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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기차역에서 찾아간 동강은 굽이굽이 물줄기가 예술인 강입니다..
정선읍에서 덕천리까지 애마 잔차를 타고 달려가 보았습니다.
 정선기차역에서 찾아간 동강은 굽이굽이 물줄기가 예술인 강입니다.. 정선읍에서 덕천리까지 애마 잔차를 타고 달려가 보았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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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의 오대천과 정선의 조양강이 합쳐져 탄생한 동강은 영월읍을 향해 흐르다 다시 서강과 합쳐져 흘러흘러 남한강과 북한강을 만나 한강까지 이어지는 길고도 소중한 우리의 강입니다.

한강의 부모뻘이 되는 강이니만큼 숱한 산들과 절벽들이 둘러서서 굽이굽이 동강길을 내내 호위하고 있는 모습이 믿음직스럽고 자못 장엄하기도 합니다.

더욱 특별한 것은 제주의 우도에서나 보았던 청정바다의 진한 옥빛 색깔을 동강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암댐 때문에 동강이 장쾌하기 흐르지 못하고 많이 탁해지고 훼손되고 있다고 하는데도 그 진한 옥빛 강물이 남아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참 다행한 일입니다.

강원도 정선의 동강길을 산간 오지의 여행길이라고 하지만 근래에는 강 옆 임도가 아스팔트로 포장되면서 차로는 물론 자전거로도 달릴 수 있는 길이 되었습니다. 그 중 정선 기차역에서 예미 기차역 사이의 동강길이 무난한 자전거 여행길로 추천할만한 길입니다.

구체적인 지역명으로는 정선읍 - 귤암리 - 가수리 - 운치리 - 고성리 - 덕천리의 코스가 되겠습니다.

길은 줄곧 동강의 바로 옆을 따라 이어지며 산골 오지 특유의 쓸쓸하기도 하고 그림같기도 한 마을들과 산과 절벽들이 파노라마처럼 쉬지 않고 나타납니다.

매 2일, 7일과 주말에 정선 오일장이 열리는 정선 기차역에서 내려 친절한 역무원 아저씨의 설명과 함께 지도를 한 장 얻고서 오일장이 열리는 정선읍도 구경하고 조양강을 향해 갑니다.

정선 오일장은 동네 시장같은 작은 장터이지만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혹은 관광버스를 타고 구경들을 오는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이런 먼 곳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니 정선 기차역의 시끌벅적함이 참 흐뭇하고 훈훈하게 느껴집니다.

도시인들이 좋아하라고 알록달록 색소를 들인 예쁜 감자떡과 두툼한 수수 부꾸미떡으로 배를 채우고 애마 자전거의 페달을 불끈 밟습니다.

 사람 냄새나는 정선 오일장 구경은 동강여행의 보너스입니다.
 사람 냄새나는 정선 오일장 구경은 동강여행의 보너스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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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읍을 벗어나자마자 동강으로 가는 조양강이 쨘~하고 나타날줄 알았는데 전방에 갑자기 '솔치재 (420m)'라고 써있는 표지판과 함께 긴 언덕길 겸 차도(42번 국도)가 나타나네요.

MTB도 아닌 작은 바퀴의 접이식 자전거로 감히 동강길을 쉽게 보았느냐는 듯, 갓길도 없는 차도의 긴 언덕길은 초장부터 진을 빼놓기도 하고 동강 자전거 여행의 긴장을 높이게도 합니다.  

저의 모자란 체력과 운동부족을 탓하며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끌기도 하며 솔치재를 오르자니 어느덧 불행 끝 행복 시작의 신호탄인 내리막길이 나타납니다. 평소엔 사용하지도 않는 자전거 기어의 최고 단수인 7단으로 내리막길을 야호~ 소리치며 씽씽 달리자니 어느새 눈앞에 광하교 다리와 함께 동강길 입구 팻말이 보입니다.  

성수기의 관광철이 아닌 늦가을의 동강길은 입구의 안내 관리소가 비어있지만 차들이 거의 안다니니 자전거 타고 가기는 참 좋네요. 동강을 병풍처럼 둘러선 울긋불긋 가을 산들과 동강가의 새들, 동네의 개들이 짖는 소리가 자전거 여행자를 반겨줍니다.

 동강가의 작은 아스팔트 임도를 따라 산과 절벽과 마을들을 지나갑니다.
 동강가의 작은 아스팔트 임도를 따라 산과 절벽과 마을들을 지나갑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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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맑고 아름답다는 뜻의 마을 '가수리'의 동강은 정말 옥빛의 고운 강입니다.
 물이 맑고 아름답다는 뜻의 마을 '가수리'의 동강은 정말 옥빛의 고운 강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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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강과 이웃한 마을들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들은 옛날엔 정겨운 섶다리였다는데 보고 싶네요.
 동강과 이웃한 마을들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들은 옛날엔 정겨운 섶다리였다는데 보고 싶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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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희 시민기자의 기사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동강 할미꽃이 피는 동네 귤암리가 나타납니다. '동강 할미꽃 피는 곳'이라고 안내판도 있는 높은 암벽들을 보니 정말 저런 돌틈에서 피어나는 할미꽃은 어떤 꽃일까. 사진으로는 보았지만 내년 봄에 다시 와서 실제로 꼭 보고 싶네요.

