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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밖에서 '알바' 끝낸 뒤 집에 늦게 도착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 앞에 등기우편으로 왔던 한 소포가 있었는데요. 평소에는 제가 의류 쇼핑몰을 통해 택배로 옷을 받았지만 이날은 소포 크기가 의류 택배물과 전혀 달랐기 때문에 가족들이 "이게 뭐야?"라는 궁금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블로그 행사에 참여해서 받게 되었어요"라고 하니까 엄마(저는 어머니라 부르지 않고 엄마라 부릅니다)가 "그랬어?"라면서 흐뭇한 반응을 보이셨죠.

 

제가 한달 전 모 포털사이트 블로그를 통해 모 행사의 블로그 이벤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글을 잘 썼는지 5만원 상당의 S 백화점 상품권을 받게 되었죠. 언젠가 소포 올거라 예감은 하고 있었는데 늦은 저녁에 집에 도착하다 보니 가족들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죠.

 

원래는… 상품권 받으면 저 혼자 다 쓰려고 했습니다. 그 상품권 내용을 보니까 콘도 혜택이 있던데, 하루 정도는 경치 좋은 콘도에서 자려고 했습니다.(물론 5만원 상품권 하나만으로는 택도 없기 때문에, '자비 부담 + 5만원 상품권'을 통해서 콘도에서 하룻밤 정도 지낼 수 있겠지만요.) 제가 쓰리잡을 하다보니 1박 2일 정도는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숙박은 콘도에서 하려고 했죠. 그것도 저 혼자서 말입니다.

 

이런 달콤한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상품권이 도착할까?'라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제가 작년 이맘때 즈음 사기 당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는데다 그동안 밖에서 많은 일을 하면서 신뢰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제가 모르는' 외부 사람들의 말을 단번에 믿기 어려웠습니다. 예전엔 모 이벤트에 참가했는데 약속과 전혀 다른 상품을 받었던 적이 있어서…  과연 상품권이 진짜로 올까? 라는 마음 속 의심이 들었죠.   

 

그런데 제가 소포를 뜯어보니 내용물 속에 '진짜로' 상품권이 있는 겁니다. 공짜로 상품권을 얻다 보니 너무 기분 좋은 나머지 저도 모르게 "엄마, 나 상품권 받았어요" 이렇게 크게 말했습니다. 결국 엄마도 상품권 받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머지 가족들도 다 알게 되었죠. 소포 속에서는 상품권뿐만 아니라 모 유명 잡지까지 있어서 저를 더욱 들뜨게 했습니다.

 

그러더니 엄마가 기쁨에 들뜬 목소리로,

 

"상규야, 이 상품권 내가 쓰면 안되냐?"

"무슨 일 때문에 그래요? 나 그걸 통해서 콘도 가려고 했는데..."

"다름 아니라, 집에 필요한 것 좀 쓰려고. 가계비 부담이 커서 상품권 써도 되겠니?"

 

그랬습니다. 아직 대학생 신분(정확히 말하자면 대학생+알바생)인 제가 혼자서 콘도 다녀오기엔 무리가 컸습니다. 엄마의 간절한 한 마디가 '주어진 현실을 망각한' 저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 거죠. 제가 한달에 100~170만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만(대학교 등록금과 적금 2개, 건강보험료 2개, 핸드폰 통화비 등은 제가 모두 부담합니다. 여기에 부모님께 한 달에 한 번씩 용돈 드리고 집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돈까지 제가 부담합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가지는 돈은 별로 없죠.) IMF 이후 지금까지 저의 집안이 어렵게 유지되다 보니, 생계에도 지장이 있었습니다.

 

"네 알았어요. 상품권 드릴께요. 그런데 어디에 쓰실 거예요?"

"그거 이번주 일요일에 아빠랑 같이 백화점 할인마트에 가서 음식들을 사려고."

"네. 엄마가 쓰세요."

 

어쩔 수 없이 상품권을 엄마에게 주긴 했지만, 마음 속으로 기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진짜로 상품권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엄마였기 때문이죠. 며칠 뒤 엄마는 아빠랑 오붓하게 백화점 다녀와서 맛나는 음식들을 많이 구입하셨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음식 아주 잘 먹었고요.

 

그런데, 엄마가 그 상품권을 받은 이후부터 그동안 집안에서 계속되었던 엄마와 아빠의 다툼이 없었습니다. 한때 제가 '이러다 이혼하는거 아냐?'라는 걱정까지 할 정도로 말입니다. 두 분이 백화점에 함께 다녀오시다 보니 그 이후부터 서로 좋은 말들을 많이 하시고 관계가 서로 친밀해졌죠. 결과적으로, 제가 받았던 상품권이 '가정 행복'이란 효과까지 이어진 겁니다.

 

제가 밖에서 열심히 일을 하기까지, 엄마를 비롯한 가족의 힘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부모님께 용돈 드리긴 합니다만 이것만으로는 부모님이 저를 키워준 보답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블로그 이벤트를 통해서 상품권을 받은 것은 효과가 너무나 컸습니다. 집안 재정에 대한 부담을 덜은 것과 동시에 제가 더 이상 집안 걱정을 하지 않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죠. 앞으로 사회에서 더 성장할 저한테는 '보기 좋은 교훈'이 된 셈입니다.

 

블로그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그 효과는 무수히 높을거라 생각하나, 대부분의 파워블로거들은 블로그를 통해 금전적인 효과에 집착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블로그를 통해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부모님께 효도하게 되었던 것이죠. 블로그가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키워준 엄마와 아빠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현실 속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셨던 두 분이 더 이상 고생하지 않도록, 제가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일꾼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블로그 뉴스(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962925)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블로그#효도#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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