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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일요일 오후, 성남시 은행동으로 향하는 발길이 조심스러웠어요. 사회복지법인 <은행골우리집>(이하 은행골)과 체육대회를 하는 날이거든요. <은행골>은 가장의 노숙, 방임 등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노숙자 자녀와 여러 이유로 가정이 해체된 청소년을 보호, 양육하는 ‘그룹홈’이에요.

 

제가 속한 모임은 차와 커피를 판 수익으로 1년에 한 번씩 <은행골>을 찾아 성금을 전달하고 체육대회를 같이 하지요. 저는 처음 <은행골>을 방문하기에 어떠한 아이들이 있을지 궁금하더군요.

 

편을 2편으로 나누어서 체육대회를 했지요. 먼저 발야구를 하였고 이어서 피구, 마지막으로 이어달리기를 했어요. 남자는 왼발, 여자는 오른발을 사용하여 발야구를 하는데 무척 재미있었지요.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다 마지막 회에 원아웃 만루의 기회가 저에게 왔지요. 점수는 11-8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지요. 아니 이게 웬걸, 힘껏 찼으나 바로 잡히어 병살타가 되어 그대로 경기가 끝나버렸지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살벌한 피구가 진행되었고 박진감 넘치는 이어달리기로 체육대회가 마무리 되었어요.

 

가정해체된 아이들의 새로운 삶터 <은행골우리집>

 

아이들은 무척 밝았어요. <은행골> 선생님들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인지 구김살 없이 말도 걸고 장난도 잘 치더군요. 제가 속했던 팀의 주장을 맡았던 김명진(7. 가명)어린이는 시종일관 웃으면서 뛰어다니며 팀을 이끌었지요.

 

<은행골>에 있는 아이들은 나이가 다 다르지만 서로가 서로를 잘 챙기고 보살피더군요. 보통 어린 친구들이 하기 쉽지 않은 배려가 묻어나오더군요. 그 친구들이 무슨 일을 겪고 이곳으로 왔을지 짐작하거나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다만 <은행골>이 마음이 아팠던 아이들에게 포근한 삶터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 고맙더군요.

 

체육대회를 마치고 가까운 곳에서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한국아동청소년 그룹홈협의회 상임이사이자 <은행골>설립자인 김광수 목사와 이야기를 나눴지요.

 

- 아이들은 어떻게 <은행골>에 들어오게 되나요?

"시군구에서 입소 의뢰를 받아 상담을 해서 아이를 받게 됩니다. 여기에는 보호자 동의와 주민등록주소를 옮기는 절차도 밟게 됩니다."

 

"사회가 어려운 만큼 도움의 손길 많이 줄어"

 

- 경기침체로 도움의 손길이 많이 줄었을 것 같은데

"올해 추석 같은 경우 공무원들만 오셨고 민간인분들은 아무도 안 오셨어요. 사회 상황자체가 어려운 만큼 아무래도 후원이 뜸해지지요. 후원을 하던 분들도 힘들다고 줄고 있습니다. 후원도 기쁜 마음으로 하셔야지 후원자 생활에 부담을 느끼면서 하시면 안 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요. 게다가 올해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해주는 운영비가 월 26만원에서 23만원으로 줄었어요. 살 길 마련하지 않으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 사회복지 예산이 9%증가했다고 정부가 발표했는데 정부 지원이 줄어들었습니까?

"사회복지예산이 9%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국민연금 자연증가분 같이 늘어나는 것을 빼면 실제 증가분은 3%안팎이에요. 실질 증가분도 내용을 살펴보면 수도권, 장애인에 집중되어 있지요.

 

사회복지재정을 운영하는 자금은 크게 2가지입니다. 국가포괄자금과 90%를 차지하는 지방분권자금이지요. 지방분권자금은 중앙정부에서 분권교부세를 보내줘서 운영이 되지요. 자주재원이라 지자체에 맞게 복지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 살림을 도왔어요.

 

"종부세 사실상 폐지로 줄어드는 사회복지재정, 아무런 대안 없어"

 

아시다시피 종부세가 줄어들면 국가재정이 줄어든 만큼 분권교부세가 줄어들게 되지요. 자연스럽게 지자체에 보내주는 돈이 줄어들고 사회복지지원은 적어질 수밖에 없지요. 여기에 대안도 안 내놓고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요."

 

- 운영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으시겠어요.

"예전보다는 사회복지가 많이 나아졌고 아이들 학비면제 받는 부분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게 있는데, 가정해체되고 학대받다 온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단되어 운영비수급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이 양육시설에 입소하면 부양의무자적용을 받아서 운영비를 지급해줘야 합니다.

 

또 일하는 선생님들 얘기를 하자면, 그 분들 월급이 1745만 4000원이에요. 기타 금액을 공제하면 월 수령액이 120만 원 정도입니다. 그 돈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그만두시려는 분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특히 남자 선생님은 120만원으로 가정을 꾸리기가 힘들어 드물지요."

- 93년에 설립하셔서 벌써 15년이나 지났는데, 보람이 있다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따지자면 처음에 들어올 때 사나웠던 아이들이 다시 따뜻해지고 온순해져서 생활하다가 자립해나가면 보람을 느낍니다. 현재까지 6개월 이상 머물다가 떠난 아이가 35명 정도 됩니다."

 

사회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받는 사람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은행골>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지요. 어느새 어둑어둑해졌지만 <은행골>친구들의 밝은 웃음으로 거리가 환하더군요. 서로 손을 꼭 잡고 다음에 또 함께 놀자고 작별인사를 하였어요.

 

성남공항 때문에 건물 높이가 제한되어 낮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성남 지역은 서울의 철거민들이 정착 이주한 지역이에요. 은행동은 전형적인 도시빈민 밀집거주지역이지요. 

 

<은행골>은 24시간 365일 동안 아이들을 양육하는 곳이지요. 휴일이나 교대 근무조차 없어 실무자들이 힘들게 이끌어 나가고 있지요. 거기다 재정의 열악함으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형편이에요. 부모와 사회에서 상처받은 아동·청소년들에게는 안정을 위해 질 높은 치료서비스와 재활프로그램이 필요하지만 재정이 부족하여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실정이에요. 

 

더욱이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로 분권교부세가 줄어들면서 지자체 복지사업비가 확 줄어들게 생겼지요. 경기침체로 사회는 더욱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죠. 사회복지재정이 적어지면서 그들이 받던 작은 수혜들을 먼저 앗아가겠지요.

 

어렵게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에게 보람이란 미명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웠습니다. 현재 <은행골>은 세 집에서 남자 청소년들과 여자청소년들, 그리고 어린이들이 여섯 분의 선생님과 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은행골우리집> 주소입니다. 

http://happylog.naver.com/g8s8.do 


#은행골우리집#사회복지#김광수#그룹홈#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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