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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와 영국 가수 쥴리 매튜스와의 만남

지난해 11월 유럽캠페인에서 했던 길원옥 할머니의 증언을 보고, 영국 락가수 줄리 메튜스는 할머니에 관한 노래를 만들었다. 그 노래를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있는데, 런던대학교 행사에 함께 참석하여 연대하였다.
▲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와 영국 가수 줄리 메튜스의 만남 지난해 11월 유럽캠페인에서 했던 길원옥 할머니의 증언을 보고, 영국 락가수 줄리 메튜스는 할머니에 관한 노래를 만들었다. 그 노래를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있는데, 런던대학교 행사에 함께 참석하여 연대하였다.
ⓒ 윤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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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저녁 7시, 영국 런던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런던대학교의 아시아∙아프리카 전문 단과대학)의 한 강당엔 한국에서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증언을 듣기 위해 찾아온 학생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행사장 입구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 작품들이 한쪽 벽면을 채웠고 한인 학생들은 행사 준비를 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지난해 11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추진하였던 유럽의회 결의안 채택을 위한 유럽순회 캠페인에 이어 두 번째로 영국을 방문한 길원옥 할머니가 무대 앞쪽에 자리를 잡자 드디어 행사는 시작됐다. 먼저 정대협 안선미 간사로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최근 국제 활동 성과와 더불어 한국 생존자들의 상황을 전하는 보고가 이루어졌다. 학생들 눈빛은 점점 진지해져 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설명과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물 '지울 수 없는 역사'의 상영이 끝나자 잠시 숙연해진 분위기가 강당 공기를 무겁게 눌렀다.

국제 앰네스티에서 여성폭력중단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활동 경과에 대해서는 앰네스티 본부의 동아시아 담당 캠페이너 케이티 바바라클로프가 발언했다. 그리고 드디어 할머니 차례가 되었다.

할머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객석을 향해 언제나처럼 담담하고도 힘있는 목소리로 입을 여셨다

"여러분, 바쁜 시간 속에서 이렇게 와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제가 겪은 일들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하겠습니까만, 나처럼 이렇게 뼈아픈 일을 당하는 사람이 또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렇게 멀리까지 제 얘기를 들어주십사 하고 찾아 왔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얼마간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선 채로 학생들을 향해 아픈 경험을 토로하고 진심어린 호소를 이어나갔다.

"그 어린 아이를 데려다가 그런 일을 시켰으니 그저 눈물만 났지요….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 제대로 거부도 못하고 또 반항이라도 좀 할라치면 흠씬 맞아서 피가 온몸을 적셨어요…. 그러나 아직까지 일본정부에게 제대로 된 사죄 한마디 못 받았습니다. 17년 동안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지만 그 사람들 귀머거리에 벙어리가 되어서는 아무 말도 여지껏 안 하거든요. 한국의 할머니들은 일년에 열 명이 넘게 죽고 있는데…."

때로 눈물을 훔치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시다가 또 때로는 온 힘을 다해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기를 십 여분. 어느새 객석에서는 훌쩍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그 중에는 영국 가수 쥴리 매튜스도 있었다. 얼마 전 국제 앰네스티 홈페이지에서 길원옥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고 노래를 만들기로 결심, 직접 가사를 써서 이백여명의 여성들과 코러스까지 넣어 만들어진 노래 'Take these bones'를 오늘 행사장에서 부르기 위해 이 자리를 찾은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런던대학교 증언집회를 주최했던 한인유학생회와 길원옥 할머니가 함께 기념촬영
▲ 런던대학교 한인학생들과 길원옥 할머니 일본군'위안부' 런던대학교 증언집회를 주최했던 한인유학생회와 길원옥 할머니가 함께 기념촬영
ⓒ 윤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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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말씀이 끝나고 동료 가수 크리스 와일과 함께 무대를 향해 걸어 나오는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자신이 노래를 만들게 된 계기를 간단히 전하고는 크리스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표정에서도 노래를 부르는 그녀들의 표정에서도 객석에 앉은 학생들의 표정에서도 서로 같은 생각, 같은 느낌으로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할머니와의 뜨거운 포옹으로 공연을 마친 그녀는 직접 할머니께 발매된 CD를 전달했다. 그리고 할머니의 용기 있는 말씀에 가슴이 뜨거워졌다며 감동을 주체하지 못했다.

서로 알지 못하던 세상에서 노래라는 매개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맺은 할머니와 쥴리와의 만남은 이렇게 연대와 지지가 넓어지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세계가 한 걸음씩 계속 나아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한편 길원옥 할머니는 영국 현지 4일 저녁, 옥스포드 대학에서 열리는 증언집회에도 참석하며 이후 총 8박 9일 동안 국제 앰네스티와 함께 영국-벨기에-독일을 순회하면서 국회의원 및 각국 노총 그리고 국제노총과의 면담을 통해 의회 결의안 채택과 ILO의 지지를 호소하는 일정을 진행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윤미향 기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입니다. 이 기사는 수원시민신문(www.urisuwon.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길원옥 할머니,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런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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