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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정부와 보수언론의 '인맥·공통점 찾기 삼만리'가 점입가경이다. 얼마전 MB와 오바마가 닮았다느니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라느니 하는 논평으로 실소를 자아내더니, 지난 7일엔 "MB-오바마, 사주상 내년엔 찰떡궁합<(조선일보>)"이란 인터넷 기사로 네티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기사에 의하면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제20회 서울국제역학대회'가 열렸는데, 대회에 참석한 일부 역술가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운세를 예측하면서 두 사람의 궁합이 잘 맞는다고 전언했다는 것이다.

 

시대착오적 발상에 실망 

 

자고이래로 명분) 없는 통치(정치)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입증해 왔다. 공자 역시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하겠느냐는 제자의 물음에 "반드시 명(名, 명분)을 바로잡겠다"고 대답했다(<논어> 자로편).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명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명분이 사람에게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며, 명목과 본분 사이를 일치시킴으로써 사회 질서를 확립시키는 규범이 되기(한국민족문화대백과)"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보수언론이 MB, 오바마 공통분모 찾기에 골몰한다든지 굳이 '진보'란 말 대신 '중립(중도)'이란 수식어를 오바마에게 부여하는 이유는 미 대선 이후 예상되는 한미 간의 정치·외교 지형의 변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또한 현 정부의 취약한 명분적 기반을 그나마 견인해주던 부시 정부가 무대 뒤로 퇴장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발생할 공백 상태에 대한 두려움·당혹감의 표시로도 볼 수 있다. 역대정권들(특히 박정희·전두환 정권)이 지지기반이나 도덕성, 명분상의 취약성(결함)을 한미동맹관계를 통해 보완·상쇄했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 정부 역시 조기 레임덕의 문턱에 서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인 만큼 한미동맹관계에 거는 기대가 클 것으로 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에 대한 정부와 보수언론의 자의적인 해석도 한미동맹관계를 염두에 둔 자구책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부와 보수언론이 보여준 논리의 비약과 소아적 발상은 실망을 넘어 절망감마저 느끼게 했다. 오죽하면 '오바마와 이명박, 발가락이 닮았다'는 문구까지 등장했겠는가? 게다가 이번엔 '서울국제역학대회'란 우회로를 통해 정부에 유리한 명분을 축적하려 했으니니 더 말해 무엇하랴?

 

본분 다할 때 명분도 생긴다

 

국어사전에서 '명분'이란 말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①각각의 명의나 신분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군신·부자·부부 등 구별된 사이에 서로가 지켜야 할 도덕상의 일을 이른다. ②일을 꾀하는 데에 있어 내세우는 구실이나 이유 따위."

 

공자가 말한 명분, 즉 정명의 주요 내용도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운 것"으로, 이는 군신·부자를 비롯해 모든 인간관계에서 각자의 명분에 해당하는 덕을 실현함으로써 올바른 질서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는 명분론을 "인간이 각각의 지위에 따른 의무와 규범을 충실히 지키는 것을 도덕적 당위로 내세우고, 그것을 통해 사회질서를 바로잡고자 한 사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진정한 명분은 각자 주어진 본분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지 작위적인 방법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대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한미동맹관계에 매달리거나, 자의적인 해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우회적인 경로를 통해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정부·국민·기업·공무원·학생·군인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 주어진 본분을 충실히 이행할 때 비로소 명분이 바로 서고 사회질서가 확립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와 언론이 건전하면 국가와 사회 전체에 건강한 활력이 넘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곳곳에서 악취가 진동하게 마련이다.

 

과연 지금 한국 사회는 건강한가?


태그:#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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