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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서울로 `더불어 졸업여행'을 온 둘째날인 5일 저녁 강화도 오마이스쿨 운동장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며 친구들과 즐거웠던 졸업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골의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서울로 `더불어 졸업여행'을 온 둘째날인 5일 저녁 강화도 오마이스쿨 운동장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며 친구들과 즐거웠던 졸업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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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으로 가득하기만 한 여행의 마지막 날. 조금만 더 친구들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은 당연할 것이다. 더 이야기할 게 많은데, 함께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시간은 얄밉게 흘러가기만 했다.

지난 4일부터 2박3일간 진행된 '더불어 졸업여행'은 6일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전날 밤 늦게까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더니, 아이들은 오전 7시 기상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선생님들의 기상 공지에 겨우 눈을 비비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아이들. 일어날 때도 옆의 친구와 함께, 세수를 하러갈 때도 친구와 함께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여행 첫날의 어색함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아침부터 끊이질 않는 웃음소리

아침을 먹고 컴퓨터실에 모인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 있었다. 먼저 각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회원가입을 한 후 개인 블로그와 팀 블로그를 만들었다. 새로 만든 블로그에 글도 올리고 사진도 올려보기도 했다.

블로그 만들기가 끝나고 난 후에도 용준이(경북 봉화·물야초등학교 수식분교장)와 성훈이(경북 울진·삼근초등학교 왕피분교장)는 "그럼 이제 블로그로 연락하면 되는 거예요?"라며 선생님들에게 자신의 블로그에 자주 들어오라고 홍보했다.

졸업여행의 마지막 방문지 강화도 연미정에 들르기 전, 해원이(경남 통영·원평초등학교 지도분교장)는 배 시간 때문에 이른 이별을 해야 했다. 담임 선생님의 "가자"라는 말에 힘없이 "왜요?"라고 아쉬움이 가득섞인 물음을 던지던 해원이. 먼저 떠나는 해원이에게 아이들은 "또 만나자"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강은 하나로 흐르지만 북한과 남한으로 나눠져있는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연미정. 풍경을 구경한 아이들은 시선을 아래로 낮춰 네잎클로버 찾기에 집중했다.

가장 먼저 네잎클로버 찾기에 나선 정욱이(전북 완주·고산동초등학교)에게 "네잎클로버를 왜 찾아?"라고 묻자, 정욱이는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이 오잖아요"라고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다시 아이들과 네잎클로버 찾기에 열중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여기저기서 "우와, 선생님 이것 봐요" "예쁘다" 등의 탄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섯잎클로버를 내보이며 신기하다고 말하는 아현이(전남 신안·암태초등학교 추포분교장), 10여개의 네잎클로버를 손에 꽉 쥐고 있는 선희(전남 화순·이양초등학교 금능분교장), 자기는 갖지 않고 선생님에게 주려고 5개의 네잎클로버를 딴 성훈이는 "뭐, 쉽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홀로 6학년'이지만 학교에서는 '대빵'

시골의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서울로 `더불어 졸업여행'을 온 둘째날인 5일 오후 강화도 갯벌체험에 나서 망원경으로 갯벌을 보고 있다.
 시골의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서울로 `더불어 졸업여행'을 온 둘째날인 5일 오후 강화도 갯벌체험에 나서 망원경으로 갯벌을 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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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여행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서울로 이동하는 버스 안. 친구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시간이 아쉬운 듯 아이들은 앞자리, 옆자리 할 것 없이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전교생 19명 중에 혼자 6학년 미연이(충북 충주·달천초등학교 매현분교장)는 자신이 학교에서 '대빵'이라고 소개했다. 마른 체형이지만 보기와 다르게 축구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는 미연이. 역시 학교의 '대빵'이라 그런지 말하는데 거침없고 터프한 이 소녀는 "오히려 학생이 많으면 누군가 왕따를 당하지 않겠냐"며 "학생수가 적은 게 좋은 것 같다"고 규모가 큰 학교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규모가 큰 학교를 부러워하지 않는 건 '나홀로 6학년'의 특징인가 보다. 아이들 모두 "지금의 학교가 좋다"고 말했다. 성훈이 어머니는 "전에 살던 곳이 지리산 쪽이었는데, 그쪽으로 다시 이사를 가자고 해도 '지금 있는 학교가 좋다'며 한사코 안 간다고 한다"며 "당사자가 좋다는데 어쩌겠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든 초등학교를 떠나고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느낌은 어떨까. 중학교 생활이 두렵지 않다는 용준이, 초등학교가 더 좋다는 미연이, 다른 친구들을 만나는 게 좋다는 선희. 그리고 3년째 악기 '비올라'를 연주하고 있는 소현이(전북 완주·봉동초등학교 양화분교장)는 전주예술중학교를 갈 거라서 걱정되는 게 없다고 한다.

중학교에 대한 설렘도 각자 달랐던 아이들은 장래희망도 겹치는 게 없었다. 새별이(강원도 영월·마차초등학교 문곡분교장)는 연예인, 해원이는 작가, 용준이는 기타리스트, 성훈이는 과학자, 아현이는 만화가, 미연이는 가수 등 제각기 '꿈'을 꾸고 있었다.

"공부할 때는 1분이 1시간, 놀 때는 1시간이 1분 같아요"

한편, 베개 싸움에서 일등한 용준이를 시샘하는 듯 기훈이와 성훈이는 베개 싸움 할 때의 용준이 모습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먼저 기훈이는 "다른 사람을 원수라고 생각하고 베개를 휘두르는 것 같다"며 "베개 싸움할 때의 용준이 눈빛을 보면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고 용준이의 베개 싸움 눈빛을 지어보였다. 이어 성훈이는 "용준이는 베개만 잡으면 흡혈귀가 되는 것 같다"며 "눈에 핏줄이 선다"고 베개를 던지는 모습까지 재연해 보였다.

용준이는 기훈이와 성훈이의 말에 당황한 듯 웃음을 지으며 "어떤 것이든 지면 짜증나고 자존심 상하니깐 열심히 하는 것뿐이다"고 나름 해명(?)하기에 바빴다.

이번 졸업여행에 대해 용준이와 성훈이는 "여자 아이들이 자기들(남자 아이들)과 담을 쌓았다"며 "부수려고 해도 안 됐다"고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성훈이는 "시간이 번개"라면서 "공부할 때는 1분이 1시간 같은데, 이야기할 때나 베개 싸움할 때는 1시간이 꼭 1분 같다"고 말했다.

또 성훈이는 "강화도로 이동할 때 버스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어서 심심했다"며 "강화도 가서 체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를 내렸다. 지영이(전북 완주·봉동초등학교 양화분교장)와 지은이(전북 완주·봉동초등학교 양화분교장)는 "유람선 탈 때가 가장 좋았다"고 외쳤고 새별이, 해원, 미연이는 수첩을 들고 다니며 선생님과 아이들의 미니홈페이지 주소와 이메일 주소를 적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시골의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서울로 `더불어 졸업여행'을 온 셋째날인 6일 오전 강화도 오마이스쿨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골의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서울로 `더불어 졸업여행'을 온 셋째날인 6일 오전 강화도 오마이스쿨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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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정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더불어 졸업여행, #나홀로 6학년,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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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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