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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은 '도롱뇽 친구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2조 손실'의 허구성을 밝혀내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도롱뇽 친구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2조 손실'의 허구성을 밝혀내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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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서울대 교수(국민윤리)가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에게 사과했다. 교과서포럼 상임대표인 박 교수는 <신동아(2008년 2월호)>와 <한국경제신문(2008년 1월 16일자)>에 기고한 내용과 관련해 지율 스님으로부터 지적을 받고 사과 메일을 보낸 것.

천성산대책위는 천성산 구간의 경부고속철도(대구~부산) 터널(원효터널)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였고, 도롱뇽소송(천성산 원효터널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사건)을 내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05년 4월 <주요 국책사업 중단사례 분석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천성산 터널 지연 손실 2조5161억원'이라 주장했다. 이 보고서가 나오자 상당수 언론들이 그대로 인용보도하기 시작했다.

천성산대책위와 지율 스님은 이른바 '2조(5161억) 손실'은 허구라며, 당시 이를 인용보도했던 언론사를 대상으로 바로잡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거의 대부분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 <문화일보>와 <중앙일보>는 최근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천성산 터널 지연 손실'은 2조가 아니라 145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천성산대책위는 또 이를 인용하면서 신문 등에 기고문(칼럼)을 썼던 대학 교수와 연구소 연구원들에게도 편지를 보냈다.

지율 스님은 최근 '도롱뇽의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3000건이 넘는 천성산 관련 기사를 정리하여 15개의 언론사에 3차례에 걸쳐 공문을 띄우고, 청와대 정책실을 비롯하여 170배나 과장된 천성산 손실 문제를 아무런 의심 없이 인용하였던 대학과 연구소 등에 30통이 넘는 공문과 편지글을 띄우는 일도 그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일부 해당 대학 교수와 연구원들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지율 스님은 "대부분의 기관과 교수들은 질문 자체를 무시하여 답신조차 하지 않았으며, 간혹 답신 하신 분들도 자신들이 인용한 잘못된 추정치를 믿을 수밖에 없었던 정황에 대한 변론으로 일관하였기에 때로는 분이나 속을 끓이기도 하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박효종 교수는 달랐다. 인용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지율 스님은 박 교수한테 "천성산 손실문제 정리 자료"를 첨부해, '2조 손실의 허구성'을 알렸다. 그러자 박 교수는 "그런 금액은 당시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인용하여 쓴 것이었고, 스님의 글과 첨부된 내용을 보고 시공업체가 밝힌 직접적 손실금액은 145억이라고 밝힌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그동안 과장된 수치를 사용하여 쓴 것에 대하여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그동안 스님께서 받으셨을 심적 고통에 대하여 정말로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 교수도 여느 교수나 연구원들과 마찬가지로 <한국경제신문>과 <신동아> 기고문을 통해 "환경친화적 정부를 자처하며 도롱뇽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한 여승의 '로맨티시즘'을 살리느라 천성산 공사를 지연시켜 2조5000억원의 국고손실을 초래했다"고 썼던 것이다.

지율 스님은 박 교수한테 재차 메일을 보내 박 교수가 보낸 메일을 인용해도 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박 교수는 재차 보낸 답변을 통해 "지난번 보내드린 글 속에 저의 뜻이 담겨있다"며 "당연히 물론 저의 답글을 인용하실 수 있고, 사실 관계에 있어서 잘못된 점을 늦게나마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천성산대책위 관계자는 “다른 교수나 연구원들은 글을 쓰면서 '잘못된 수치'를 인용한 뒤, 그 수치가 잘못됐다고 알려주어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 학자의 양심이 의심스럽다"면서 "하지만 박효종 교수는 잘못된 인용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여 학자의 양심을 지켰다는 생각이 들며, 한편으로는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10년 11월까지 경부고속철도(대구~부산)를 완공할 예정이다. 원효터널 굴착(관통)은 지난해 11월 완료했으며, 노반공사를 하고 있다. 원효터널의 노반공사는 2008년 12월 10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율 스님과 박효종 교수가 주고 받은 메일
2008년 10월 03일, 지율 스님이 박효종 교수한테 보낸 메일

귀의 삼보 하옵고, 저는 지난 7년 동안 천성산 환경 보존 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도롱뇽 소송의 대변인으로 법정에 섰던 지율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교수님께서 지난 1월 16일자 <한국경제신문>과 <신동아> 등에 천성산, 도롱뇽 소송 관련 기사와 기고를 하신 일이 있습니다.

이에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또한 천성산 대책위원장으로서 천성산 문제의 이해를 위한 간략한 자료를 첨부하여 드립니다. 자료를 검토하여 보시고 교수님께서 주장하신 부분과 잘못 이해 된 부분에 대하여 회신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상대로 소송 중에 있으며 공식적으로 발표 된 모든 문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를 준비하기 전, 천성산 문제에 대하여 먼저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첨부 : 천성산 손실문제 정리 자료). 천성산 대책위 지율 합장.

2008년 10월 04일, 박효종 교수가 지율 스님께 보낸 답글

안녕하십니까.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의 박효종 교수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스님의 글월을 받아보고 마음에 깊이 느낀 바가 있어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2008년 1월16일자 <한국경제신문>에 천성산공사를 지연시켜 2조5천억원의 국고손실을 초래했다고 쓴 바 있습니다. 또한 <신동아> 등에도 그같은 내용의 수치를 사용했습니다. 그런 금액은 당시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인용하여 쓴 것이었습니다.