늦가을의 동강가에는 추수를 마친 옥수수들이 쌓여있는 옥수수밭과 곧 김장할 때 쓰여질 시퍼런 배추밭, 새들이 배부르게 먹고 있는 주황색 감들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들의 행렬입니다.

다행히도 더이상 급경사의 언덕길이 없는 평탄한 동강길을 편안하게 달리다보니 문득 동강의 물빛이 어디서 많이 본 색깔입니다. 예전 제주 우도의 바닷가에서 보았던 곱기가 이를데 없는 옥빛의 색을 지닌 동강이 저와 함께 나란히 흘러 가고 있는 겁니다. 제가 지나가고 있는 동네는 가수리인데 진한 옥빛의 동강과 물이 맑고 아름다워서 지어진 마을 이름이 어쩌면 정말 딱 어울립니다. 

구불구불 동강길에는 마을들로 들어가는 낮고 작은 잠수교 다리가 있는데 지금은 차가 들어가기 위해 만든 아스팔트 다리이지만 예전에는 보기만해도 정겨운 섶다리였다고 합니다.

저도 영월에서 작은 개천위를 지나가는 섶다리를 건너본 적이 있었습니다. 보기엔 나무 줄거리로 얼기설기 만들어진것 같지만 참 튼튼하고 구름 위를 걷는 듯 푹신푹신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가수리에서는 관광용으로 섶다리를 만들어 구경하고 가라고 지도가 그려진 팻말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운치리 마을에서 만난 운치분교는 정말 작고 가을운치가 있는 귀여운 학교입니다.
 운치리 마을에서 만난 운치분교는 정말 작고 가을운치가 있는 귀여운 학교입니다.
ⓒ 운치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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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추수가 끝난 옥수수밭과 주렁주렁 열린 까지밥 감나무가 동강의 산하와 잘 어울립니다.
 가을 추수가 끝난 옥수수밭과 주렁주렁 열린 까지밥 감나무가 동강의 산하와 잘 어울립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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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산은 조금만 올라도 동강 주변의 산하가 훤히 보입니다..다음엔 산행하러 꼭 가봐야 겠습니다.
 백운산은 조금만 올라도 동강 주변의 산하가 훤히 보입니다..다음엔 산행하러 꼭 가봐야 겠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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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담한 운치분교가 있는 운치있는 동네 운치리는 인기 예능프로인 KBS <1박2일>에도 나왔던 마을입니다. 1980년대만해도 운치초등학교는 인근 고성리에 운치초등학교 고성분교까지 있었다는데 지금은 다행히 폐교되지는 않고 자그마하고 귀여운 운동장과 교정을 가진 분교로 남아있습니다.

어릴적 다니던 초등학교(제겐 국민학교)가 생각나 노랑 은행잎들이 쌓여 있는 작은 교정을 구경하다보니 그만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과 거리가 멀어져 홀로 되고 말았네요.

구불구불 동강을 위에서 조망할 수 있는 백운산(882m) 자락의 동네 고성리와 덕천리에 다다릅니다. 고성리와 덕천리에는 삼국시대때 지어졌다는 오래된 고성산성과 칠족령이 있어서 조금만 오르면 동강의 아름다운 물굽이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엔 칠족령을 가기로 하고 고성산성은 몇 달 후인 내년으로 기약합니다. 

고성리를 지나가다 '덕천리-제장마을'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자전거 핸들을 돌립니다. 백운산도 오를 수 있고 칠족령도 갈 수 있는 마을이지요. '장이 설만하다'라고 해서 이름 지어진 제장마을은 역시 섶다리를 대신한 작은 잠수교를 건너서 들어갑니다. 

연기와 함께 그 냄새가 너무 구수하여 대문도 따로 없는 집 마당을 들여다보니 어느 할머니 한 분이 큰 솥에 군불을 때며 무언가를 끓이고 있습니다. 무엇을 끓이시냐고 냄새가 참 구수하다고 여쭈었더니 두부를 만드신다네요. 갑자기 배가 고파옵니다.

'오늘 오일장날인데 정선에 안가세요' 하니 내일 도시에서 오는 자식들과 김장을 해야해서 집에서 김장준비를 하신다고 하네요. 내일 집 마당에서 자식들과 함께 김장재료들을 펼쳐놓고 푸짐하게 김장을 하실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작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반가운 동네 꼬마들에게 칠족령을 물어보니 담박에 알려줍니다. 아름다운 숲길이 있는 걷기 좋은 백운산 자락의 칠족령은 가을이라 더욱 운치가 있네요. 끝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강원도 산골 숲의 깊고 진한 공기와 발밑에서 흐르는 아름다운 동강의 물굽이는 잊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관계상 덕천리에서 달리기를 멈추었지만 동강은 내년에 또 보자며 다음 동네인 마하리를 거쳐 영월읍을 향해 천천히 구불구불 흘러만 갑니다.

 가을 동강길에서 만나는 마을들은 쓸쓸하기도 하고 푸근하기도 합니다.
 가을 동강길에서 만나는 마을들은 쓸쓸하기도 하고 푸근하기도 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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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가을 동강길에는 문을 연 식당이 잘 안 보이니 먹을거리를 꼭 지참하세요.



#동강#정선#정선오일장 #조양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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