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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성 14성문을 종주하게 된 사연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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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획자 이광국 선생이 북한산성 14성문을 종주하자고 제안했다. 이광국 선생과는 이미 '경주 남산 완전정복', '서울 성곽 답사'를 함께 한 바 있고, 이들 답사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북한산성 종주에 흔쾌히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에 북한산성 14성문을 종주하게 되면 북한산과 북한산성 그리고 14성문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광국 선생이 카페에 북한산성에 대한 자료를 올려놓아 그것을 토대로 먼저 종주 일정과 코스를 확인한다. 11월1일(토)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10시간 북한산성 일원을 답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만나 버스로 북한산성 입구까지 간 다음 그곳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종주 코스는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 다시 그곳으로 내려오는 원점 회귀 산행이다. 이들 코스를 순서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산성 지도
 북한산성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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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 - 수구문 - 중성문 - 대서문 - 의상봉 - 가사당암문 - 용출봉 - 용혈봉 - 증취봉 - 부왕동암문 - 나월봉 - 나한봉 - 청수동암문 - 문수봉 - 대남문 - 대성문 - 보국문 - 칼바위 갈림길 - 대동문 - 동장대 - 북한산대피소 - 용암문 - 노적봉 안부 - 위문 - 대동사 - 북문 갈림길 - 북문 - 원효봉 - 원효암 - 시구문(서암문) -북한산 상가지역. 

우리는 8시에 구파발역을 떠나 8시 20분쯤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 들러 고영란 대원으로부터 차를 한 잔 얻어 마시면서 북한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는다. 그리고 나서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발행한 몇 가지 답사자료를 받는다. 크게 세 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국립공원 200% 즐기기'라는 부제가 붙은 북한산국립공원 지도이다. 다른 하나는 '서울의 진산 북한산'이라는 역사문화 안내 자료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자연·건강 지도'로, 북한산이라는 자연이 주는 정신 건강을 설명하고 있다.

북한산성 14성문 종주 시간 흐름도 1: 수구문에서 대남문까지

북한산성 중문에 해당하는 중성문
 북한산성 중문에 해당하는 중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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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를 대충 훑어보고 우리는 바로 북한산성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이때 시간이 8시 30분이다. 약 7분쯤 올라가자 수구산장이 나온다. 그 집 주인에게 수구문 위치를 물어본다. 그러자 산장 바로 위 물길이 좁아지는 데라고 말한다. 조금 올라가 보니 큰 바위가 양쪽으로 두 개고 산쪽으로 성곽 흔적이 보인다. 이곳이 수구문터이다. 수구문 위로는 경국정사라는 허름한 절도 보인다. 수구문은 북한산성 14석문 중 훼손된 후 복원되지 않은 유일한 문이다.

수구문을 지나 다시 상류를 따라 20여분 올라가자 대한불교 선학원 소속 법용사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조계종 계열의 국녕사에 이르고 계곡을 따라 똑바로 올라가면 중성문에 이른다. 우리가 계곡을 따라 중성문에 도착하니 9시10분이다. 중성문은 행궁지에 이르는 중간의 문으로 1차로 대서문이 뚫릴 경우를 대비해 만든 2차 방어성문이다. 중성문 옆으로는 시구문과 수문이 있었으나 수문은 현재 사라지고 없다.

대서문
 대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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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성문에서 다시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대서문으로 향한다. 대서문 쪽으로는 대로가 나 있고 최근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되었으나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신도들을 실은 소형 버스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다니고 있다. 무량사를 지나 대서문에 이르니 9시45분이다. 이곳 대서문에서부터는 의상봉으로 오르는 힘든 산행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산행도 북한산성 성곽을 따라 진행된다.

가파른 길을 한 시간쯤 오르니 의상봉(502m) 정상이다. 의상봉에서는 건너편 원효봉 능선과 그 오른쪽으로 백운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의상봉을 내려가 용출봉으로 향하다 보면 가사당암문이 나온다. 가사당암문에 도착한 시간은 10시57분이다. 이곳에서는 국녕사와 백화사 쪽으로 내려갈 수 있다. 이곳에서 다시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으로 이어지는 의상능선을 1시간쯤 타면 부암동암문이 나온다. 부암동암문에 도착한 시간은 11시53분이다. 부왕동암문에서는 삼천사와 중흥사지로 내려갈 수 있다.

암릉미가 뛰어난 의상능선
 암릉미가 뛰어난 의상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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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왕동암문에서 다시 나월봉과 나한봉을 넘으면 청수동암문이 나온다. 도착한 시간은 12시40분이다. 부왕동암문에서 청수동암문까지 걸리는 시간을 1시간 정도로 잡으면 될 것 같다. 청수동암문에서 남서쪽 능선을 타면 비봉에 이를 수 있다. 이 비봉능선은 암릉미가 탁월해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청수동암문에서 대남문에 이르는 길은 문수봉을 넘지 않고 우회해 간다. 대남문에 도착하니 벌써 12시52분이다. 이곳 대남문은 북한산성 남쪽에 있는 큰 문으로 남쪽의 구기동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대성문으로 향한다. 

북한산성 14성문 종주 시간 흐름도 2: 대성문에서 용암문까지

대남문 앞으로 이어진 북한산성 성곽
 대남문 앞으로 이어진 북한산성 성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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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문에서 대성문으로 성곽을 따라가다 보면 문수봉의 멋진 암릉을 볼 수 있다. 대성문에 도착한 시간이 1시47분이다. 대성문은 동서남북을 지키는 4대문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크기라든지 웅장함은 4대문 이상 간다. 그 이유는 이곳 대성문으로 임금님이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대성문에서는 남쪽의 평창동계곡과 형제봉 능선으로 내려갈 수 있다. 이제 대성문에서부터 용암문까지는 동쪽의 성곽으로 높은 봉우리가 없고 완만한 능선길이다. 그러므로 여유있게 산행을 할 수 있다.

