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모습. 이 장면은 제가 2년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 장소는 이 글에 언급된 곳과 관련 없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모습. 이 장면은 제가 2년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 장소는 이 글에 언급된 곳과 관련 없습니다.
ⓒ 이상규

관련사진보기


어제 저녁 11시 즈음이었습니다. 지하철과 가까운 서울의 모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들끼리 서로 말다툼을 벌이는 불미스런 일이 벌어진 것이죠. 이날 날씨가 평소보다 춥다보니 사람들이 집으로 빨리 돌아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줄을 섰는데, 어느 한 사람의 몰지각한 행위가 분위기를 좋지 않게 몰아간 것이죠.

지하철역이 출발지점인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릴 때는 자연스럽게 두 줄이 형성됩니다. 하나는 버스 의자에 앉기 위해 먼저 줄을 서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격에 속하는 사람들이 버스에 오른 뒤 '입석 형태로' 버스에 서서 타기 위해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줄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죠.

문제는 버스에 서서 타려는 사람들끼리의 줄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였습니다. 그 앞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다른 줄에 있던 '문제의' 한 중년 남자가 여러 차례 호루라기를 불면서 아주머니들을 제지한 것이죠. "아줌마 지금 뭐예요. 왜 새치기해요"라고 큰 소리치며 아주머니들이 버스에 오르는 것을 막으려 했습니다. 그것도 제가 있던 곳과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그 장면을 뚜렷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아저씨는 호루라기와 큰 소리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대열에서 이탈하면서 아줌마들에게 다가가 호루라기를 계속 불어댔습니다. 이어 자신과 가까이에 있던 어떤 젊은 남성의 팔을 잡으며 "야. 너 마을버스 안탈꺼지"라며 자기도 모르는 사람에게 격렬한 어조로 반말을 일삼더군요. 아주머니들이 아저씨 행동에 불쾌함을 표시했자먼 아저씨는 계속 그 젊은 남성을 물고 늘어지면서 어느덧 버스 문 앞까지 걸어갔습니다.

순간 제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야~. 저 아저씨 머리 상당히 비상하네. 빨리 버스에 오르고 싶어 저렇게 행동하다니. 호루라기는 어디서 난 거야. 정말 추하다.'

아주머니들과 아저씨의 말다툼이 계속 되니까 마을버스 출발 시간은 지연 되었고, 줄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다른 아저씨가 그 아저씨에게 "이봐요. 마을버스 빨리 타고 싶은 거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니까 타기나 해요. 그게 뭡니까?"라고 말하자마자 그 아저씨는 잽싸게 마을버스에 오르더군요. 그것도 아주머니들을 제치고 새치기에 '성공(?)'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사람들은 어이없는 반응을 나타내며 "아니, 뭐 저런 아저씨가 다 있어", "나이값을 저렇게 못하니 이거 원", "이건 엽기야 엽기" 등의 혼잣말을 내뱉으며 짜증이 밀려왔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 아저씨가 버스를 빨리 타기 위해 호루라기를 동원하여 새치기를 하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죠.

물론 새치기는 잘못된 것입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노인이나 장애인이 아닌 '체격 좋은' 중년 남성이 의도적인 새치기를 벌였다는 것이죠. 당시 그 아저씨가 정장을 입고 있어서 실제로 무슨 직업에 있는 사람인지 궁금합니다만, 공공장소에서의 추태는 그 아저씨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장소가 몇몇 중년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새치기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던 것이죠. 어떻게든 빨리 타려고 자기보다 젊은 사람들이 줄 앞에 있으면 무조건 새치기를 하더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제가 맨 앞줄에 있으면 새치기 하는 사람들을 직접 제지하면서 "뭔데 새치기합니까?"라고 따끔하게 말하는 스타일입니다만, 호루라기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날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뒤에서 쏜살같이 달려오던 어떤 중년 아저씨가 새치기를 하기 위해 저를 밀어내려고 한 것이죠. 젊은 사람들에 비해 체격이 작은 제가 그렇게 만만했나 봅니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두 손으로 제 몸을 세게 밀었음에도 저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버스에 올랐습니다.(제 몸이 단단하거든요.) 제 뒤에는 그 중년 아저씨보다 더 많은 나이에 속하는 노인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 중년 아저씨는 저뿐만 아니라 노인까지 제치고 새치기를 하려던 셈이었죠.

저는 아직도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을 기억합니다. 제가 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줄에 있지도 않았던' 두 명의 중년 아저씨가 제 뒷통수를 세게 때리며 "너 뭐하는 새X인데 새치기를 해"라고 격노하더니 오히려 그 아저씨들이 저를 앞지르고 새치기를 하여 버스에 오르더군요. 그 모습을 저희 반 친구들이 봤던 것이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 정말 챙피했습니다. 이런 악몽 때문에 중년 아저씨들의 새치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더군요.

저는 중년 아저씨들 전체를 비하하기 위해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버스 안에서 혹은 지하철 안에서 노인이나 장애인, 임산부가 있으면 자리 양보하시는 중년 아저씨들 그리고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으니까요. 어딜가든 젊은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중년분들이 많으셔서 제 마음 속에서 그분들의 심성을 좋게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몇몇 아저씨들의 새치기는 젊은 사람들, 더 나아가 어린이들에게 나쁜 본보기만 보여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문제삼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혼자 편하게 지내기 위해서 새치기를 일삼고, 심지어 호루라기까지 부는 꼴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버스 정류장뿐만 아니라 대형 마트에서도 몇몇 아주머니들이 새치기를 일삼는 것인데 이것 때문에 고객들끼리 카운터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종종 봤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줄을 서고 있다가 한 30대 여성에게 새치기를 당했던 경험도 있고요. 아직까지 사회 전체적으로 새치기가 만연하게 나타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새치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