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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주차장이 어디 갔지? 일반인 차량이 주차돼 있네?"

 

당연히 장애인용 주차공간인 줄 알고 평소와 같이 주차를 하려던 지체장애 1급인 조 아무개(34, 계룡시 금암동 거주)씨는 장애인 주차장 표시가 없어진 것을 알고는 황당했다.

 

평소 계룡시 엄사리 소재 H마트를 자주 이용해 타고 오는 차량도 항상 장애인 주차공간에 주차를 하던 조씨는 최근에 H마트로 물건을 사기 위해 갔다가 낭패를 경험했다.

 

주차를 하려는데 전에는 분명히 있던 장애인 주차공간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는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H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했다.

 

문제는 마트에 들어갈 때는 빈손이었지만 마트에서 나올 때는 구입한 물건이 양손에 가득 들려있어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인 조씨에게는 다시 차가 있는 곳까지 가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볼 일을 다 마치고 집에 돌아온 조씨는 관공서에 전화를 걸어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따져 물었다. 하지만, 관공서에서는 별일 아닌 것처럼 넘겨버렸고 화가 난 조씨는 관공서의 잘못된 탁상행정을 꼬집으며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기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했다.

 

조씨의 제보를 받고 달려간 곳은 계룡시에서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엄사 사거리 일대. 하지만 제보를 받은 4일은 1주일에 한 번씩 엄사리에서 열리는 화요장이어서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까닭은 화요장터를 위해 외지에서 들어 온 외지상인들의 차량으로 도로 한 켠에 마련된 주차장이 가득 차 있어 장애인 주차장이 사라진 사실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

 

장애인 주차장이 일반 주차장으로 바뀐 사연

 

다음날인 5일. 다시 엄사사거리를 찾았다. 조씨가 제보한 주차장에 가보니 과연 예전에는 보였던 장애인 주차장 표시가 깨끗이 지워져 있고, 도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경계석에 '장애인 전용주차장, 일반인 주차시 과태료 10만원 부과'라는 문구만 붙어 있을 뿐이었다. 특히 도로 포장을 새롭게 한 흔적도 보였다.

 

게다가 일반인 주차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경고문구도 무시하고 일반인 차량이 버젓이 주차되어 있었다. 주차를 한 사람이 경고 문구를 보고도 주차했는지, 아니면 장애인 주차장 표시가 없어서 무의식적으로 주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인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 주차를 하지 못하는 장애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현장 확인 후 일단 장애인 주차시설에 대해 담당을 하고 있는 계룡시 주민생활지원과 담당자에게 장애인 주차장 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고, 하수관거 BTL 공사를 마친 뒤 주차 표시선 원상복구 작업을 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계룡시 하수관거 공사 담당자에게도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조치 계획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니 장애인 주차장 표시가 없어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현재 계룡시 전역에는 계룡시가 2012년까지 추진하고 있는 하수관거 BTL공사로 인해 이곳저곳이 많이 파헤쳐지고 있는데, 공사 종료 후 도로포장을 다시 하면서 기존의 장애인 주차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 주차장으로만 그려 넣으면서 기존에 있던 장애인 주차장이 사라지게 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계룡시 하수관거 공사 담당은 "공사 종료 후에 급하게 원상복구를 하려다보니 미처 챙기지 못한 것 같다"며 "현장을 확인해보고 조속한 시일 내에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 주차장에 대한 단속권한을 갖고 있는 계룡시 장애인협회는 연중 지속적으로 장애인 주차장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도 현재까지 100여건의 단속실적을 올렸지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계도차원에서 주차위반 차량에 대해 경고장만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장애인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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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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