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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감사에서는 '경찰의 촛불집회 진압에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결정에 대한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한나라당 소속 위원들은 동영상과 사진 등 멀티미디어 자료를 동원, 촛불 집회의 폭력성을 최대한 부각시켰다. '이렇게 폭력적인 집회에서 경찰의 그 정도의 대응은 정당방위 아니냐'는 것이 일관된 논조.

 

첫 질의자였던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사진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폭행도구로 망치가 등장했습니다.

경찰들을 옷을 벗겨 폭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찰 한명을 끌어다가 폭행하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주요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있습니다.

버스를 불태우려고 버스에 신나를 뿌리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인권위에서 왜 이런 (경찰의 인권침해 있었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느냐"고 질의했고 안경환 인권위원장은 "촛불시위는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됐고 경찰도 기본적으로는 진압에 물리력을 잘 자제했던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특정한 몇 개의 상황에서는 과도한 공권력 집행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안 위원장의 답변에 이 의원은 "인권위원회 결정에 정부의 방침을 비판하는 시각이 보인다"며 "그렇게 보시면 위원장님은 절대로 대한민국 사람이 아닌 것이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 의원이 대형 스크린에 비췄던 사진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 순서에서 계속 언급됐다. 의원들은 '아까 사진에서도 봤듯이…'라며 시위대의 폭력성과 경찰의 피해를 부각시키려고 애썼다.

 

'왜 시위대의 폭력과 경찰의 피해에 대해선 지적을 하지 않느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적에 안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는 기본적으로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조사하고 권고하는 그런 권한 밖에 없다"며 "경찰관 폭행과 같이 사인이 잘못한 부분은 국가의 사법기관이 챙겨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인권위원회 조사관들에 시민단체 출신이 많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검찰 출신 박준선 의원은 "조사관은 조사 전문가들로 채우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 검찰청에서 파견 나와서 일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경찰에 폭행당했던 안민석 "서울 못가본 사람이 이긴다더니"

 

한나라당 의원들이 촛불집회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질의를 이어가자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촛불집회 참가 경험을 얘기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안 의원은 촛불집회 현장에 자주 나타나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던 민주당 소속 의원 중 1명이고, 이 와중에 경찰에게 폭행 당하기도 했었다. 이날의 국정감사 현장에서 촛불집회를 가장 많이 경험한 의원인 셈.

 

안 의원은 질의 순서가 되자 "서울에 가본 사람과 가보지 못한 사람이 싸우면 가보지 못한 사람이 이기더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속 위원들이 촛불집회 현장을 제대로 경험해 보지도 않고 경찰의 자료에 의존해 촛불집회와 인권위의 결정을 폄하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시민들도 폭력을 행사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런 소수의 폭력 행사자들을 다수의 참여자들이 막아내는 상황이었다"며 "왜 소수의 폭력 행사자들을 부각시켜 다수의 사람들을 폭력집단으로 몰고가느냐"고 항변했다. 

 

안 의원은 이어 "왜 가해자였던 경찰을 피해자로 부각시켜려고 하느냐.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 수많은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시위한 것에 대해 시민들은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또 시민들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더 이상 촛불집회를 폄하하지 말 것을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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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가인권위원회,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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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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