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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여성 속옷을 만들고 있다.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여성 속옷을 만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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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4일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기도 파주와 북한의 해주를 연결하는 '통일경제특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한 후 남북경제공동체를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한 뒤 우리 경제력을 바탕으로 북한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통일세력'이라는 말까지 들은 한나라당이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그 무렵 라디오 인터뷰에 나가 "대북 퍼주기라는 용어는 삼가하자"는 주장도 했다. 김용갑 의원으로부터 "해괴망칙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정치권 전반적으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그가 이같은 일련의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인 배경에는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로서 강 원내대표를 지근 거리에서 보좌한 임태희 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활약이 있었다. 강재섭 원내대표에게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변화해야 한다고 계속 자극을 주면서, 경제특구건설제안을 한 것이다.

2005년 겨울 정세균 "우리당이 해야할 주제, 한나라당에 빼앗겼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자료사진)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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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의장은 이같은 활동으로 당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현 민주당 대표)으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그해 12월 임 의장이 강재섭 원내대표 등과 함께 주최한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정세균 의장이 "우리당이 해야할 주제를 한나라당에 빼앗겼다"면서, 특히 임 의장을 지목해 "제가 한나라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의원이자, 신망있고 애국심을 갖고 의정활동을 해 우리당에서 더 좋아하는 의원일지도 모른다"고 칭찬한 것.

그 이듬해인 2006년 2월 임 의장의 대표발의로 여야의원 100여명이, 경기도 파주를 기반으로 북측의 개성공단을 연결하고, 궁극적으로 인천과 해주를 포함한 광역의 통일경제특구를 추진하자는 법안을 냈다. 한나라당의 당론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남북관계의 격동과 우선 개성공단에 집중해야 한다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결과를 내지 못하고 17대 국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이제 거대여당 한나라당의 정책책임자가 된 임 의장이 '경제통일특구' 건설 재도전에 나섰다. 임 의장은 3일 한반도경제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하는 '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통일경제특구법)을 다시 대표발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김효석·이낙연·정장선 의원, 자유선진당의 김낙성·이명수 의원 등 여야 의원 91명이 법안발의에 참여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등 국제적인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음에도 남북관계는 계속 경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여당의 유력자가 들고 나온 법안이라는 점에서,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섣부른 기대도 나오고 있다.

거대여당 정책위의장으로서 재도전... 남북관계 개선 신호탄 기대도

이 법안은 "현재 남북한 간의 합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개성공단 개발사업의 성공적 추진과 남북경제협력 확대 및 민족경제공동체 형성을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라고 목적을 명시해, 경제특구가 개성공단의 배후산업단지의 성격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북한에서는 개성 일부, 황해도 개풍군, 판문군을 남한에서는 파주군 북단과 강화도를 특구 후보입지로 꼽았다.

우선 파주에 민관이 공동조성한 재원으로 특구를 조성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개성공단과 연결한 뒤, 인천과 해주를 포함한 광역 특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1980년대 중국의 심천, 주해 경제특구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홍콩에 적용한 '일국양제(一國兩制)'사례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남북한의 공권력 행사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지역이자 그 자체로 자기완결적인 무관세 독립자유경제지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0월 정책위 회의에서 이 법안을 '정기국회 중점추진법안'에 포함시켜 당론으로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임 의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국방부, 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와 실행방안에 대해 협의를 했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그는 또 "북한을 현실적인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게 하는 동시에, 우리 남쪽의 입장에서도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아나가자는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관계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럴수록 먼저 준비하고, 경제분야에서 풀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선경후정(先經後政)'의 기능주의적 접근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여전히 '엄격한 상호주의'를 유지하고 있고, 실무적으로도 북한과 인접해 전략적 가치가 큰 파주가 경제특구가 될 경우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들이 나오는 등 그의 구상은 적지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통일·교육·경제분야 등에서 자기 목소리

 검정 치마저고리를 입은 북측 여직원이 개성공단내 훼미리 마트에서 물건값을 계산하고 있다.
 검정 치마저고리를 입은 북측 여직원이 개성공단내 훼미리 마트에서 물건값을 계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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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전문가형'으로만 불려온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자 비서실장을 맡은 이후로 한나라당 내 신흥세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들어 통일특구 등 통일 문제뿐 아니라 교육·경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자기목소리를 내면서 중량감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30일 최근 현안인 국제중학교 설립문제와 관련해 선발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국제중학교의 신입생 선발 방식이 우리들의 판단으론 대단히 문제가 많다"며 "시험 선발 방식으로 가다간 초등학교가 중학 입시로 과열돼 몸살을 앓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나라당이 이미 주장해온 것처럼 국제중학교는 반드시 설립돼야 한다"면서도 "(현재의 선발방식은) 대통령이 주장한 교육 철학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국제중 설립이 좌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사교육비 증가, 입시 과열' 차단 조치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임 의장은 최근 '당·정·청 거시경제 점검회의'(가칭)의 발족과정에서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만수 장관 사퇴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총리의 역할을 주문해, 29일 한승수 총리 주재로 경제상황 점검회의가 열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말 또는 내년초 개각 과정에서 입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임태희#통일경제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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