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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老) 시인의 고백.

 

'나그네는 길에서 죽는다. 시인은 나그네다. 나도 길에서 죽을 것이다.'

 

인생도 나그넷길이니 길에서 죽는 것, 그 '길'은 도대체 무엇일까?

 

떨어진 낙엽마다 저마다 다른 잎맥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저 잎맥은 이파리의 길이다. 그 길을 통해 나무에 생명을 공급해 주었으니 길은 생명의 통로다. 그러니 '길에서 죽는다'라는 말은 ‘생명의 통로’에서 죽는다는 말이요, 그 말은 죽음이 생명과 다르지 않은 말이라는 것과 통한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쓸쓸함 혹은 외로움을 느끼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저렇게 자기 생명의 모태가 되어준 대지로 돌아갈 때에는 붉게 타오르다가도 대지의 빛깔로 옷을 입는다. 그리하여 대지의 빛깔과 낙엽의 빛깔이 다르지 않을 때 비로소 그는 생명을 품은 대지가 되는 것이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요즘 베스트셀러는 국방부나 안기부에서 '금서'로 지정만 해주면 된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씁쓸하다.

 

대학시절 검문검색이 심할 때 막스 베버의 책을 소지했다가 경찰서에 끌려가 무척이나 맞고 나와서 허탈하게 웃던 이야기, 어느 신학교에 형사가 들이닥쳐 <조직신학> 관련 책을 모조리 압수해 갔다는 이야기, 고교시절 버스에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는데 어떤 할아버지에게 '어린놈이 밝히기는….' 꾸중을 들었다는 이야기, 여자에 대해 알고 싶어 제목만 보고 <여자란 무엇인가?>를 샀는데 도올 김용옥의 동양철학 도서였다는 등등.

 

한동안 부자가 되는 길을 안내하겠다던 경제관련 도서들이 베스트셀러를 석권했는데 작금의 현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모든 관심이 물질(돈/자본)에만 있으니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려고도 않고,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화성 혹은 금성에서 온 사람처럼 본다. 자본의 논리에 찌든 눈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역사를 보고,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니 제대로 볼 리가 없다.

 

 

오바마가 미국대통령에 당선했다.

 

마치 전 세계의 대통령을 선출한 듯 난리인 것을 보니 초강대국 미국을 실감한다. 그런 와중에 닮은꼴을 찾느라 분주한 소인배들을 보면서 '저것들은 작아도 예쁘지가 않아!' 한숨이 나온다. 닮은꼴은 무슨 개뿔이람!

 

모국어를 익히기도 전에 다른 나라의 언어에 몰입하게 하는 몰상식한 교육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자기 나라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자는 것조차도 좌경으로 몰아붙이니 줏대도 없는 나라가 아니면 이럴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내가 여전히 희망의 불을 끌 수 없는 것은 나그네처럼 길에서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낙엽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요, 앙상한 나무이므로 겨울을 넉넉히 날 수 있는 비밀을 간직한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을비가 내린다.

 

비에 흠뻑 젖은 낙엽들은 더 빨리 생명의 어머니인 대지의 빛깔이 되고, 대지가 될 것이다. 그런 사람, 나그네의 삶을 기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립다.


태그:#이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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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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