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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어용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세월호사건 후 큰 충격을 받아 사표를 내고 향토사 발굴 및 책쓰기를 하고 있으며,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인생을 정리하는 자서전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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