대성문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보국문이 나온다. 보국문은 대성문과 대동문 사이에 있는 작은 문이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정릉이 나오고 북쪽으로 내려가면 태고사가 나온다. 보국문을 지나 다시 15분쯤 가면 대동문이 나온다. 대동문은 북한산성 동쪽에 있는 큰 문으로 이곳에서 동쪽 계곡을 따라 수유리와 우이동으로 내려갈 수 있다. 대동문을 지나면 이제 길은 성곽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진다.

동장대 앞의 노부부
 동장대 앞의 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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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산성길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동장대이다. 동장대에 도착한 시간은 2시33분이다. 동장대는 동쪽에 있는 지휘본부로 장수가 적의 동태를 살피면서 전투를 지휘하는 역할을 했다. 동장대에서 다음 용암문으로 가다 보면 중간이 성곽이 끊어진다. 이곳부터는 천연 암릉이 성곽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 용암봉, 만경대, 백운대로 이어지는 암릉길 때문에 적이 동쪽에서 산을 넘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산성길을 따라 용암문에 이르니 2시54분이다.

용암문에서 위문까지는 다시 암릉을 통과하는 산행이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조금 힘이 든다. 용암봉 서쪽을 따라 노적봉 안부에 이른 다음 다시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어 만경대 아래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이어진 만경대 바위 능선은 정말 절경이다. 그리고 앞으로 보이는 백운대와 인수봉의 하얀 암릉도 우리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들 세 봉우리 즉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마치 세 개의 뿔처럼 솟아 있어 조선시대 중기까지만 해도 북한산을 삼각산이라 불렀다.

백운대와 만경대
 백운대와 만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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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증명해주는 대표적인 글이 조선 인조 때 정치가 청음 김상헌이 지은 시조이다. 병자호란 때 대표적인 주전파였던 김상헌(1570-1652)은 전쟁에서 패하자 왕자들과 함께 볼모로 잡혀 청나라의 수도 심양으로 끌려간다. 이때 한양을 떠나면서 부른 노래 중에 바로 삼각산과 한강수가 나온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북한산성 14성문 종주 시간 흐름도 3: 위문에서 시구문까지

백운대 아래 있는 위문
 백운대 아래 있는 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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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안부에서 위문까지는 계속해서 오르막길로 25분쯤 걸린다. 위문에 도착한 시간은 3시38분이다. 위문은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836.5m)에 오르는 관문으로 14개 성문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위문에서 동쪽으로 내려가면 우이동이 나온다. 그리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백운대를 지나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 쪽으로 내려갈 수 있다. 백운대 동쪽으로는 북한산의 대표적인 암봉인 인수봉이 우뚝하다.

백운대를 오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우리는 백운대 오르기를 포기하고 바로 북문으로 향한다. 북문으로 가는 길은 염초봉을 우회해 원효봉 능선을 탈 수도 있으나 상당히 위험하다. 그래서 우리는 대동사 쪽으로 내려간 다음 다시 북문에 오르는 길을 택한다. 그러므로 이 길은 한참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수고를 좀 해야 한다. 위문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고 3시47분 북문을 향해 출발한다. 이광국 선생은 무릎이 좋지 않아 내려가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 내려가면서 보니 아직도 가을 단풍이 화려하다. 빨간 단풍잎과 노란 신갈나무잎이 정말 잘 어울린다.

아름다운 북한산 단풍
 아름다운 북한산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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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쯤 내려오니 대동사이다. 이 절은 염초봉 아래 자리 잡고 있으며 이곳에서 올려다보는 노적봉의 모습이 장관이다. 이어 북문 갈림길이 나오고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난 가파른 길을 15분 정도 오르니 북문이 나온다. 이때 시간이 4시58분이다. 동서남에 있는 다른 문들에는 대(大)자가 붙었는데 이곳 북문에는 대자가 없다. 도성이나 성곽의 문을 보면 항상 북쪽으로의 출입이 적어 북문은 홀대를 당하는 경향이 있다. 이곳 북문에서는 동쪽으로 염초봉과 백운대로 이어지고 서쪽으로 원효봉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북문에서 성곽을 따라 서쪽의 원효봉으로 향한다. 원효봉은 이번 북한산성 14성문 종주의 마지막 봉우리이다. 원효봉에 오르니 서쪽으로 벌써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가까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멀리 한강 줄기가 석양을 받아 하얀 빛을 반사한다. 이제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5시18분 원효봉을 떠나 25분을 내려가니 시구문이다. 시구문에 도착하니 벌써 땅거미가 내리고 있다. 플래쉬를 터뜨려 시구문을 사진에 담는다. 시구문을 내려오면서 보니 서쪽 하늘에 초승달이 걸려 있다. 11월의 해는 그렇게나 짧다.

북한산성 14성문 중 마지막에 들른 시구문
 북한산성 14성문 중 마지막에 들른 시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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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북한산 국립공원에 있는 북한산성 14성문을 종주했다. 오른쪽 의상능선으로 해서 백운대 아래 위문을 거쳐 왼쪽의 원효봉능선으로 내려왔다. 북한산의 대표적인 봉우리와 14개 성문을 지나 이루어진 이번 답사에는 10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들 북한산과 북한산성을 답사한 이야기를 10회 내외로 연재할 예정이다.



태그:#북한산, #북한산성, #14성문, #백운대, #북한산성 14성문 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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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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