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또, 이끌리어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그리움은 그대로 갈대에 숨고, 갈대에 숨은 그리움은 그대로 꽃으로 피어나 흔들거립니다. 꽃에서 나온 그리움은 바람을 일으키고, 그리움의 바람이 하늘 가득 퍼집니다. 파란 가을 하늘은 갈대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 댑니다.

 

10월 25일(토) 오전, 그리움으로 가득 흔들거리는 갈대를 못 잊어 차를 몰고 순천만으로 향하였습니다.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자나서 그리움의 꽃을 피우는 갈대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환상을 억제하지 못한 것이지요. 매년 가을마다 찾아 갔던 기억이 새로운데, 출렁이는 갈대꽃들의 속삭임을 느끼며 고속도로를 달려 순천만으로 향하였습니다.

 

순천시에서 순천만으로 들어가는 길이 넓어졌습니다. 특히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개최될 ‘2008 람사르 한국 총회’와 같은 시기에 열리는 ‘2008 순천만 갈대축제’를 알리는 휘장들이 늘어져 있고, 진입로에는 주차장을 방불케 만드는 차량들의 행렬이 즐비합니다. 

 

순천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 토요일 오후여서 그럴까요? 아님 저처럼 갈대가 부르는 그리움에 저절로 발길을 재촉한 사람들일까요? 아마 순천만 갈대는 축제와는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금년에는 가을 가뭄이 극심하여 산천이 메말라 가고 있다고 난리입니다. 특히 가을 산을 찾은 사람들은 한마디로 단풍이 아름답지 않다고 합니다. 가을 가뭄으로 단풍잎마저 곱게 물들지 못 한 것이지요. 그래서 순천만 갈대도 탐스럽지 못 하면 어떨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곳에 핀 갈대꽃은 그대로입니다. 갈대는 늘 그렇게 탐스러운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마음을 빼앗을 흔들거림 그대로 꽃을 피워낸 것입니다. 수많은 줄기에서 수많은 꽃들이 무더기져 피어 무더기져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은 정도로 빽빽하게 자리 잡은 갈대들이 그 끝에 모두 그리움의 꽃을 피워낸 것입니다.

 

‘무진교’라고 불리는 나무다리를 건너가면 갈대숲 탐방객들을 위하여 만들어 놓은 나무 산책길이 있습니다. 0.8㎞의 산책길은 갈대밭 사이를 휘감아 돌고 있습니다. 손을 뻗으면 그대로 어루만져지는 갈대꽃의 흔들거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갈대숲 한 복판에 들어와 갈대와 회포를 풀 수 있는 것입니다.

 

갈대의 뿌리 부근인 갯벌에는 칠게, 농게 등 각종 게들이 살고 있습니다. 구멍 사이로 고개를 내밀다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친 게들이 금방 숨어 버리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사람들은 통로에 서서 고개를 내미는 게들을 보고 환호성을 질러댑니다. 

 

통로를 따라 쭉 가면 나지막한 산이 나옵니다. 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어느새 능선이 나옵니다. 순천만을 한 눈에 굽어 볼 수 있는 용산 전망대로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능선 끝에 있는 용산전망대는 다리에서 시작하여 약 2㎞ 정도 거리가 됩니다.

 

우리들이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순천만 해넘이의 모습과 S 자의 물길을 볼 수 있는 곳이지요. 그 물길을 따라 순천만 탐조선들이 분주하게 드나듭니다. 아직은 석양이 아니어서 사진 속의 환상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신비한 느낌을 주는 물길 양 옆으로 둥글둥글한 갈대 군락지들이 보입니다. 갈대 군락지 사이에 물새들이 날아오릅니다.

 

또한 그 옆에 붉은 빛으로 빛나는 해초들도 보입니다. 바로 칠면초입니다. 칠면초는 1년에 일곱 번 색깔이 변한다고 하여 칠면초로 불리며 처음에는 녹색이지만 점차로 홍자색으로 변하여 가을이면 화사한 붉은 색을 띕니다. 잎은 솔잎처럼 침형이나 방망이처럼 도톰하고, 소금기가 있는 곳에 자라는 염생 식물로 물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순천만은 순천시를 중심으로 하여 동쪽의 여수반도와 서쪽의 고흥반도에 둘러싸인 만으로,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으며 크고 작은 섬과 주변의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서해안 등 다른 지역과는 달리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지역입니다. 순천시내에서 8㎞ 정도 떨어져 있으며 행정구역상 도사동과 해룡면, 별량면, 39.8㎞의 해안선에 둘러싸인 21.6㎢의 갯벌, 5.4㎢의 갈대밭 등 27㎢의 하구 염 습지와 갯벌로 구성된 만인 것입니다.

 

순천만의 갈대는 약 30여 년 전부터 형성되었는데, 최근 10여 년 동안 갈대 군락지가 빠르게 넓혀져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갈대들이 번식하고 있어서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더 많은 갈대밭이 형성될 것이라고 하는데, 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둥글게 둥글게 형성된 갈대 군락들이 이제 하나 둘 씩 서로 붙어가고 있습니다. 

 

10월 28일부터 8일간, 경남 창원에서 ‘2008 람사르 한국’ 총회가 개최됩니다. ‘2008 람사르 한국’은 1980년 이탈리아 첫 대회 이후 10번째, 아시아 지역에서는 1993년 일본의 쿠시로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총회입니다. 이번 행사는 참가 규모에서도 역대 최대를 자랑하는데, 160개국에서 정부 대표, 국제기구 관계자, NGO 등 2000명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총회는 상임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전체회의, 지역회의, 위원회 회의 등이 개최되며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의제들이 동시에 논의된다고 합니다. 또한 참석자들이 경남 창녕 우포늪을 비롯한 주요 습지와 부산시 낙동강 하구, 전라남도 순천만을 아우르는 8개 코스의 생태탐방을 갖는다고 합니다.

 

‘2008 람사르 한국’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도 순천만에 가득한 갈대를 자신 있게 보여 주고 싶습니다. 저 많은 갈대들도 처음 찾은 그들을 반가움으로 환영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 가득 그리움을 불어 넣어 주고 싶습니다. 해마다 순천만의 갈대가 일으키는 그리움이 그대로 바람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2008 순천만 갈대축제’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태그:#가을, #갈대, #람사르 총회, #순천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서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