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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첫 분양 아파트인 '울트라 참누리 더 레이크 힐'의 조감도.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첫 분양 아파트인 '울트라 참누리 더 레이크 힐'의 조감도.
ⓒ 울트라 참누리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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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10월 9일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모처럼 환하게 웃은 날로 기록됐다. 전날부터 이틀간 실시된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첫 분양 아파트의 지역 1순위 청약 접수 경쟁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언론은 아래와 같이 이 소식을 신속하고 뜨겁게 전했다.

'광교 청약 열풍' '청약자 몰리는 광교 신도시' '광교신도시 이름값… 분양한파 녹였다' '광교 첫 분양 1순위 경쟁률 최고 224대 1'

몇몇 언론은 "광교신도시 발 청약 열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을까', '분양시장 되살아나나'라며 분위기를 띄웠고, 한 언론은 '중대형 아파트 갈아타기 해볼까'라며 앞서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11월 5일 막상 '계약률' 뚜껑을 열어보니, 아래와 같은 언론보도가 나왔다.

"광교신도시 너마저…"

아파트 계약률이 70%대에 그친 것이다. 그 뜨거웠던 청약 열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최대 224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부동산 언론의 마지막 희망이 됐던 광교 신도시. 온갖 부동산 대책에도 이렇게 고꾸라진 이유는 무얼까?

"'당첨=로또' 분위기가 거셌다"

우선 이 아파트에 대해 알아보자. 울트라건설이 경기도 수원·용인 일대 광교신도시에 짓는 '참누리 더 레이크 힐'이라는 이름의 이 아파트 단지는 36층 아파트 10개동, 모두 1188세대를 분양한 대규모 단지다. 주택 크기는 112~232㎡로 모두 중대형이다. 입주는 2011년 9월.

분양가의 경우, 112㎡는 4억2829만원으로, 146㎡는 5억8652만원이다. 3.3㎡당 분양가는 1260~1340만원에 이른다. 인근 용인시 수지구의 신규 분양 아파트가 3.3㎡당 1400만~1500만원인 터라, 고분양가 논란을 피했다.

하지만 3~4년 된 주변 아파트는 3.3㎡ 당 1000만원, 급매물은 800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분양가가 싸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조은부동산의 박장근 대표는 "광교신도시는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에 주변 환경도 매우 좋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무조건 청약을 하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청약 접수가 시작되자 그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10월 8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수원·용인 거주자 1순위 청약 접수에서 331가구 모집에 5890명이 신청해 17.8대1의 뜨거운 경쟁률을 보였다. 187㎡의 경우, 1가구 모집에 224명이 접수해 224대의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청약 열기는 이후 3일간의 수도권 1순위 청약에서도 이어졌다. 733가구 모집에 1만1004명이 신청해 청약 접수 경쟁률은 14.2대1을 나타냈다. 박장근 대표는 "경제 사정만 좋았으면, 50대1의 경쟁률도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지역 부동산 시장은 '광교신도시 당첨=로또'라는 분위기가 거셌다고 한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묻자마' 청약이 많았다"며 "청약 가점이 높든 낮든,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든 세우지 않았든 누구나 청약을 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첫 분양 아파트인 '울트라 참누리 더 레이크 힐'의 조감도.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첫 분양 아파트인 '울트라 참누리 더 레이크 힐'의 조감도.
ⓒ 울트라 참누리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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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싼 아파트 놔두고 비싼 분양 아파트 선택?

하지만 불과 한 달 뒤, 지금 광교신도시에서 광풍은 찾아볼 수 없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청약에 당첨된 이들 중 1/4 정도가 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다. 5일 울트라건설은 모두 1188가구 중 910가구만 계약을 맞춰 76.5%의 계약률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주택형별 계약률을 살펴보면 모두 4가구에 불과한 187㎡만 100% 계약됐을 뿐, 112㎡는 79%, 146㎡는 72.6%, 232㎡는 83.3%의 계약률을 보였다. 당첨자 중 부적격 당첨자가 70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전체 계약률은 70.7%로 낮아진다고 울트라 건설을 밝혔다.

청약 접수 경쟁률에 비해 저조한 계약률의 원인이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경기 침체에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당첨됐다 해도 분양가의 20%에 이르는 9000만~1억2천만원의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지역의 많은 분양 아파트에선 계약금으로 분양가의 5%만 받고 있는데도 분양이 쉽지 않다. 울트라건설 개발사업팀 관계자는 "주식 시장도 안 좋아 주식에서 돈을 뺄 수도 없고, 대출도 되지 않는 등 계약금 마련이 쉽지 않아 계약금을 내놓지 못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총 2,444가구의 래미안퍼스티지(내년 7월 입주예정) 분양상담실에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총 2,444가구의 래미안퍼스티지(내년 7월 입주예정) 분양상담실에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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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약을 취소하면 재당첨 기회가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허술한 자금 조달을 계획을 세웠을 이들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미 청약이 이뤄지던 10월에 청약자들은 당첨돼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터다.

S중개업소 최형우(가명) 대표는 "실수요자들보다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해 우려를 하면서도 '당첨=로또' 광풍 탓에 너도나도 청약을 했다"며 "막상 얼떨결에 당첨이 된 사람들이 집값 하락의 불안한 마음에 계약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이미 강남 집값의 풍향계로 주목받았던 서울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의 경우,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분양가보다 싼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알려졌다. 광교신도시라고 '깡통 아파트'를 면할 수 있을지 걱정인 이들이 많다.

이어 최 대표는 "집값이 워낙 많이 떨어져 인근의 3.3㎡당 1000만원 미만의 아파트가 널렸다"며 "실수요자가 최악의 경기 침체 상황에서 굳이 비싼 돈 주고 광교신도시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장근 대표는 "특히 환매 차익이 나올지 미지수인 저층 당첨자들이 계약을 많이 포기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용두사미'로 끝 광교신도시 열풍

울트라건설은 20~21일 예비당첨자 237명과 추가 계약에 나선다. 하지만 237명 모두가 계약에 나선다 해도 미계약 세대를 모두 채울 수 없는 탓에, 견본주택 현장에서 24일께로 예정된 선착순 접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향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집값 상승여지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모두 분양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청약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나 홀로 빛났던 광교신도시의 첫 분양 이야기는 '용두사미'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물론 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1년 9월 계약자들이 어떤 표정으로 이 아파트에 입주하게 될 지 지켜볼 일이다.


#광교신도시#부동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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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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