이제 스님의 글과 첨부된 내용을 보고 시공업체가 밝힌 직접적 손실금액은 145억이라고 밝힌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점과 관련, 그동안 과장된 수치를 사용하여 쓴 것에 대하여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그동안 스님께서 받으셨을 심적 고통에 대하여 정말로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습니다.

또한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글을 쓸 때 상기와 같은 내용을 적시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한번 송구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받아들여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박효종 교수 드림. 

2008년 10월 25일 지율 스님이 박효종 교수께 보낸 2차 메일

망설임 속에서 글을 드립니다. 지난번 제가  교수님께 반론의 글을 부탁드린 일이 있는데 기억하시는지요. 혹, 언론을 통해서 보셨는지 모르지만 저는 이 문제로 조선, 동아와 나홀로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소송을 결코 싸움이나 투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천성산 손실 문제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실관계의 인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기고가 어렵다면 지난번 교수님께서 주신 답신 메일 글을 제가 인용 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혹,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율 합장.

2008년 10월 25일, 박효종 교수가 지율 스님께 보낸 답글

지율 스님! 안녕하십니까. 지난번 지율스님께 보내드린 글 속에 저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당연히 물론 저의 답글을 인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관계에 있어서 잘못된 점을 늦게나마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박효종 교수 드림.

지율 스님이 도롱뇽의 친구들께 보낸 편지

도롱뇽의 친구들께. 우리가 함께하여 낮은 울타리가 되고 우리가 함께하여 도롱뇽의 친구가 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먼저 물들었기 때문입니다. 문득 쌀쌀해진 겨울의 초입입니다. 오랜만에 편지글을 드리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게 됩니다.

지금부터 저는 지난 몇 달 동안 제 마음에 거칠게 엮여있던 이야기들을 드려보려 합니다. 여러분들은 혹,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중앙일보를 비롯한 몇 곳의 신문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실려 있었던 '천성산 손실에 관한 정정, 혹은 반론 보도문' 을 본 일이 있으신지요. 

저는 여러분들이 무심히 보아 넘겼을지도 모르는 단 몇 줄의 반론 보도문을 싣기 위해 꼬박 1년 동안 몸에서 떨어져 나간 깃털이 허공을 떠돌듯 세상을 부유하며 다녔습니다.

3000건이 넘는 천성산 관련 기사를 정리하여 15개의 언론사에 3차례에 걸쳐 공문을 띄우고, 청와대 정책실을 비롯하여 170배나 과장된 천성산 손실 문제를 아무런 의심 없이 인용하였던 대학과 연구소 등에 30통이 넘는 공문과 편지글을 띄우는 일도 그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잡습니다. 중앙일보 2008년 2월 25일자 E 면 '지표보다 현장 챙겨 기사 중' 본지 2008년 2월 25일자 E면 '지표보다 현장 챙겨라 립서비스 경제는 이제 그만 중' 기사에서 천성산 터널 공사가 중단 된 기간은 10개월이 아니라 6개월이기에 바로 잡습니다. 공사가 중단 되니 6개월 동안 시공업체가 입은 직접적인 손실은 145억 원이라고 밝혀왔습니다."(중앙일보 2008년 9월 26일자).

더구나 대부분의 기관과 교수님들은 질문 자체를 무시하여 답신조차 하지 않았으며 간혹 답신 하신 분들도 자신들이 인용한 잘못된 추정치를 믿을 수 밖에 없었던 정황에 대한 변론으로 일관하였기에 때로는 분이나 속을 끓이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이제 관용구가 되어 버린 천성산 손실 문제에 대한 반론 보도문이 실린 후, 오히려 지인들로 부터 '이제 와서 다 끝난 일을 들추어 바로잡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받아야 했으며, 거대 언론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며 나홀로 법정에서는 저를 염려하는 눈길을 모른 채 회피해야 했습니다.

지인들의 염려는 현실적이어서 신문 한 모퉁이에 게재된 반론문은 그동안 과장된 수치 때문에 천성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로 인하여 천성산 문제가 어떻게 확장되어 갔는지, 현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비약시키고 있는지, 한 비구니가 겪은 아픔이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설명도 되지 않고, 법정에 선 <조선>은 여전히 "도대체 무슨 보도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다"하고, 반론문까지 게재했던 <동아>는 역설적으로 "합의보도문의 게재를 이유로 위와 같은 수치를 인용 할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야 한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있을 수 없는 간섭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라고 변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 날의 굶주림도 한 끼의 배부름으로 잊는다지요. 저는 돌연히 시작하는 이 이야기의 끝에 얼마 전 제가 주고받은 한통의 편지 글을 소개하여 드릴까합니다.

이 편지글은 얼마 전까지 가장 예리하고 혹독하게 천성산 문제를 비판했던 서울대 박효종 교수님께서 보내오신 답신 글로 이 이야기를 옮겨 놓음으로  제가 왜 모두가 끝난 일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붙잡고 아직도 세상을 깃털처럼 떠돌고 있는지, 다시 법정에 서는 천성산 이야기를 통하여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며 우리가 아직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그 답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정정해야 할 것은 손실 수치가 아니라 치유해야 할 상처가 아직 우리 가슴과 이 땅에 너무나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인용하는 것을 허락하여주신 교수님의 편지글과 제가 보내드린 메일을 조심스레 옮기며 한동안 머뭇거렸던 초록의 공명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태그:#지율, #천성산, #박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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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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